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에 진성서 제출...현장 교사 역차별 지적은 외면
  • ▲ 전교조 기간제교사 특별위원회·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등은 17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간제교사 호봉승급 차별 진정 및 기간제교사 차별시정 권고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데일리 정상윤
    ▲ 전교조 기간제교사 특별위원회·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등은 17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간제교사 호봉승급 차별 진정 및 기간제교사 차별시정 권고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데일리 정상윤
    전교조 기간제교사들이 "호봉승급과 수당 등에서 정교사와 차별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그러나 "정교사와 차별을 없애달라"는 기간제교사들의 주장은 정규 임용시험을 통과한 정교사는 물론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예비교사들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교조 기간제교사 특별위원회·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등은 17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간제교사 호봉승급 차별 진정 및 인권위의 기간제교사 차별 시정 권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규교사는 1급 정교사 자격을 받으면 바로 호봉이 승급되는데, 기간제교사만 다음 계약에서 적용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기간제교사가 정교사?

    김동국 전교조 기간제교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호봉승급은 물론, 정근수당과 복지에 대해서도 차별이 있다"면서 "헌법에도 (국민이) 생활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기본권을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권위는 기간제교사에 대한 차별 시정 권고를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기간제교사는 정교사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학교에서 정교사와 함께 생활하는 기간제교사는 교원 신분이지만 교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정확히 표현하면 모두 정교사에 해당하는데, 지위와 처우는 기간제인 비상식적 일이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중등학교 교원자격증은 정교사 1급과 2급으로 나뉜다. 사범대학을 졸업하거나 재학 중 교직이수를 받은 사람 등이 중등학교 2급 정교사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이 중 3년 이상 경력교사가 1급 정교사 연수를 받으면 해당 자격을 얻게 된다. 1급 정교사가 되면 호봉이 1단계 오르고 보직교사 자격 등이 생긴다. 교육부의 '교육자격검정 실무편람'에선 해당 조건을 정규 교원에 한해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대법원이 "교육부가 기간제교사의 정교사 1급 취득 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논란이 일었다.

    연수를 받기 위해 오랜 기간 대기하고 있는 정교사들도 있는데, 기간제교사 숫자만 5만명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1급 정교사 자격이 되는 기간제교사만 2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모두 1급 정교사 연수를 신청할 경우 현장 혼란을 면키 어렵다.

    ◇기간제교사에 1급 정교사 자격 부여 논란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정교사도 1급 연수를 신청하면 보통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며 "기간제교사도 연수를 시킨다면 프로그램을 타이트하게 확대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계 관계자 A씨는 "1급 연수를 수년 간 기다리고 있는 정교사들도 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간제교사에게 연수를 받게 해준 것은 놀라운 판결이었다"며 "전체 교직기간을 보면 정교사들도 상당한 임금을 손해보고 있는 것인데, 기간제교사까지 대거 연수를 신청하게 되면 사실상 정교사들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박혜성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차별은 인권유린이며, 그 어떤 이유로도 차별해서는 안 된다"면서 "정규교사와 똑같은 시간 근무하고 똑같은 노동을 하면서도 기간제교사라서 차별 받고 있다. 호봉승급, 성과급, 정근수당, 복지 등에서 부당한 차별을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간제교사노조는 전교조와 같은 법외(法外)노조다. 이들은 올 초 정부에 노조 설립신고를 냈으나, 정부는 이들이 현직이 아닌 사람의 가입을 허용했다는 이유로 반려(返戾)했다.

    박 위원장은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를 위해 노조를 설립했다"면서 "그러나 정부는 우리가 학교 현장에 근무하지 않는 기간제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며 노조 설립신고서를 반려했다. 노동을 존중하고 사람이 먼저라던 문재인 정부가 차별에 시달리는 기간제교사들의 노동기본권을 묵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사들, "'기회의 평등' 존재하는데 '결과의 평등' 요구는 과하다"

    현직 교원 및 교육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기간제교사들의 요구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계 관계자 A씨는 "중등교원의 경우, 임용시험을 많게는 4수, 5수까지 하면서 들어오는데 기간제교사들이 정교사와 같은 대우를 요구하면 공부한 사람들은 뭐가 되느냐"며 "정교사가 될 수 있는 기회는 평등한데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기간제교사를 하면서 정교사와 동등한 대우, 즉 결과의 평등을 주장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현직 고등학교 교사 B씨는 "기간제교사가 고용이 불안한 것은 맞지만, 처우에 있어 기간제교사에게 그렇게 부당한 차별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임금도 거의 비슷한 것으로 안다"며 "기간제교사에게 정교사 기회를 안 주는 것도 아니고, 정당한 임용 과정과 기준이 있는데 차별이라는 이들의 주장은 다소 과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기간제교사를 약 4년 하고 고등학교 정교사로 임용된 C씨는 "수당, 기본급은 정교사와 거의 같지만 호봉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그 이상 올라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기간제교사를 하다 임용시험에 합격하면 모든 기간제교사 경력이 호봉으로 인정된다. C씨 역시 정교사로 임용되는 과정에서 모든 호봉을 인정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