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 예상하고도 20대 총선 호남 출마" 계백장군 '황산벌' 비유… 공로 인정해 러 대사 발탁
  • ▲ 우윤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데일리 DB
    ▲ 우윤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데일리 DB

    청와대 전 특별감찰반원의 비위 첩보 의혹 당사자인 여권 핵심 인물 우윤근 러시아 대사가 더불어민주당에 갖는 상징성에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은 연일 해당 의혹을 부인하며 '우윤근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우윤근 대사는 2014년 민주당에서 친노·친문계의 지지를 받아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이후 철저히 친문 성향을 보이며 비문계와 선을 긋고 국회에서 중량감 있는 정치인으로 존재감을 떨쳤다. 그는 2016년 총선에서 4선을 목표로 자신의 지역구 전남 광양에서 또 출마했다. 하지만 결국 국민의당 정인화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민주당에선 "백제 말기 죽을 줄 알면서도 나라를 위해 최후의 선택을 순순히 받아들인 충절과 용기의 상징인 계백 장군의 처지에 빗댈만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민주당 꼬리표를 달고 호남에 출마한 우윤근 당시 후보의 선택은, 계백 장군이 5000명의 결사대를 이끌고 나간 황산벌 전투와 흡사하다는 것이다. 당시 선거 판세는 호남에서 '안철수 현상'이 되살아나는 분위기였다.

    뇌물의혹 제기되자... 우윤근 "선거방해 협박" 주장

    이번 특감반 폭로에는 취업 청탁이 이뤄지지 않자 우 대사 측이 뇌물 공여 의혹자 장씨에게 2016년 1000만원을 돌려줬다는 첩보 내용이 담겼다. 우 대사 측은 이에 대해 '선거방해 협박'이라는 새로운 주장으로 반박했다.

    18일 <CBS> 보도에 따르면 장씨는 2016년 20대 총선 직전인 우 대사 광양시 선거사무실 부근에 나타나 유세장이나 선거사무실 앞에서 피켓시위를 할 것이라고 협박하면서 돈을 요구했다고 한다.

    우윤근, 10% 이상 격차로 낙선... 보은성 러시아 대사에 

    우윤근 후보는 이를 거절했지만, 측근인 김영근 총영사는 결국 수락했다. 선거가 워낙 박빙인 상황이어서 장씨가 노골적으로 선거를 방해하면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1000만원을 빌려줬다는 주장이다. 우윤근 후보는 10%가 넘는 득표율 차로 1위 자리를 내줬다. 문재인 대통령은 "호남 민심 이반시 사퇴"까지 주장하며 표심을 호소했지만, 국민의당의 '돌풍'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어 우윤근 대사에게 빚이 있는 셈이다.

    분당 사태시 국민의당으로 가지 않고 호남 지역구를 사수하며 민주당에 끝까지 남아있던 우윤근 의원은, 민주당 입장에서 볼 때 소중한 자산이었다. 이후 우 대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고 나서 '보은성' 성격으로 러시아 대사로 발탁됐다. '계백 장군'의 처지로 만든 아쉬움이 남아서일까. 민주당은 원외 인사인 그를 아직도 중요한 정치 원로로 받들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특감반원 폭로를 일축하고, 우윤근 대사 보호에 나서고 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18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사건의 본질은 명백하다. 범법자가 개인의 비위를 덮기 위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더 이상 불확실한 첩보 생산 기술자의 농간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태우 수사관은 우윤근 대사 비위 의혹을 조국 민정수석과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보고했는데도, 여권의 핵심 인물을 건드렸다는 잘못으로 물러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반박하는 청와대와의 진실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논란은 어떤 식으로 귀결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