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101주년' 전문가 좌담… 경부고속도·원자력발전소·제철소 등 '국가 개조' 원동력 살펴
  • ▲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박정희대통령 탄생 101돌 기념 특별좌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박정희대통령 탄생 101돌 기념 특별좌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소득주도 성장 여파로 경기가 하강 국면에 돌입했다는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 쏟아지는 가운데, '자조 정신',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학계·언론계·재계 관계자들은 특히 그 중에서도 대한민국을 세계 10대 부국 반열에 오르게 한 '박정희 시대의 가치관과 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모인 각 분야 전문가들은 "'하면 된다, 할 수 있다'고 외치던 자조 정신이 절실한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박 전 대통령 탄신 백한돌을 기념해 개최한 이날 좌담회는 '박정희 정신을 찾아서'를 주제로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사회를 맡았다. 패널에는 김은구 서울대 트루스포럼 대표, 성창경 KBS 공영노조위원장, 이강호 국가전략포럼 연구위원,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조동근 명지대 교수가 나섰다.

    "국가 지도자는 자조의 방향으로 국민 이끌어야"

    이날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박정희 정신을 콕 집어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대체적으로 그가 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신상필벌(信賞必罰)' 등의 사상을 정책으로 구현해 기업들을 키워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정신은 한마디로 '하면된다'이다"고 말했다.

    좌 이사장은 "'하면 된다' 정신과 거리가 멀었던 우리 국민들이 국민의식개혁과 새마을운동으로 탈바꿈하게 됐다"며 "국가 지도자는 국민들에 대한 인센티브 구조를 만들고 자조 방향으로 국가를 끌고 나가야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평등'이 내포한 위험성을 꼬집기도 했다. 평등은 △결과의 평등 △기회의 평등 △법앞의 평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데 현 집권세력은 결과의 평등으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 집권세력은 '평등'이라는 메시지로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며 "국가가 기회까지 모두 보장할 순 없지만, 적어도 노력한 자에게 기회가 갈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신 법 앞의 평등을 추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 김은구 서울대 트루스포럼 대표가 6일 '박정희 정신을 찾아서'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김은구 서울대 트루스포럼 대표가 6일 '박정희 정신을 찾아서'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공산주의와의 전쟁, 박정희 시대가 갖는 의미

    첫 발제자로 나선 김은구 서울대 트루스포럼 대표는 "박정희 정신의 핵심은 자기책임과 자조정신인데 인간의지가 역사발전의 근본이라는 주장"이라며 "이는 자연스럽게 '구조적 결정론', 즉 패배주의를 부정하게 됐다. 마르크스주의와 주체사상을 비롯한 사회주의 이념과 구별되는 근본적 차이"라고 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마르크스주의 유물사관은 계급구조를 중심으로 한 구조적 결정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구조적 결정론은 모든 문제의 근원을 구조 문제로 탓하면서 자신의 노력을 가치없는 것으로 치부하게 한다는 것이 중점이다.

    김은구 대표는 "최근 일부 청년들이 태영호 전 북한 공사를 체포하겠다고 벼르고 있는데, 이 사람들의 뇌리에는 대한민국은 친일파가 미국과 붙어 세운 나라이고 자본주의는 만악의 근원이라는 사고가 깔린 것"이라고 했다. 그 결과 황당하게도 노예국가 북한의 비정상적 전체주의 체제와 주체사상을 옹호하는 숙주가 되고 있다고도 했다.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던 박정희

    성창경 KBS 공영노조위원장은 "5천년 동안 가난을 벗지 못했고 자력으로 나라를 지킬 수 없어 중국에 조공을 바쳤던 나라를 오늘의 대한민국으로 만든 게 누군가"라고 반문, "그런데 지금은 좌파 정권이 친북 종북 정책을 마구잡이로 펼치며 전직 대통령을 두 명이나 구속하고, 숱한 인사들을 적폐라고 잡아넣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박통을 독재자라 하지만 어떤 의미에선 위대한 민주주의자라고 생각한다. 모든 국민들로 하여금 민주주의 인식을 갖게하고 가난으로부터 독립시켰다.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이것이 박통을 움직인 엔진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지도자는 욕먹을 각오가 되어있어야 하는데 지금 나라에 이런 지도자가 있나. 그는 권좌에 앉아 숱한 욕을 먹었지만 개인 것을 가져본 적 없었다. 국민들에게 얻게하고 본인은 재가 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화장실 변기통에는 절수(節水)를 위한 벽돌이 있었고 집무실에는 손부채가, 그가 부하의 흉탄(凶彈)에 맞아 병원에 실려 왔을 때, 그의 벨트는 낡았고 차고 있던 시계는 빛을 바랬다. 그래서 의사는 처음에 그가 대통령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그는 가난·습관·전통·명분·여론·공산주의자들과 싸워 조국을 위대한 나라로 만들어놨지만, 정작 자신과 가족은 고스란히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이것이 박정희에 대한 이 나라의 보상인가"

    성 위원장은 "대한민국 한복판에 북한 노동당 정권 수괴인 김정은 사진이 커다랗게 걸려 있는 반면 탄신 100주년을 맞아 기념 우표 한 장 만들지 못하고, 광화문 사거리에 동상 하나 세우지 못하면서, 나라가 풍전등화 위기에 처하자 다시 박정희 대통령을 찾는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탄식, "젊은이들이 너무 깊은 잠을 자고 있다. 깨워야 한다"고 호소했다.


  • ▲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6일 '박정희 정신을 찾아서' 토론회에 사회자로 참석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6일 '박정희 정신을 찾아서' 토론회에 사회자로 참석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비서실장'의 존재와 '경험하지 못한 나라'의 실체

    이날 토론회 중간중간에는 '청와대 비서실장'의 존재 의미에 대한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 기간에 임종석 비서실장 선보였던 행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박정희 대통령 때 청와대 비서실장이 활개를 치고 다녔다면 상당한 문제가 됐을 것"이라며 "사진 기자들에게 사진도 찍히지 않으려고 박통에게서 몇걸음 떨어져 그를 18년간 모셨던 분이 고병우 전 건설부 장관인데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주셨다"며 소개하기도 했다.

    뒤이어 발제자로 나선 이강호 국가전략포럼 연구위원은 "최근 문 대통령이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했다. △대한민국이 상상하지 못한 가난한 나라로 떨어지거나 △한반도에서 몇천년간 지속됐던 가난의 시절로 회귀하겠다는 뜻이 담겼다고 했다.

    이강호 연구위원은 "조선과 소련은 '모두가 잘살자'고 외쳤지만 모조리 파국을 맞았다"며 "'우리도 잘살아보자', '노력한 자에게 대가를', '경쟁 의식' 등 능력을 강조했던 박정희 대통령이 있었기에 상고 출신 노무현 대통령도 존재할 수 있었다. 이런 박통을 독재자라고 한다면 히틀러, 스탈린, 모택동, 김일성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은 "1969년 겨울, 어머니가 주신 태극기 한 장과 100불을 들고 유학을 떠나던 날, 생애 처음으로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조국은 그야말로 벌거벗은 산하였다. 잠시 후 동해 바다를 지나 보이는 일본은 온통 나무로 덮여있었다"고 회상, "10년 후 귀국해서 본 대한민국 산하는 푸른 옷과 경부고속도로를 입고 있더라. 짧은 시간에 산림녹화, 토목기술,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 등을 이뤄냈다. 그 중 특히 원자력발전소 건립은 엄청난 모험이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로선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예산이 투입됐어야 했던 원자로 사업이었다. 우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형 상용 원자로,스마트 원자로, 연구용 원자로까지 3가지 원자로를 수출하는 나라이고, 철광석도 없는데 제철소를 건설해 철강을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며 "불가능을 가능케 한 힘은 '할 수 있다(We can do) 정신에서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 ▲ 특별좌담회 참석자들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박정희대통령 탄생 101돌 기념 특별좌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특별좌담회 참석자들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박정희대통령 탄생 101돌 기념 특별좌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역시 '할 수 있다'를 강조했다. 조 교수는 "1960년대 한국이 빈곤했던 이유는 가난을 숙명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고, 어떻게 가난에서 벗어날지에 대한 국가적 고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정희 정부의 시장개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부의 시장개입은 필연적으로 경제효율을 떨어뜨리고 부패를 부르지만, 경제발전 초기의 한국경제는 경제질서와 제도 그 어떤 것도 미비했기에 선택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그러면서도 한국 경제가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에 대해서는 "실적과 인센티브"라고 단언했다. 조 교수는 "박 정부는 실적과 인센티브를 절묘하게 교환했고, 기업 입장에서 '실적과 지원의 교환'이라는 국가 지원은 실적달성을 위한 충분한 유인책이 됐다"며 "분배가 아닌 투자주도 성장을 꾀한 것이 절대빈곤에서 경제를 건져 올릴 수 있었던 이유"라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고 하는데,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진다는 것은 허구다. '가진 것이 없어 가난할 수 밖에 없다'는 체념 대신 '맨주먹과 몸을 가진 것'을 축복으로 여기자고 설득한 것이 박정희 정신이며 그것이 자조정신"이라고 덧붙였다.

    박정희 재임 18년, 어떻게 봐야하나

    이날 토론회에서는 박정희 대통령 재임 18년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잣대 외에 더욱 공정하고 다양한 기준과 원칙에 비례해 들여다봐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용삼 '박정희 정신' 편집장은 "미국 역사가들은 자국 대통령을 평가할 때 9가지 기준을 적용한다"고 했다. 그가 언급한 기준은 △당시 시대적 분위기 △대통령의 직위가 공공복리 증대에 적용됐는지 여부 △외교에서의 국익 수호 △국민의 대표성 △국가 장래 운명에 미친 영향 등이다.

    김용삼 편집장은 "지구상에서 발생했던 쿠데타 중 5.16만큼 번영과 기적을 가져다 준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개조와 산업화에 성공했다는 차원에서 역사상 가장 성공한 쿠데타라는 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박정희 정신'의 탐구를 위해 12월 중 그와 관련된 단행본을 발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