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같이 저녁을 먹지는 않았다, 잘 모른다"… '들러리 특사' 논란 커질듯
  • ▲ 지난 5일 대북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결과발표를 위해 6일 춘추관 브리핑룸에 등장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지난 5일 대북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결과발표를 위해 6일 춘추관 브리핑룸에 등장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지난 5일 대북특사 방북으로 3차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낸 청와대는 전반적으로 방북 성과에 흡족한 모습이다.

    하지만 북한 비핵화의 방법론을 끌어내지는 못한 채 단순히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 의지'를 대신 언급하는 '스피커 역할'을 한 실익 없는 방북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6일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방북 결과를 보고받고 만족해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오전에 정의용 실장의 브리핑 과정에서 뜻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오전에 진행된 질의응답 중 정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라고 언급한 말이 가장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안에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2년 남짓 남았는데 그때까지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을 했다. 북한이 그동안 미국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 온 태도에서 벗어나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언급하고, 구체적인 비핵화 시점도 제시했다는 게 청와대의 시각이다.

    "김정은, 비핵화 의지 의심해 답답해한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전에 가진 방북 결과 브리핑에서 "북한 김정은이 자신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국제 사회 일부의 의문 제기에 답답함을 토로하면서, 북한이 필요한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실천한 데 대해 선의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말을 전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의 참모는 물론 그 누구에게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며 "미북 협상에 어려움이 있지만 그럴수록 자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는 유지될 것"이라고도 했다.

    김정은이 이런 반응은 지난달 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방북을 무산시킬 정도로 '적대적인'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김영철 명의로 "기꺼이 무엇인가를 줄 생각이 없다면 오지 말라"는 내용이 담긴 이 편지를 검토한 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계획을 뒤집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호용 실장이 밝힌 김정은의 발언은 미국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북한 '비핵화 방법론'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 없어

    하지만 이같은 김정은의 '이례적인' 저자세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비핵화 방법론'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정의용 실장은 "북한은 선제적 조치에 대한 상응하는 조치가 이뤄진다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조치들을 해나갈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면서도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에 대한 구체적 답변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9월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9월 유엔총회에서 남북미 정상회담은 실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동시다발적인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사단 홀대? 같이 밥도 못 먹고 우리끼리 식사

    이번에 우리 대북 특사단이 북한에서 받은 대접 역시 후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오찬은 고려호텔에서 김영철·리선권 등 다섯 명과 했고, 저녁은 북쪽에서 내놓은 음식을 우리 쪽 특사단 5명끼리 식사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기자들이 '저녁을 먹은 이후에도 협상이 계속됐느냐'고 캐물었다. 그러자 김 대변인은 "왔다 갔다 하면서 같이 한 것 같다"며 "같이 저녁을 먹지는 않았는데, 협상을 하면서 식사도 하시고 그랬던 것 같다"고 답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다시 이어지자 "글쎄 그게 칼로 무 자르듯 할 수 없다"며 "제가 모른다"며 답을 피했다. 사실상 북측 지도부와 함께 한 만찬은 없었고 대북 특사단끼리 간단히 식사를 했다는 것이다. 

    이는 오전 공식 면담 일정으로 잠시 북한 김정은을 만난 것 외에는 따로 김정은을 만난 적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 대변인은 "(손님이 왔으니 함께 먹는다는 의미의) 만찬은 예정에 없었다"며 "협상이 길어지면서 남북정상회담의 구체적 방안을 협의하면서 그 내용이 길어진 것 같다"고 했다. 

    때문에 이번 대북 특사 방북이 사실상 북한의 스피커 역할을 했을 뿐 비핵화 협상에서 실질적 실익이 없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정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 김정은의 언급에 대해 "풍계리는 갱도 3분의 2가 완전히 붕괴돼 핵실험이 영구적으로 불가능하게 됐고, 유일한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파괴도 향후 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을 완전히 중지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매우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조치인데 이런 조치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가 인색한 데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나아가 "비핵화를 결정한 자신의 판단이 옳은 판단이었다고 느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길 희망한다고 했다"며 "미국 간의 70년간 적대 역사를 청산하고, 미북 관계를 개선해 나가면서 비핵화를 실현 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는 모두 북한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야기다.

    방법론 빠진 '의지 표명'... 미국이 받아들일까?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6일 "이번 결과를 보며 우려되는 점은 북한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비핵화 의지 및 관련 조치 등을 구체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종전선언과 남북 관계개선을 조급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북한 비핵화에 대한 진전없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추진은 북한의 핵무장을 용인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전 국민적 염원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위배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측은 이미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같은 조치에도 불구, 북한의 비핵화 시간표를 줄기차게 요구했었다. 미국은 지난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때 북한 김정은을 만나지 못했고, 이후 북한 측은 매체 등을 통해 단계적·동시적 조치가 비핵화의 해법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 종전선언 등을 요구하며 미국을 비난했다.

    여기에는 미국이 비핵화 시간표와 절차 등이 담긴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북한에 제시했지만, 북한 측이 모두 거절한 배경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방법론이 빠진 '의지 표명'을 미국이 받아들일지 여부가 현재로서는 불분명한 이유다.

    김의겸 대변인은 같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 북한과 미국, 양쪽을 대표하는 수석 협상가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아울러 "이런 배경하에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북에 전달한 것이고, 북의 메시지를 금일 오후 8시에 볼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