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방송서 휴대폰 꺼내 "한미정상 통화 여깄다"… 논란 일자 "없었다" 다른 말
  • ▲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데일리 DB
    ▲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데일리 DB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이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입수했다고 밝힌 후 일부 내용을 '로 데이터'(raw data·원자료)라며 공개한 것과 관련 "청와대의 서면 브리핑 이외의 것은 없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지난해 방송에 출연해 한 발언에서 청와대 발표 내용과 다른 부분이 더해진 것에 대해선 "문학적 상상력"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27일 오전 tbs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의 '로 데이터' 표현과 관련 "서면 브리핑을 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내용에 따옴표가 있다. (내가 말한 것은) 따옴표·인용부호를 따로 정리한 것"이라며 "다만 여러 인터넷 사이트의 기사와 보도와 논평 등과 제 의견과 주장이 있을 수는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것을 가지고 청와대 기밀을 유출했다거나 기밀을 받았다고 몰아가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면 법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역공을 펼쳤다.

    그러나 청와대 페이스북에 공개된 당시 한미 정상 간 통화와 지난해 방송에 나온 정 전 의원의 발언을 비교해보면 대화 내용이 부풀려지거나 편집된 부분이 드러난다.

    정 전 의원은 당시 방송에서 “문 대통령이 전화해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였는데,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화해 제스처를 한 것은 오로지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라며 항상 칭찬을 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청와대 페이스북엔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확고하고 강력한 입장을 견지해온 것이 남북대화로 이어지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사의를 표했다”라고만 나온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였다’거나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화해 제스처를 한 것’ 같은 내용은 정 전 의원이 따로 언급한 부분으로 보인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비공식 루트로 따로 ‘로 데이터’를 받아본 셈이 된다.

    또 정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라며 항상 칭찬을 해. 그러니까 트럼프가 기분이 좋아졌을 거 아냐. ‘한국 왔을 때 국회 연설한 거 진짜 좋았다. 박수 많이 받았잖아’라고 한다. 그 다음 문 대통령이 자기 할 얘기 하는 거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평창올림픽 기간엔 연기했으면 좋겠다. 막 얘기하니까 금방 들어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당시 전화 통화에서 전략적으로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를 이끌어낸 것 같은 뉘앙스로 소개한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페이스북에는 “양국 정상은 평창올림픽 기간 중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양국군이 올림픽의 안전 보장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만 나올 뿐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회 연설’을 언급한 것은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다. 연설을 듣고 문 대통령이 한미 군사훈련 연기를 제안해 성공했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정 전 의원은 특히 "통화 내역이 다 있느냐"는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의 물음에 자신의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예예, 여기 있어요"라고 답한다. 단독입수한 청와대 자료를 '날 것 그대로' 전달하겠다는 취지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정 전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에서 “내가 본 것은 녹취고, 시사·예능방송의 성격상 소소한 양념은 평소 나의 식견과 유머, 그리고 문학적 상상력”이라고 해명했다.

    野 "시청자 우롱… 적반하장도 유분수"

    '정청래 녹취 논란'을 바라보는 야권의 시각은 차갑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정 전 의원은)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는 말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참 뻔뻔하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때는 ‘로 데이터를 다 받았다’고 과시하더니 이제 와서 ‘상상력’이라고 한다면 시청자를 우롱한 것 아닌가.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진실된 해명, 시청자들에 대한 정중한 사과”라고 꼬집었다. 

    정옥임 전 새누리당 의원은 27일 cpbc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에 출연해 "이것은 어떻게 보면 미국 쪽에서 별로 관심을 안 보여서 그렇지, 미국 백악관에서 만약에 이걸 관심 있게 들여다보면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정옥임 전 의원은 "본인의 상상력과 식견과 약간의 조크를 섞어서 얘기했다고 하지만, 과연 어떻게 녹취라는 말을 할 수가 있나"라며 "녹취도 아닌데 녹취를 민간인이 들고 나와서 이야기한 것처럼 한 것인데 그것도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청와대나 여권이 (강효상 의원에 대해) 여러 얘기를 하는데 적반하장이 아니냐"며 "처음에는 사실무근이라고 했다가 이제 와서 기밀누설이라고 한다. 사실무근이 어떻게 기밀누설이 되느냐. 그 자체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청래 전 의원이 말한 것도 (기밀누설)죄가 되는 것 아니냐. 똑같은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與 내부서도 '정청래 회의론'

    민주당에서도 정 전 의원의 녹취 공개가 정당했는지 의구심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으로 강효상 의원 고발에 앞장섰던 송기헌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서 "정 전 의원이 구체적으로 정말 로 데이터를 입수했는지 부분은 좀 더 확인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며 "저희들이 확실하게 조사한 게 아니라 정 전 의원의 해명이 사실이라고 단정지어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강훈식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그때(지난해 방송 출연 당시) 외교부에서 왜 정청래 전 의원 (기밀유출) 문제를 제기 안했는지에 대해서도 따져 물어봐야 된다"며 "우리가 향후에 국정감사를 해서 외교부가 왜 정 전 의원한테 그렇게 안 했느냐라고 하는 건 따로 물어보면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