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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주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의 중소기업 확대 적용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보완책 마련을 진두지휘하고 나서자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다. 정부는 내년 1월 50~300인 사업장에도 적용되는 주52시간제의 6개월 이상 유예안을 검토 중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잇따라 삼성·현대차를 찾는 등 '친기업' 행태를 보였다. 총선을 앞두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판단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문 대통령은 최근 노동계는 만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이전부터 "52시간 법정노동시간을 준수해야 하고, 70만 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노동계를 우군으로 확보해 표심을 얻겠다는 전략이었다.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문 대통령은 "이제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장 노동시간과 과로사에서 벗어나 일과 생활의 균형, 일과 가정의 양립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면서 "임금체계 개선과 생산성 향상 등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기업과 노동자가 상생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강구"를 지시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난 현재 재계의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변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주52시간제 문제에 직접 나선 것은 정부가 그동안 핵심 보완책으로 추진했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관련 법 개정이 국회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자 우회로를 찾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미 일본의 수출규제 조처 대응책이라며 연구개발(R&D) 노동자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했고, 내년에 주52시간제를 도입하는 기업 10곳 가운데 4곳의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는 등 노동시간 단축정책을 되돌릴 '군불 때기'를 해왔다.
국회에서 논의되는 탄력근로제 법안은 친정부였던 민주노총이 처음으로 총파업을 벌였을 정도로 강하게 반발하는 내용이다. 게다가 1기 경사노위의 계층별 위원 3명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반대해 반 년 넘게 경사노위 본위원회가 공전한 바 있다. 설령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정부와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관계가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노동계 "文 스스로 밝힌 '노동 존중'에 역행"
노동계는 문 대통령의 주52시간제 개입이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포기 등에 이어 또 하나의 '줬다 빼앗는 노동정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음달 총파업까지 벌일 태세다.
한국노총은 논평을 통해 "지금 정부가 해야 할 것은 현재의 장시간 노동체계를 온존하려는 재계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 관련 법·제도 준수와 제도 시행을 기피하려는 사례를 철저히 근로감독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발언은 스스로 밝힌 '노동 존중'에 역행하는 것으로, 기업과의 로맨스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피해로 돌아온다"며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문 대통령은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유일한 경쟁력으로 여기는 국내 경제계의 노동시간 단축 '우려'만 거론했지, 노동계의 우려와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는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며 "민주노총은 대통령이 나서서 투쟁을 요구하는 만큼 더욱 철저하고 강력하게 11월 총파업과 총력투쟁을 준비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정의당도 "노동시간 단축이 문 대통령 대표 공약임에도 주52시간 상한제를 완화하고 탄력근로제로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노동개악을 국회에 요구한 것을 규탄한다"며 "재벌과 대기업 숙원을 들어주는 반노동적인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靑, 고용노동부와도 '엇박자'
주무부처 수장인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은 속도 조절에 나섰다. 청와대와 엇박자를 낸 것이다.
이 장관은 지난 14일 "행정조치가 입법을 대신할 수는 없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주52시간 관련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우선순위를 정리했다. 노동계의 반발을 우려한 것이다.
또 보완책 발표 시점도 "이달 안으로 발표한다는 시기를 정하고 있지 않다"며 "국회 입법 상황을 보면서 판단할 사항"이라며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