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 세종시 총선 승리 시 '호남+충청' 민심 확보 가능… 여권 '文정권 연장 전략'에 주목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국무총리. ⓒ뉴데일리 DB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국무총리. ⓒ뉴데일리 DB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한 지역구인 세종시를 이낙연 국무총리가 물려 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정치권에서 '이낙연 대망론'이 꿈틀거리고 있다. 전남에서 4선 및 도지사까지 지낸 이 총리가 세종에 깃발을 꽂으면, 기존 호남 지지 기반에 이어 충청 민심까지 확보해 대권 행보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대표는 최근 세종시청에 측근을 심어 장악력을 높여놨다. 세종시는 최근 ‘시정 3기 기반 다졌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춘희 시장이 아니라 이강진 정무부시장 취임 1년 보도자료다. 이는 이 부시장이 이해찬 대표를 20여년간 보좌한 심복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의 최종준 현 비서실장과 실장 전임 조상호 전 실장도 이 대표 보좌관 출신이다. 세종시가 '이해찬 왕국'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26일 이해찬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세종시를 후계자에게 넘겨준다는 것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내년 총선은 경선이 원칙"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전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대표가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만큼, 경선이 원칙이어도 여권 후보가 한 지역에 난립할 경우 직접 교통정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총선·대선 승리, 지역구 인계 숙제 떠안은 이해찬

    '20년 집권론'을 설파한 이 대표가 그리고 있는 총선 '빅 픽처'는 무엇일까. 집권 3년차에 각종 경제 위기·안보 위기론이 나와도 일단 문재인 정부의 정권 연장은 필수다. 세종에서 2선을 하며 다져둔 여권 우호적 민심을 누가 안정적으로 받을 것이냐도 고민이다. 그런 그에게 '이낙연 세종 출마론'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다주는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 총리의 총선·대선 출마는 세간의 관심사다. 민주당 복귀 시점은 9월 정기국회나 10월 국정감사 이후로 전망된다. 정치권에선 이 총리가 '정치 1번지' 종로에 출마해 대권주자의 면모를 확립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현재 종로는 현역인 정세균 의원이 지역 민심 다지기에 힘을 쏟고 있고,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최근 이사해 바짝 추격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총리가 종로의 '상징성' 하나만 보고 달려들기엔 이미 경쟁이 과열된 판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세종시의 경우 이 총리의 연고도 있고, 대권 주자에게 필수적으로 꼽히는 '중원 민심'을 우군으로 가져가기에 용이하다. 국가균형발전·지방분권의 상징인 세종시는 '안정적 개혁 주자'라는 이 총리의 이미지와도 어울린다는 평가다. 이 총리의 주민등록소재지(총리공관)는 세종시로 돼 있다. 전남에 터를 닦아놓은 그가 굳이 다시 호남으로 나오지 않더라도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이 총리는 25일 페이스북에 "청주 여중생 실종 사흘째. 수색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며 "장맛비가 지긋이 내립니다. 피해 없도록 주변을 살펴주십시오. 세종에서 서울로 가는 KTX. 차창의 풍경처럼, 여러 걱정이 머리를 스칩니다"라고 밝혔다. 충청 주민들이 애통해하는 사안과, 주 업무지인 세종시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읽힌다.

    잠룡 지지율, 이낙연 21.2% > 황교안 20.0%

    이 총리의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는 리얼미터가 지난달 24~28일 벌인 여론조사에서 전달 대비 0.4%p 오른 21.2%를 기록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앞지르며 여야를 통틀은 잠룡 1위로 올라섰다. 6개월 만에 최고 선호도다. 황 대표는 2.4%p가 떨어진 20.0%에 그쳤다.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최근 나온 이 총리의 발언을 보면 대권주자로서의 자신감도 읽힌다. 이 총리는 지난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보훈가족 초청 오찬에 김정은 사진이 나온 논란에 대해 "취지는 이해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세심함이 좀 부족했다. 아쉬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보좌진의 부족함을 꾸짖은 것으로, 친문 일색인 청와대나 민주당 사람들과는 달리 '할 말은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의미로 해석된다. 
         
    이 총리는 지난 5월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저도 정부 여당에 속해 있는 한 사람이니 심부름을 시키면 따라야 할 것"이라는 언급을 여러 차례 했다. 이 대표의 의중에 따르겠다는 뜻이다. 14일 방글라데시 한국 진출 기업 방문 자리에선 "내 심장은 정치인"이라고 말해 정계 복귀를 갈망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그는 다만 총선이나 대선 출마 행보에 관한 구체적 속내는 드러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