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친(親)대한민국 진영만 소외될 판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금 금년 11월의 미국 중간선거에서 어떻게 이길 것인가, 그러기 위해 싱가포르의 트럼프-김정은 회담을 어떻게 100% 자신에게 이롭게 우려먹을 것인가에만 집착할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 그러자면 이번엔 일단 원칙적인 합의, 포괄적인 합의, 미사여구(美辭麗句)로 포장된 합의만 할지 모른다. 디테일은 뒤로 미루는 방식이다.

    김정은은 “완전한 비핵화는 한반도 비핵화이고, 이는 선대의 유훈(遺訓)”이라고 말하고 “핵군축을 위해 앞으로 양측이 협상을 해나가자“고 할 것이다. 특히 ”미국에 도달할 대륙간탄도탄부터 우선 폐기 하겠다“고 할지 모른다. 트럼프에게는 미국만 안전하면 그뿐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를 하겠다는 뜻으로 알아듣겠다“고 말하고 ”나의 협상 노력은 성공했다“고 선언할 것이다. 서로 적당히 맞춰주는 수법이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정치적 호재를 얻고, 김정은은 숙원인 미-북 수교와 제재 해제를 얻을 것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다.

    결국 한국의 친(親)대한민국 진영만 소외될 판이다. 아니, 망할 판이라고 하면 과언일가? 그 다음 날 6월 13일에 있을 지방선거 결과는 보나마나다. 

    한국 자유우파 진영은 그래서 비장한 결의를 해야 할 때다. 문자 그대로 무너졌음을 알아야 한다.

    며칠 전 어떤 인시와 대화를 했다. 그 인사도 이렇게 말했다. “차라리 100% 망하고 제로 베이스에 서야 합니다. 망해 쌌다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습니다. 이걸 인정해야 합니다”

    한 번 망했다가 영 다시 살아나지 못하면 어떻게 하느냔 걱정도 물론 할 만하지만, 그렇다고 죽은 시신을 붙잡고 늘어질 수도 없다. 차라리 완전한 백지 상태에서 새로운 우파의 아담 이브가 등장하길 바라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도 결론은 아니다. 결론은 대중이 자신들이 지금 어디를 향해 의지적으로 질주하거나, 자기도 모르게 떠밀려가거나, 무엇에 혹하고 취해서 휩쓸려가거나 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알게 될 때까진 백약이 무효라는 사실이다.

    한 시대가 무너지고 있는 건 확실해 보인다. 잘 쌓아올렸던 괜찮은 것들마저 함께 무너져내려 그 다음에 올 시대가 전체주의 군중정치의 공포가 황행하는 시대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 시대가 오더라도 그게 일시적인 것이 될지 영속적인 것이 될지는 전적으로 오늘의 주연(主演) 세대가 선택할 문제다. 필자 같은 왕년의 세대는 쉬 가면 그뿐이다. 자신들이 만드는 시대를 잘들 즐기기 바란다.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 2018/6/18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