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조실장 맡았던 작년 5월 '대치동' 매입… 4개월뒤 '재건축 인가' 떨어져 9억원 차익
  • ▲ 손병석 국토교통부 제1차관. ⓒ뉴데일리 성재용 기자
    ▲ 손병석 국토교통부 제1차관. ⓒ뉴데일리 성재용 기자
    손병석 국토교통부 제1차관의 부동산 재테크가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과 세종시 어진동의 아파트를 팔고 강남구 대치동의 ‘똘똘한 한 채’를 사들여 시세차익으로만 10억원에 가까운 이득을 봤기 때문이다. 

    국토부 기조실장 맡았던 2017년 5월 매입

    17일 대한민국 전자관보에 따르면 손 차관은 현재 강남구 대치동 쌍용2차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손 차관은 2017년 2월 당시 보유하고 있던 삼익아파트와 세종시 어진동 레이크파크 아파트를 매도하고 2017년 5월 지금 갖고 있는 쌍용2차 아파트를 매입했다. 4개월 뒤인 그해 9월 12일, 강남구청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8조 및 동법 시행규칙 제9조 규정에 의거해, 대치쌍용2차 재건축 조합(조합장 안형태)이 신청한 사업시행계획(안)을 인가했다. 

    손 차관은 2016년 5월~2017년 6월까지 국토부 기획조정실장을 맡았다. 국토부 기획조정실장은 제1차관을 보좌해 국토부의 각종 정책과 주요업무계획을 수립하고 조정하는 요직이다.

    당시 손 차관은 이 아파트 120.76㎡(36평)를 16억5000만원에 샀다고 신고했다. 최근 강남권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이 아파트 동일면적 매물은 지난 8월 21억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현재 호가는 26억까지 뛰어오른 상태다. 호가를 기준으로 단순 시세차익을 계산하면 무려 9억5000만원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 들어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매물을 정리하고 강남권의 똘똘한 한 채를 남기는 전략이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손 차관 역시 같은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손 차관은 주택 1채를 팔고 1채를 남기는 것이 아니라, 두 채를 다 팔아서 더욱 가치가 높은 새로운 매물을 매입하는 전략을 취했다. 

    '대치동 쌍용2차' 매입 4개월 만에 재건축 사업 인가

    손 차관이 15년 이상 거주하던 방배동 삼익아파트를 팔고 쌍용2차 아파트를 매입한 것은 대치동의 재건축 사업성에 주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손 차관은 쌍용2차 아파트가 아니라, 본인이 매도한 삼익아파트에 다시 전세를 얻어 실거주 중이다. 쌍용2차 아파트를 실거주 목적으로만 구입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강남권 재건축의 대표격인 은마아파트의 바로 길 건너에 위치한 쌍용2차 아파트는 대치동 학원가와 가까운 데다 교통 등 입지조건 등이 뛰어나 재건축 사업성이 높은 단지로 평가받는다. 지난 6월 대형사들의 치열한 경쟁 끝에 현대건설이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돼 사업을 진행 중이다. 

    쌍용2차는 총 364가구다. 쌍용2차 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최대 용적률 300%를 적용해 지상 35층 620가구 규모로 재건축한다는 계획이다. 조합원 배정물량과 임대물량을 제외하고도 남은 가구를 일반에 분양할 경우, 조합원들은 상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치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쌍용2차 아파트의 현재 호가는 26억원 수준까지 올라갔다. 대형사가 시공하는 데다 대치동이라는 이름값도 있어 재건축 이후 호가는 최대 37억원까지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회피 노렸나

    일각에서는 손 차관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세금부과를 피하기 위해 부동산을 정리한 것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손 차관이 쌍용2차 아파트를 매입할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쌍용2차 아파트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회피에 긍정적인 전망이 나왔던 단지 중 하나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2013년부터 2017년 말까지 일시 유예됐다. 재건축 조합이 초과이익환수를 피하고 싶다면 유예기간이 만료되는 2017년 말까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아야 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업계에는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속도’에 주목했다. 재건축 사업속도에 따라 많게는 억대의 세금이 부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쌍용2차는 지난 2015년 7월 재건축 조합이 설립됐으며 이미 2016년 말 서울시 건축위원회의 심의에서 조건부 의견을 받는 등 강남권 재건축 단지 중 사업속도가 가장 빠른 편에 속했다. 반면 삼익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계획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3번이나 보류되면서 초과이익환수가 사실상 확정된 상황이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 건축심의가 10개월 이상 지연되면서 초과이익환수를 피하지 못하게 됐지만 쌍용2차의 경우 지금도 재건축 사업속도가 빠른 편”이라며 “건설부 시절부터 국토교통부에서 수십년을 근무해온 주택 전문가인 손 차관이 해당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