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안보리 제재 계속해야" 주장했는데… 靑 "다른 표현 어려웠을 것" 이상한 해석
  • ▲ 문재인 대통령이 프랑스 정상회담 중간 참모들과 회의를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프랑스 정상회담 중간 참모들과 회의를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지난 15일 열렸던 한국-프랑스 공동선언에서 양 정상이 '완전하고 불가역적이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CVID)'에 의견을 같이 한 것과 관련해 "EU의 공동 안보입장이 CVID여서 다른 표현을 쓰기가 어려웠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동시에 "그 용어(CVID)가 우리 정부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과 의미가 다르지 않다고 판단해 유연하게 받아들였다"고 언급했다. 양측 간 견해차가 있었고, 결국 프랑스 측 주장대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된 EU의 공동 안보 입장이 CVID인 것으로 EU차원에서 정리가 돼 있다"며 "EU의 회원국이자 중심국인 프랑스가 다른 용어를 쓰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더 큰 차원에서 보자면 (CVID가 아닌) 다른 표현을 쓰는 것은 EU차원의 승인이나 협의가 사전에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이같은 언급은 문재인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공동선언에 '양 정상은 한반도의 비핵화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CVID)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였다'고 서술돼 있는 부분을 해명한 것이다.

    당초 CVID는 미국이 북한과 비핵화를 논의하던 초반에 사용하던 개념인데, 미국은 북한과 비핵화 협상이 장기화 됨에 따라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을 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로 초점을 바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 장관도 현지시각으로 지난 15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이스'에 실은 기고문에서 "FFVD가 북핵합의에서 미국이 타협하지 않을 핵심 내용"이라며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보다 우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프랑스와의 정상회담 과정에서 초기에 논의됐던 CVID가 재언급된 것이다. 이는 청와대가 대북제재 완화를 언급하는 상황과도 결이 다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같은 자리에서 '한국과 프랑스가 함께 CVID의 뜻에 동의한 것을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사정을 프랑스 쪽에서 우리 정부에 양해를 구했다"면서 "우리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써 왔는데, 실질적 의미에 있어 완전한 비핵화와 CVID가 다르지 않다 판단해서 그 용어를 유연하게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크롱 발언과 문 대통령 발언… '결'이 달라

    그렇다면 우리 정부와 프랑스 간 합의는 EU의 입장 문제 때문에 CVID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뿐, 실제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우리 측 시각에 가까운 입장을 보인 것일까.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저희는 무엇보다 평양의 구체적인 공약을 기대하고 있다. 비핵화 그리고 미사일 계획을 폐지하기 위한 프로세스에 실질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북한의) 실제적인 의지가 보여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때까지는 저희가 유엔의 안보리가 채택한 제재를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대북제재 완화를 언급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주장과는 상당 부분 거리가 있다.

    반면 똑같이 비핵화 방안으로 CVID에 합의했지만 청와대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의 분위기는 프랑스와는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주세페 콘테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께서 진행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매우 중요하며 역사의 한 장을 쓰고 있다"며 "이탈리아 정부는 항상 지속적으로 완전하게 한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의 실천조치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이어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및 발사대 폐기를 약속했고, 미국의 상응조치가 있을 경우 국제적 감시 속에 대표적 핵 생산시설 폐기를 공언했다"며 "그것이 폐기될 경우 비핵화는 상당부분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는 만큼 북한이 비핵화를 계속하도록 국제사회의 격려 및 유인조치가 필요하며 이탈리아와 EU가 이를 적극 지지해 주길 바란다"고 한 말에 대한 답변이다. 양측의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청와대가 배포한 사전 자료에도 한국과 프랑스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CVID는 물론, 비핵화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마크롱 대통령의 입장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노력이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하고, 프랑스도 한반도 평화 구축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지지하면서 건설적 역할을 수행해 나가겠다'고 한 것으로 정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