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 끝 출마 결단, "아직 당과 문재인정부 위해 할 일 있다"… 친문 진영 '묻지마'식 밀어주기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친노(親盧) 좌장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이 20일 8·25 전당대회 당대표에 전격 출마 선언을 했다.

    이해찬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튼튼하게 뒷받침하겠다"며 "2020년 총선의 압도적 승리로 재집권의 기반을 닦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우리 민주당은, 안으로는 지난 100년 간 쌓인 적폐와 불공정을 해소하고 밖으로는 적대와 분단을 넘어 새로운 평화와 통합의 시대를 열어야 하는 중대한 책임을 맡았다"며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하는 이유와 민주당이 다시 집권해야 하는 책임이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혁을 좌절시키고 평화를 방해하려는 세력들에 맞서 굳건하게 지켜내야 한다"며 "강력한 리더십과 유연한 협상력 그리고 최고의 협치로 일 잘하는 여당, 성과 있는 국회를 만들어 내야만 한다. 그 위에서 2020년 총선의 압도적 승리와 재집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많은 분들이 당대표 출마를 권유하셨다. 오래 생각하고 많이 고민했다"면서 "당의 한 중진으로 당과 정부에 기여해도 되지 않을까 수없이 자문했고, 그 결과 '하고 싶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아직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위해 '해야 할 일이 있음'을 알았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이제 좋은 시대 점점 끝나가… 재집권해야만 정책이 안정화"

    이 의원은 이날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당권 도전 고심을 길게 끈 이유에 대해 "다른 분(후보)들이 역동적으로 다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며 "웬만하면 저도 좀 이번에 안 나갔으면 했는데 불가피하게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당선 시 당·청 관계를 이끌 계획'을 묻는 말에 "(노무현 정부) 국무총리 시절에 당청 회의를 여러 번 했었고 그때는 총리 입장에서 당을 바라봤지만, 이번엔 당의 입장에서 여당이 (청와대를)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해야 하므로 긴밀하게 소통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1년이 지났는데, 이제 좋은 시대는 점점 끝나가는 것 같다"며 "잘 나가다가 갈수록 어려운 시대를 가고, 남북관계 같은 것들이 잘 풀려가면서도 상당히 시간이 걸리고 예민한 문제라서 그런 것들을 경험이 많은 제가 두루두루 살펴 가면서 해나가겠다"고 했다.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당대표 출마선언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당대표 출마선언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 의원은 출마 선언문에서 '재집권'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을 해봤는데, 정책들이 이명박 정부 들어오면서 금방 다 허물어지는 현실을 많이 느꼈다"면서 "남북관계와 경제정책이 많이 무너지는 걸 보면서 정책들이 뿌리를 내리려면 '연속적인 집권'이 어느 정도 가줘야 정책이 안정화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이날 출마 공식화로 민주당 대표 선거 대진표는 이 의원 포함 이종걸(5선)·김진표(4선)·송영길(4선)·최재성(4선)·이인영(3선)·박범계(재선)·김두관(초선) 등 총 8명으로 완성됐다.

    〈데일리 리서치〉가 지난 17~1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의원은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22.3%로 1위를 차지했다. 김진표 의원이 17.5%로 2위를 차지했고, 박범계(12.7%)·김두관(12.3%)·송영길(9.0%)·최재성(7.9%)·이종걸(6.8%)·이인영(3.6%) 의원 순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특히 이번 선거는 권리당원 비중이 높아 당선에 유리한 친문(친 문재인)성향의 후보들이 단일화를 하지 않고 '각자도생'을 할 가능성이 크다. 

    '관리형' 당대표 이미지, 친文 세력이 원하는 그림  

    이 의원 출마는 문 대통령 강성 지지자들의 압도적 '묻지마'식 밀어주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가 이날 밝히듯 '주변의 권유로 마지못해 나갔다'는 의미는, 이 의원을 차기 당대표로 앉혀야만 다른 젊은 후보가 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차기 대권 주자로 부상하려는 걸 막을 수 있다는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의원은 대통령 집권 후반기 '레임덕'이 와도 등을 돌리지 않을 인물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집권 중반기를 맞아 건강한 당·청 관계를 유지하며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 '관리형' 주자로 꼽힌다. 친문 진영 원로인 이 의원이 대표 주자로 나섬에 따라, 일각에서는 같은 친문 후보인 최재성·박범계 의원이 출마를 접고 이 의원 쪽에 붙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편 과격한 발언으로 강성 친노 이미지를 쌓아온 이 의원의 출마에 야당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이 나왔다.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 <뉴스공장>에 출연해 "그분이 보수를 궤멸시킨다고 했다, 너무 강력하게 나가면 자유한국당에는 안 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실제로 지난 대선 문재인 대통령 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극우 보수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며 "다시는 저런 사람들이 이 나라를 농단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궤멸시켜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은 오는 26일 예비 경선(컷오프)을 통해 당대표 후보를 3명으로 추리고 내달 25일 최종 경선을 치른다. 당대표 선거와 별도로 치러지는 최고위원 경선에는 유승희(3선) 의원과 박광온·남인순(이상 재선) 의원, 박정·김해영·박주민(이상 초선) 의원 등 6명이 출마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