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악화, 자영업 고통, 제조업 부진 인정했지만… "경제혜택이 일부에 집중" 불평등 탓해
  •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세계가 기적처럼 여기는 놀라운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삶이 고단한 국민들이 여전히 많다"며 "우리가 함께 이룬 경제 성장의 혜택이 소수의 상위계층과 대기업에 집중되었고, 모든 국민에게 고루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체감 경기가 악화된 원인을 '경제 불평등'에서 찾은 셈이다. 신년 기자회견의 상당부분을 경제에 할애했지만 낮은 경제성과에 대한 뼈저린 반성의 기색은 찾기 어렵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 경제성장 혜택이 일부에 집중... 여전히 '불평등' 탓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본관 1층에서 진행한 신년기자회견 연설에서 상당 부분을 경제에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GDP 대비 기업소득의 비중은 경제성장률보다 계속해서 높아졌지만, 가계소득의 비중은 계속해서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오래 전에 낙수효과는 끝났다. 수출의 증가가 고용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은 지도 오래됐다"며 "어느덧 우리는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가 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 불평등을 계속 강조했다. "1대 99 사회 또는 승자독식 경제라고 불리는 경제적 불평등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세계가 직면한 공통의 과제"라며 "OECD, IMF 같은 국제기구와 주요 국가들은 '포용적 성장'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사람중심 경제'와 '혁신적 포용국가'가 국제기구들의 해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경제의 어려움이 특정 계층이 아닌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있음을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지표가 양적인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 뒤 "전통 주력 제조업의 부진도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광주형 일자리' 정책이 해답을 찾지 못하는 까닭에 대해 "현대차가 한국에 새 생산라인을 설치한 게 얼마나 오래됐는지 까마득하다"며 "외국에는 (새로운 생산라인을)만들어도 한국에는 없었다. 미래형 자동차를 늘려나가는 게 자동차 산업을 회생시키는 방안인데, 이제는 새 생산라인을 한국에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 그래도 '소득주도성장'은 계속된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이러한 경제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이야말로 '사람중심 경제'의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말해주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경제정책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발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 정책의 변화는 분명 두려운 일이다. 시간이 걸리고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며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보완하면서 반드시 '혁신적 포용국가'를 이루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기조는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도 계속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가장 힘들고 아쉬운 점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고용지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게 아쉽고 아프다"면서도 "하지만 정책기조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성과'로 언급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가계소득이 높아진다거나 상용직이 늘어난다거나 여러가지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며 "근래와서는 청년고용이 사상 최고라는 긍정지표도 있다"고 했다.

    ◆ 野 "부의 형평성, 文대통령 재임 후 오히려 악화"

    이에 대해 야당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오히려 부의 형평성이 악화됐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문 대통령은 부의 형평성을 위해 노력했고, 마치 성과가 있는 듯 주장하지만 소득불평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며 "상위 20%(5분위) 소득을 하위 20%(1분위) 소득으로 나눈 값인 소득 5분위 배율도 문재인 정부가 역대 최악"이라고 지적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소득 5분위 배율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정규직 등 고소득군과 비정규직, 일용직 등 저소득군의 격차가 점점 심화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때문"이라며 "이중구조 해결을 위해서는 독일 등 선진국의 사례와 같이 고용유연성을 높여야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민노총 등 강성 귀족노조에 발목을 잡혀 노동개혁에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의 이날 신년 기자회견문은) 오로지 실패한 소득주도성장 정책, 세금 퍼붓기 정책만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독선적 선언의 연속일 뿐"이라며 "정책은 선의(善意)로만 되는 게 아니고, 경제는 감성논리로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문 대통령이 직시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