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풍현 KAIST 교수 “머지않아 국가전력망 비상벨...원전 산업 붕괴, 되돌릴 수 없을 것”
  • ▲ 뉴데일리는 4일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기계공학동에서 성풍현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사진)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성 교수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 뉴데일리는 4일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기계공학동에서 성풍현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사진)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성 교수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최근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의 원자력 전공(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선택을 두고 사회적 충격이 있었다. 올 하반기에 2학년이 되면서 전공을 갖게 될 학생들 중 원자력 전공을 선택한 사람이 ‘0’명이었기 때문이다. 2017학번 중 원자력 전공이 한명도 없는 건 아니다. 작년 말에도 전공 선택 기회가 있었다. 그래봐야 5명뿐이다. 

    충격적인 수치를 되뇌며,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기계공학동에서 성풍현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63)를 만났다. 성 교수는 의외로 담담했지만, 그가 내놓은 원자력 전공 선택 추이는 사회적인 충격의 이유를 짐작케 한다. 14학번 25명, 15학번 22명, 16학번 9명.... 원자력 전공 선택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이유는 명백하다.     

    ◆"원자력 전문가 사라지면 북한 핵 어떻게 다루나?"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계속된다면 결국 학생들의 원자력 기피 현상이 심화될 것이고, 이는 국가적인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성 교수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원자력 분야만큼 전문 인력 확보가 중요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성 교수는 "미국은 TMI 사고(스리마일섬 원전 사고)로 더 이상 원전을 짓지 못하도록 했는데, 이후 원자력 전공자가 급감해 지금은 원자력 산업이 거의 붕괴된 상태"라며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닫기 전에 정부는 탈원전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 문제 역시 원자력 전문가가 필요하다. 북한과 대화할 때, 또 미국과 외교적으로 대화할 때 원자력 전문가가 없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예전엔 우리 과를 졸업한 학생들이 국정원에도 갔지만, 이젠 그런 공급이 막힐 것이다. 결국 산업, 경제, 안보, 국방 등 한국 사회 전반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성 교수가 비관만 하는 건 아니다. 성 교수는 고리 원전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하는 공론화위 구성을 계기로, 원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진 사실에 주목했다. 공론화 과정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잇따르면서, 원전에 대한 몰이해가 상당 부분 개선되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원자력에 대한 대국민 관심도가 높아졌다. 여러 언론사에서 연락이 오고, 글도 잘 실어주고. 정부의 탈원전이 원자력계에 좋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국민들에게 한국 원자력의 우수성과 필요성을 알리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20대 시민참여단은 '건설 재개' 의견이 1차 17.9%로 집계(중단 28.9%, 판단 유보 53.3%)됐으나, 최종 4차에서 56.8%를 기록하며 '건설 중단' 43.2%를 큰 차이로 앞질렀다. 30대 참여단 역시 1차 19.5%에서 4차 52.3%로 '건설 재개'의 손을 들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성 교수는 "시민들이 전문가들의 설명을 들으며 원자력이 국가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공론화위 결과에 따라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공사는 재개했지만, 탈원전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 정부는 최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하고, 신규 원전 부지를 해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여전히 '산 넘어 산'이다. 

    성 교수는 "정부가 신고리 5·6호기를 다시 짓는다고 하니 '원자력 문제가 해결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 산 넘어 산이다. 신고리 공사 재개는 현재 우리 원자력계가 안고 있는 문제 중 10%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국민들이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를 원하니까 재개를 결정했을 뿐, 큰 줄기(탈원전)에는 변한 것이 없다”고 했다. 성 교수는 “전문가들이 전력수급 기본 계획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도 정부는 우리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며, “하나 하나 정부에게 쓴 말을 건네야 하는 입장”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선 원전 막으면서 해외에는 수출한다?
    정부와 친정부 성향 언론이, 탈원전 정책의 당위성을 역설하면서 동시에 해외 원전 수출을 추진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현실에 대해서도, 성 교수는 쓴소리를 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이나 관련 발언이 원자력 전문가들의 면밀한 분석에 따른 것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탈원전하겠다'며 '해외에 원전 수출하겠다'는 모순이 생긴다. 카이스트에 학생 안 온다고 하니 정부가 한수원에 얘기해서 채용인원 늘리겠다고 하는데, 일거리가 없어지는 상황에서 이런 대책이 무슨 실효성이 있을까 의문이다."

    성 교수는 “정부가 원전 수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은 탈원전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판이 많으니 일시적으로 회피하기 위한 수단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해외에 원전을 수출하면 기본 60년 운전할 텐데, 향후 부품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 정부는 이러한 고민이 없는 듯 보인다”고 비판했다.

    성 교수는, 원전에 부정적인 정부가 에너지 기본정책을 수립하면서 관련 전문가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도 했다. 

    “주변에 있는 에너지 전문가가 정부의 어떤 위원회에 들어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지난해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관련 위원회를 구성할 때도, 원자력 전문가가 없어 관계자에게 물어봤더니 제대로 답해주지 않았다. 탈원전 쪽으로 수급계획을 만들어야 하는데, 원자력 전문가를 넣으면 골치 아플 것 같으니 뺀 것 같다.”

    ◆"정부, 결국 탈원전 철회하게 될 것"
    성 교수는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포기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다”고 속내를 밝혔다. 탈원전을 지속하면 1~2년 뒤부터 원자력 산업계가 붕괴되기 시작할 것이고, 국가전력망 전반에 걸쳐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하면 정책의 기본 방향을 바꾸지 않겠냐는 것이다.

    성 교수는 “지금 정부가 탈원전을 위태롭게 밀고 나가지만,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다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자체를 억지로 만든 측면이 있어서, 만들자마자 급전(急電) 지시를 10여 차례 이상 내는 등 수요 예측도 어긋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한전에서 생뚱맞은 '두부·콩' 얘기하는 것은 전기료 인상의 전주곡”이라고 했다. 지난 1일 김종갑 한전 사장은 한전을 두부공장에 빗대 “두부(전기)보다 콩(액화천연가스, 석탄 등 수입 연료)이 더 비싸다”고 했다.

    성 교수는 “한전이 일정 기간 계속 적자를 보면 신뢰도가 떨어져 이자율이 오르는데, 감당할 수 없게 되면 전기료가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며,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특히 성 교수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전체의 2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는 비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원자력 대신 신재생에너지 한다고 하는데, 외국과 전력선 연결이 안 돼 언제든 정전될 수 있다. 지금은 가스발전소 지어 놓은 게 많아 버티고 있지만, 정전 사태가 일어나면 정부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 ▲ 카이스트 기계공학동(N7-1)에 위치한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뉴데일리 정상윤
    ▲ 카이스트 기계공학동(N7-1)에 위치한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뉴데일리 정상윤
    ◆"전기료 오르고, 온실효과 폐해 커질 것"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몰고 올 폐해를 성 교수는 △전기료 인상 △전력 안보 붕괴 △온실효과 문제 △원자력 산업 붕괴 등 4가지로 정리했다.

    그는 “최근 실업률이 높다고 하는데, 산업체 붕괴가 시작되면 일자리는 물론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성 교수는 “요즘 '조선(造船)이 어렵다'는 식으로 어떤 특정 산업이 힘들다고 하는데, 전기료 인상은 '커먼커즈(common cause·공통 원인)'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원자력은 특정 산업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모든 산업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만큼 탈원전이 경제 전반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설명이다.

    반면 성 교수는 원전의 순기능으로 ▲저렴한 전기 공급 ▲전력 안보 확보 ▲양질의 일자리 증가 ▲이산화탄소 저감 등을 꼽았다.

    성 교수는 “정부에게 바라는 것은 딱 하나, 탈원전을 포기하라는 것”이라며, “원자력은 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분야로, 탈원전을 포기하는 것이 우리 민족과 우리 나라가 살 길”이라고 했다. 성 교수는 원자력 전공 학생들을 위한 조언도 덧붙였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원자력은 모두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공헌을 했으며, 그 공헌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원자력을 공부한다는 것은, 곧 나라를 위한 공헌에 동참하는 것이다.”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난 성풍현 교수는 1977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대학원 원자핵공학과에서 석사, 1987년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로 임용됐으며, 아랍에미리트(UAE) 칼리파 과학기술연구대학(KUSTAR) 원자력공학과 교수(2010~2011)를 지냈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세계 정상급 원자력 학술지 'Nuclear Engineering and Technology(NET)'의 편집장을 맡았으며, 미국 원자력학회(ANS) 석학 회원으로 선정됐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원자력 권위자로 카이스트는 올해 3월부터 그를 한전 석좌교수로 임용했다.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우수논문상(1996), 한국원자력학회 공로상(2001·2008), 한국원자력학회 우수논문상(2001·2005·2008·2011·2012), 한국원자력공로상(2015) 등을 받았다.

    성풍현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와의 인터뷰는 4일 오전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기계공학동 3층에 위치한 성 교수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 ▲ 성풍현 교수 연구실. ⓒ뉴데일리 정상윤
    ▲ 성풍현 교수 연구실. ⓒ뉴데일리 정상윤
    올해 상반기 카이스트 전공선택 대상자 94명 중 아무도 원자력 공학을 선택하지 않았다. 많은 언론이 보도했고, 국회에서까지 언급될 정도로 사회적 이슈가 됐는데 학과 분위기가 궁금하다. 
    “탈원전으로 학과 분위기가 침체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학년도의 2학년 학생이 5명이라는 것이 아주 절망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학과 입장에서 사회적인 이슈가 된 것이 좋은 일은 아니지만, 학생들이 원자력을 기피하는 근본 원인은 탈원전 때문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정부가 탈원전을 철회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학생들 반응은 어떤가.
    "조금 흔들리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졸업하면 갈 데 있을까' 정도로 걱정하고는 있지만 아주 크게 동요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보다 이 분위기에 들어온 5명을 보니 굉장한 신념이 있는 것 같아 기대감이 크다. 적당히 선택한 것이 아니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신념 말이다."

    결국 17학번 총원은 '신념을 가진' 5명이 됐다. 학과를 꾸려가는 데 어려움은 없나.
    "한 과목을 개설하기 위한 최소 기준은 5명이다. 이번 학년도 2학년이 5명이어서 조금 우려한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 3개의 2학년 과목에 각각 11명, 14명, 15명의 수강생이 있어서 과목 개설에 어려움은 없었다. 우리 학과 뿐 아니라 타 학과 학생들도 많았다."

    원자력 전공자를 모집하기 위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우수한 학생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학과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유치하기 위한 행사를 몇 가지 하고 있다. 학부생 모집을 위한 '학과 소개의 밤', 부전공, 복수전공자를 유치하기 위한 학과 설명회도 연2회씩 진행한다. 전국 원자력 전공 학생들을 초청하는 '오픈하우스', 원자력 산업체를 방문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관심 있는 학생들이 신청만 하면 원자력발전소, 핵 폐기장, 두산중공업 등 산업체도 직접 가볼 수 있다."

    그런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탈원전 정책이 지속되면 학생들의 기피 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렇다. 정부가 탈원전을 계속 밀어붙이면 전공자는 계속해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TMI 사고 이후 원전 건설을 제한했는데 원자력 전공자가 급감했다. 미국은 거의 원자력 산업이 붕괴된 상태다. 미국이 중국에 발전소를 짓다가 너무 늦어져서 손해를 보기도 했다. 우리 정부도,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닫기 전에 탈원전을 철회해야 한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은 무엇을 의미하나? 
    "최근 북한 핵 문제로 말이 많지 않나. 핵 문제를 논의할 때 당연히 원자력 전문가가 필요하다. 우리 과 졸업한 학생들이 전엔 국정원도 가고 그랬다. 그런 공급이 막힌다는 것이다. 앞으로 북한과 대화할 때, 미국과 외교할 때 원자력 전공자가 없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원자력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산업, 경제, 안보, 국방 등 전면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 까지 가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으로 보나.
    "탈원전이 이대로 진행될 경우, 원자력 산업계는 1,2년 이후 본격적으로 망가지기 시작할 것이다."

    과거에도 이런 위기가 있었나.
    "2002년 쯤 이런 적이 있었다. 그때도 전공 선택자가 한 해에 5명이었다. 그때 핵공학과라는 이름을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로 바꿨다.

    이유가 무엇인가.
    "당시 원자력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교수들이 신문에 기고해도 잘 실어주지 않았다. 반면 원자력과 관련한 문제(사고)가 터지면 대서특필하는 식이었다. 국민들이 원자력에 좋은 인상을 갖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번에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원자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신문사에서 글을 써 달라는 연락이 오고, 써서 보내면 바로 올라가고. 원자력계에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런 점은 긍정적이다."
  • ▲ 성풍현 교수는 올해 3월 카이스트 한전 석좌교수로 임용됐다. 한전 석좌교수는 카이스트 정교수 중 학술적으로 특별한 공헌을 한 극소수 교수에게 3년간 부여되는 영예로운 자리다. 그는 원자력 전문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 성풍현 교수는 올해 3월 카이스트 한전 석좌교수로 임용됐다. 한전 석좌교수는 카이스트 정교수 중 학술적으로 특별한 공헌을 한 극소수 교수에게 3년간 부여되는 영예로운 자리다. 그는 원자력 전문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뜻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원자력에 도전하라"는 말을 남겼다. ⓒ뉴데일리 정상윤
    작년 공론화위 과정을 어떻게 보나.
    "공론화 당시 건설 재개하자는 20대, 30대가 19% 수준이었는데, 과정을 다 마치고 나니 56%까지 올라갔다(1차 20대 17.9%, 30대 19.5% / 2차 20대 56.8%, 30대 52.3%). 이들이 계속 설명을 들으면서 원자력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 만큼 위험한 게 아니구나, 기후에도 긍정적이고. 값 싸게 전기 생산할 수 있고. 반대편에서는 아니라고 하지만, 사람들이 전문가 의견을 듣고 판단한 것이다. 원자력에 대해 대중들이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신고리 5·6호기 공사는 재개됐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계속되고 있다. 
    "5·6호기를 짓는다니 '이제 원자력 문제 해결되지 않았느냐'는 말도 있는데, 우리는 '산 넘어 산'이라고 표현한다. 신고리 5·6호기는 전체 원자력계가 안고 있는 문제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는 나머지 90%는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건마다 정부에게 고언(苦言)을 건네야 하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의 비판에도 정부가 탈원전을 추진하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는가.
    "신고리는 5·6호기는 국민들이 공사 재개를 원하니 그대로 갔지만, 탈원전은 그대로 유지하려니 굉장히 말이 많다. 전문가들이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지만 정부가 고집을 피우고 있는 것 같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이나 관련 발언을 보면, 즉흥적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탈원전과 해외 수출을 동시에 말하는 모순이 나온다."

    지난해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발표 당시에도 학계 비판이 거셌는데.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주위에 아는 에너지 전문가 중 정부 위원회에 들어갔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8차 계획 관련 위원회를 구성할 때에도, 원자력 전문가가 들어가지 못했다. 토론회 할 때 관계자에게 '왜 안 넣었냐'고 물어봤더니 웃더라. 이유는 알 것 같다. 수급계획을 탈원전을 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원자력 전문가를 넣으면 골치 아플 거라고 판단한 것 같다. 탈원전이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걸 계속해서 지적할 게 뻔하기 때문에."

    '탈원전'과 '원전 수출'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수출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은, 탈원전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판이 많으니 회피하려는 것이다. 외국 입장에서 보면 한국으로부터 원전을 사들이는 걸 꺼릴 수밖에 없다. 원전을 도입하면 60년은 가는데, 그때가 되면 한국의 원전 산업은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외국 입장에서는 이런 부분을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런 고민이 없는 것 같다."

    정부가 탈원전을 포기할 것이라고 보는가.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포기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정부가 탈원전을 위태롭게 추진하고 있는데,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다 문제가 있다고 본다. 8차 계획도 억지로 만든 부분이 있어서, 만들자마자 급전 지시도 열 몇 번 냈다. 수요 예측도 틀렸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늘리겠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최근 김종갑 한전 사장이 한전을 두부공장에 빗대어 "두부(전기)보다 콩(액화천연가스, 석탄 등 수입 연료)이 더 비싸다"고 했다.
    “지금 한전에서 두부니 콩이니 운운하는 건 전기료를 올리겠다는 전주곡이다. 한전이 일정 기간 이상 계속 적자를 보면 신뢰도가 떨어져 이자율이 확 오른다. 이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되면 전기료는 당연히 오른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린다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는 원자력 대신 재생에너지 한다고 하는데, 외국과 전력선 연결이 안 돼 있으니 언제든 정전될 위험이 있다. 지금은 가스발전소 지어둔 게 많아 버티는데, 정전 사태가 일어나면 정부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이 아무리 탈원전의 심각성을 말해도 가시적인 변화가 없으니, '국민들이 탈원전의 폐해를 피부로 느낄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국민들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탈원전에 따른 부작용을 느낄 것이라고 보는가.  
    "1년이 채 안 걸릴 것이다. 우선 탈원전을 하면 전기료 인상, 전력안보 붕괴, 온실효과 문제,  원자력 산업 붕괴 등 크게 4가지 문제가 예상된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게 되는 것은 전기료 인상이다. 다만 인상폭은, 한전이 적자를 면하는 수준으로 상당히 제한할 것이다. 요즘 실업률 높다고 하는데, 원전 산업계가 줄줄이 붕괴되기 시작하면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다."

    예를 든다면.
    "요즘 조선(造船)이 어렵다거나, '뭐가 안 좋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지만 전기값이 오르는 것은 '커먼커즈(common cause·공통 원인)'다. 원자력은 특정 산업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산업에 영향을 준다. 그만큼 탈원전으로 인한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다."

    한국 원자력에 대해 외국에서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대한민국의 발전에 원자력이 기여한 바가 큰 만큼, 우리 원자력의 역사는 전세계가 다 알고 싶어 한다. 특히 베트남과 말레이시아가 그렇다. 카이스트에 찾아와 강의를 부탁하기도 한다. 원자력이 한국에 미친 영향은 굉장히 크다. 저렴한 전기 공급, 전력 안보 확보, 양질의 일자리, 이산화탄소 저감 등 앞서 말한 4가지 문제와 정반대다."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부에 바라는 것은 한 가지 뿐이다. 탈원전을 포기하라는 것이다. 원자력은 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분야다. 정부가 탈원전을 포기하는 것이 우리 민족이 살 길이자 우리나라가 살 길이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대한민국 원자력이지만 국내에서 만큼은 '천덕꾸러기' 신세다. 그럼에도 뚝심을 갖고 미래 원자력 전문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대한민국 역사에서 원자력은 모두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공헌을 했으며, 그 공헌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대한민국에서 원자력을 공부한다는 것은, 곧 나라를 위한 공헌에 동참하는 것이다. 뜻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