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특수학교-한방병원' 연계 태도에, 장애우 부모들 "모욕감 느낀다"
  • ▲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5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강서 서진학교 건립에 따른 3자 합의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호영
    ▲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5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강서 서진학교 건립에 따른 3자 합의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호영
    서울시교육청이 특수학교(서진학교) 설립을 위해 지역주민들과 '국립 한방병원 건립'에 협조키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번엔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시교육청이 학교 건립에 반대한 지역주민과 국회의원의 협조를 이끌어 내기 위해 이들의 요구사항을 대거 수용해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는 이유에서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5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강서 서진학교 건립에 따른 3자 합의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불의한 거래로 만들어진 합의문으로 장애가족들의 자존심은 무참히 짓밟혔다"며 조 교육감의 즉각 사과와 합의문 철회를 요구했다.

    '무릎 호소' 1년…학부모들 "3자 합의, 모욕감 느낀다"

    앞서 지난해 9월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에서는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주민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장애학생 학부모들은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일부 강서구 주민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학교 설립 찬성을 호소한 사실이 알려지며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장애학생 학부모들의 '무릎 호소' 사태 이후 1년 만인 지난 4일, 시교육청과 강서구민 간 갈등은 가까스로 봉합됐다. 조희연 서울교육감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지역구 강서구을), 강서특수학교설립반대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서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합의문'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합의안에는 강서구민들의 숙원사업인 국립한방병원 건립 협조를 비롯해 주민들의 요구가 대거 반영됐다. 주요 내용은 교육청은 △인근학교 통폐합시 그 부지를 한방병원 건립에 최우선적으로 협조, △주민복합문화시설 건립, △기타 지역주민이 필요로 하는 사항에 대한 추가 협력 등이다.

    이는 사실상 장애학생들의 학습권을 볼모로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한 일부 강서구민들의 요구가 상당 부분 받아들여진 것으로, 향후 시교육청이 서울지역 특수학교 추가 설립을 추진할 경우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울부짖는 학부모들…'조희연 사퇴' 목소리도

    이날 시교육청 앞에 모인 장애학생 학부모들은 "공사가 시작된 상황에서 절차상 필요없는 '합의'를 통해 누군가로부터 설립을 협조받는다는 것 자체가 어이없는 발상"이라며 "특수학교가 기피시설인 듯한 인식을 더 강하게 심었고 향후 특수학교 설립 때마다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선례를 남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가 거지인가. 왜 특수학교를 짓는데 지역에 뭔가를 해줘야 하느냐" "서울교육 전체를 책임지고 있는 조희연 교육감이 장애학생 교육권을 두고 어떻게 정치인과 거래를 할 수 있느냐" "왜 우리들의 희망을 짓밟느냐"고 울부짖으며 조 교육감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장애학생 학부모들의 교육청 앞 기자회견이 다소 길어졌고, 흥분한 학부모들과 조 교육감이 비공개 회동을 가지면서 당초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서울특수교육 혁신을 위한 교육감 간담회'는 약 30분 가량 지연됐다.

    조 교육감은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국회의원과 주민들과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운을 뗀 뒤, "단지 이 과정에서 실무선에서 장애학생 학부모들과 소통이 된 걸로 알았는데, 학부모들로부터 그게 아니라는 말을 듣고 당황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통이 부족했다면 전적으로 제 책임이고, 이후 과정에서 잘 점검하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년 9월 개교를 위해 뚜벅뚜벅 가는 게 중요하다"며 "내년 특구학교 개교에 대한 실질적 담보를 하기 위한 저 나름대로의 노력이라고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남연 서울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합의문은 기본적으로 저희와 소통이 없었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며 "교육감께서 향후 3일간 (학부모들과) 협의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으니, 이제 시작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편 2013년 폐교된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들어서는 서진학교는 내년 9월 1일 개교를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공진초 건물 일부는 주민복합문화시설로 조성된다. 이날 합의문에 따라 서진학교에는 지적장애학생 140명이 다닐 예정이며, 강서구 장애학생이 우선 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