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철은 김진표, 이호철-양정철은 이해찬 지지… 의원들 공천 이해관계 따라 '줄서기'
  •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지도부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6.13 지방선거 승리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지도부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6.13 지방선거 승리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8월 25일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 선거를 열흘 앞두고 후보들의 경쟁 과정에서 최대 계파인 친문 그룹의 분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친문 핵심 '3철' 전해철 의원이 김진표 후보를 향해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주면서 분열 양상은 가시화됐다. 반면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이해찬 의원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3철'은 지난 3일 만찬 회동을 갖고 차기 당대표 선거 불개입 등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총선 공천 이해관계 따라 '갈라치기'

    민주당 친문 진영은 부산·경남(PK), 수도권 중진, 노무현 정부 청와대 인사 출신, 문 대통령 당대표 시절 영입 인사 등의 그룹으로 나뉜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는 의원들이 '원팀'을 강조하며 친문 단결로 압승을 거뒀지만, 두 달 뒤인 현재에 이르러 제각각 당대표 후보를 밀어주는 '갈라치기'로 각자 입맛에 맞는 이득을 꾀하고 있다. 차기 당대표가 2020년 총선 공천권을 쥐락펴락할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8·25 전당대회는 열흘 정도 남은 반면, 반영 비율 40%인 권리당원 ARS 투표는 20일부터 사흘간 진행돼 불과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이해찬·김진표·송영길 후보 3인들이 막판 친문 성향 권리당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배경이다. 

    말로는 친문 단결… 구심점 없이 '각자도생'

    당대표 후보 3인들은 너도나도 친문 적임자라 주장하며 손길을 내밀지만, 정작 따르는 의원들은 속 사정이 달라 뚜렷한 구심점 없는 모습이다.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한 듯, 지난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제발 당대표 선거와 관련해 당을 갈라치기 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올렸다. 하지만 해당 글이 논란이 되자 삭제했다.

    당대표 경선에 도전했던 박범계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차기 당대표는) 공정함이 권위로서 체화된 분이어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이해찬 후보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여기에다 비문계였던 이종걸 의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이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장관은 최근 의원실 관계자를 이 후보 캠프에 파견해 선거를 돕게 했다고 전해진다.

    한편 범친노계인 정세균 전 의장과 김두관 의원 등은 김진표 후보를 돕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86그룹'(운동권) 이인영 의원은 세대교체론을 주장한 송영길 후보를 지지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 '복심'으로 통하던 최재성 의원의 지지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 의원의 지지는 권리당원 표심에 영향력을 줄 수 있다. 김진표 후보와 송영길 후보는 민주적인 시스템 공천 내용을 담은 '최재성 표 혁신안'에 서로 본인과 공감대를 이뤘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의원은 오는 16일 후보 지지 입장을 표명할 전망이다.

    李 "젊은층과 소통"… 金 "이해찬 대세론 끝"… 宋 "지지선언 당규 위반"

    이 같은 현역 의원들의 공개 지지 선언이나 줄서기가 공론화되자 민주당 당규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규 33조 11항은 '국회의원, 시·도당위원장, 지역위원장이 공개적이면서 집단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반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송 후보는 13일 기자회견에서 전해철 의원 등의 움직임에 대해 "당헌당규에 (해당 조항을) 둔 이유는 당대표가 공천 권한이 있기 때문에 위반"이라며 "지구당 위원장과 국회의원들의 지지를 허용하게 되면 줄 세우는 정치가 된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 측 황창화 대변인은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과열된 김진표·송영길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당과 당원을 분열시키는 행태는 결국 8월 25일 당원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의원실 막내 비서를 통해 SNS 과외를 받는 동영상 촬영 일정을 소화했다. 이는 '1강 대세'를 굳히고자 주변에서 지적을 받고 있는 불통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김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이번 주말을 넘기면 1강·1중·1약 체제로 굳어질 것"이라며 "이해찬 대세론은 끝난 얘기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그는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실시한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권리당원을 상대로 내가 1등을 거뒀다"며 "표 비중 45%를 차지하는 대의원 표심도 서서히 나를 지지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