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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태양광에너지 사업을 '싹쓸이'하다시피 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녹색드림협동조합(이하 녹색드림)이 업체 선정과정에서 '특혜'를 제공받았을 가능성을 확인해주는 정황이 포착됐다.
서울시는 녹색드림을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업체로 선정할 때 사업실적을 요구하지 않았다. 당시 녹색드림은 태양광사업 실적이 전무한 상태였다. 그러나, 녹색드림이 업체로 선정되고 난 뒤엔, 선정기준에 실적이 포함됐다.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관급 공사나 사업에서 업체를 선정할 때 실적 요구는 대개 필수사항이다.
서울시는 녹색드림이 전기공사에 필요한 면허를 취득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전기공사업 면허를 선정기준에 넣기도 했다. 서울시가 사실상 녹색드림을 위해 '룰'을 바꾼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녹색드림 이사장은 소위 '386 운동권'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와 친분이 두터운 허인회(55) 씨다.
◇서울시, 허인회 '녹색드림' 태양광 사업 뛰어들자 선정기준 바꿔
18일 <뉴데일리>가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3년 태양광에너지 사업을 시작한 이후 2016년과 2018년 두차례에 걸쳐 업체 선정기준을 변경했다.
주목할 점은 2015년에는 업체 선정기준으로 사업실적을 요구하지 않았으나 2016년부터는 포함한 것이다. 실제 2015년 1월 발표된 '서울시 태양광 미니 발전소 보급 지원사업' 공고를 보면 업체(협동조합 기준) 선정 자격 요건은 △서울소재 태양광 관련 협동조합 △시가 제시한 보급기준에 적합한 제품을 공급하고 최소 100개소 이상 보급할 수 있는 업체 △2014년 정부 신재생에너지 주택지원 사업 참여기업으로 선정된 업체 등이다.
반면 2016년 1월 업체 선정 공고문에는 전년도와 달리 '실적' 항목이 추가됐다. △서울시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 지원 사업에 참여한 업체로 최근 2년간 20개소 이상 보급한 업체(일반업체는 200개소 이상) △서울소재 태양광관련 협동조합으로 설치 실적이 있는 조합 등이다. 2017년 공고문에도 △최근 2년간 20개소 이상 설치했거나 공공 부지를 임차해 사업 운영 경험 있는 협동조합 등으로 참여자격 요건에 제한을 뒀다.
통상 관급 공사 등을 진행할 때 사업실적은 업체 선정기준의 필수 요소라는 점에서 서울시가 처음부터 업체 실적을 요구하지 않은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관급 공사를 진행할 때 업체 실적은 필수적으로 포함된다"며 "업체가 이 사업을 다룰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판단 근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최초 실적을 요구하지 않은 점도 이해할 수 없지만, 다시 실적을 요구한 게 더욱 납득되지 않는다"며 "일반적 관급 공사의 행정절차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곡물사업하던 녹색드림, 수개월 만에 서울시 태양광 사업 따내
서울시는 왜 통상적 절차를 따르지 않았을까. 녹색드림의 사업연혁을 살펴보면 그림이 그려진다. 녹색드림 홈페이지를 보면, 2013년 4월 설립된 녹색드림의 주요 사업분야는 곡물유통사업·의류봉제사업 등이다. 태양광과 연관성이 없다.
녹색드림이 태양광과 연관성을 갖기 시작한 시점은 2015년 10월부터다. 홈페이지에는 '2015년 10월 12일 SH공사와 미니태양광 설치사업 MOU 체결'이라고 적혀 있다. 2016년 2월 20일에는 '서울시 미니태양광 설치 사업자로 선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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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뉴데일리>가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녹색드림은 홈페이지에 밝힌 날짜와 달리 2015년 11월 30일 SH공사와 MOU를 체결했다. 당시 미니태양광 기부 설치를 SH공사 측에 제안했고, 그해 12월 10일 노원구 임대아파트에 25대를 무상으로 설치했다. 태양광과 '인연'을 맺은 지 불과 3~4개월 만에 수십, 수백억원의 세금이 지원되는 서울시 사업을 따낸 셈이다.
여기서 두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녹색드림이 태양광 사업에 진출했던 2015년, 서울시는 태양광 설치실적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녹색드림은 태양광 설치실적이 전혀 없었지만, 서울시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업체로 선정될 수 있었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사업실적을 선정기준에 포함시켰다. 공교롭게도 서울시가 선정기준을 변경하기 한 달 전쯤 녹색드림은 SH공사의 도움으로 10일 만에 설치 실적을 갖게 됐다. 2016년 협동조합 설치실적 기준은 20개소 이상으로, 녹색드림은 간신히 기준을 통과한다. 일반업체는 200개소 이상의 설치 실적이 필요했다. 녹색드림의 '실적'을 가능하게 했던 SH공사는 서울시 산하 기관이다.
당시 SH공사 변창흠 사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최측근으로, 지난해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박원순 시장과의 관계 혹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직원 인사평가를 실시했다'는 이른바 '박원순판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사퇴했었다.
◇'엿장수' 서울시, 실적 기준 넣었다 뺐다
업계는 서울시의 이같은 행태에 대해 "진입장벽을 낮춘 후 높여 특정업체에게 혜택을 준 것"이라고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태양광사업 경험이 전혀 없던 녹색드림협동조합은 사업진출 당시 관련 사업실적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월한 진입이 가능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이듬해 서울시가 설치실적을 요구했고 결과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아졌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녹색드림의 실적쌓기와 선정기준 변경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18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태양광 사업 기준이 변경되기 직전, 녹색드림에서 SH공사에 장비를 기증해 요건을 충족시킨 점이 의심스럽다"며 "홍보활동·전문성을 인정받은 상황 하에 실제 수요가 있어서 설치한 것도 아니고 일방적 기증형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에서 요구한 실적 20대와 실제 기증 25대라는 그 숫자도 교묘하지 않느냐. 이 부분에 대해선 명확한 서울시의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선정과정에서 서울시가 '룰'을 바꿔가며 진입장벽을 높인 사례는 또 있다. 바로 전기공사업면허 신설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태양광사업에 대한 의혹이 나오자, 올해부터 △전기공사업 면허 등록된 업체 △서울 소재 태양광 관련 업체 등 기본 요건만 있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도록 태양광사업 참여업체 자격기준을 바꿨다.
◇녹색드림, '전기공사 면허' 신설되기 6개월 전 취득
하지만 '전기공사업 면허 등록된 업체'는 올해 신설된 규정이다. 녹색드림은 지난해 1월 사업공고가 나올 당시 전기공사업 면허가 없었다. 녹색드림은 지난해 7월 20일 전기공사업 면허를 취득했다. 서울시가 선정기준으로 전기공사업 면허를 신설하기 6개월 전, 면허를 취득한 것이다.
업계는 전기공사업 면허를 신설한 건 신규 업체의 진입을 막는 꼴이어서 결국 녹색드림에게 유리하다고 했다. 전기공사업 면허 취득 조건도 까다로워 신생 업체에겐 '언감생심'이라고 했다. 한국전기공사협회에 따르면 전기공사업을 등록하기 위해선 기술자 3명, 자본금 1억 5000만원, 사무실이 있어야 한다. 이와 별도로 전기공사협회 측에 수천만원의 공탁금도 내야 한다. 취득기한은 업체별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수개월가량 걸린다고 한다.
전기공사업자는 "전기공사업 면허는 단독주택이나 공동주택의 옥상 태양광, 상업용 발전시설 등 kW급 이상 중‧대용량 이상 설비 시공 시에만 필요했다"며 "와트(W)단위 소형 태양광판을 설치할 때는 필요 없었다. 결국 진입장벽을 높인 꼴"이라고 했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서울시와 녹색드림 측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한편 서울시는 2013년부터 베란다형 태양광 미니발전소, 주택형·건물형 태양광 미니발전소 등 태양광에너지 지원사업을 추진키로 했고, 시범사업을 거친 뒤 2015년부터 본격화했다. 이 사업은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보조금 사업으로, 서울시는 올해 총 297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최근 5년간 서울시 미니태양광 설치사업 보급대수는 녹색드림을 비롯해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해드림협동조합 등 이른바 '친여(親與) 태양광 빅3'가 '싹쓸이'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들 3곳이 지난해 수령한 서울시 보조금은 43억 4700만원 상당. 이는 지난해 서울시 태양광에너지 사업 전체 보조금 71억 3000만원의 63.8%에 달하는 금액이다.
허인회 이사장의 녹색드림은 지난해 서울시가 지원한 세금의 30%가량을 가져갔다. 금액으로는 19억 3200만원 정도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5년 보조금 수령액은 1100만원에 불과했다. 허 이사장은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소위 '운동권'으로 열린우리당 청년위원장을 지냈다. 16·17대 총선에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