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 기자회견→ 강원랜드 수사팀 입장문→ 기관운영감사… ‘문무일 흔들기’ 잇달아
  • ▲ 강원랜드 채용 비리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 강원랜드 채용 비리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감사원이 설립 이후 처음으로 대검찰청(총장 문무일)을 상대로 기관운영감사에 나서면서, 그 배경이 주목 받고 있다. 감사원과 대검 모두 “이미 예고된 일”이라며 확대 해석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지만, 법조계 내부에서 두 기관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번 감사가 '문무일(57·사법연수원18기) 총장을 찍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문무일 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수사종결권과 영장청구권을 경찰에 부여하는 방안을 놓고 검경 갈등이 첨예화된 상황에서, 문 총장은 상당히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 조직 내부의 반발 분위기를 대변했다.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의 힘을 빼는데 초점을 맞춘 청와대의 의중을 고려한다면, 문 총장의 태도는 이례적이란 평가가 뒤따랐다. '문 총장이 청와대의 눈 밖에 났다'는 말이 흘러나온 것도 이때부터였다. 문 총장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청와대의 뜻이 이번 감사에 반영됐다고 보는 관측은 이런 사정에 터잡고 있다.

    감사원 감사는 인사와 예산 회계 등 대검찰청 운영에 관한 감사로, 민감한 수사 자료는 감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감사가 실시된다면 주요 사건 처리와 관련돼 문무일 총장 등 대검 수뇌부가 내린 결정의 적절성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특히 검찰 주변에서는 최근 불거진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이 다시 언론의 조명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15일 의정부지검 안미현(39·연수원 41기) 검사는 “문문일 총장이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 검사의 기자회견 3시간 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팀'(팀장 양부남 검사장) 은 안 검사의 기자회견 내용을 뒷받침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평검사가 기자들을 불러 놓고 '검찰총장 수사 외압 의혹'을 공개적으로 밝힌 사실도 충격적이지만, 안 검사가 몸을 담았던 강원랜드 수사팀이 기자회견 내용을 두둔하는 듯한 입장문을 낸 것도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대목이다.

    안 검사와 수사팀의 행보는 문 총장에 대한 '항명'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검란'이란 용어가 다시 등장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 과정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이들이 말하는 '외압'의 실체다.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을 종합하면, '외압'의 핵심은 대검 반부패부장이 소속 검사를 시켜 수사팀 검사에게 건 전화 한 통이다. '국회의원 보좌관을 소환할 때는 보고를 하라'는 내용의 전화는 '수사에 대한 외압'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상급자의 정당한 수사지휘권 행사로도 볼 수 있다.

    전화를 건 당사자가 대검 반부패부장이란 사실을 감안한다면, 정당한 수사지휘권의 행사라는 반론은 설득력이 있다. 대검 중수부 폐지 후 반부패부는 전국 모든 지검·지청의 특수수사를 총괄 관리하는 콘트롤타워 기능을 하고 있다. 따라서 반부패부장이 '중요 참고인 소환은 보고를 하라'는 전화를 했다고 해서, 이를 수사 외압으로 판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감사원 감사, 안 검사의 폭로 기자회견, 수사팀의 입장문 발표가 맞물리면서, 문무일 총장의 조직 내 위상은 크게 추락했다. 다음 달 18일로 예정된 감사 과정에서 문 총장이 주요 사건 처리 및 업무와 관련해 크든 작든 부적절한 지시를 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그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검사 출신 변호사 A는 강원랜드 수사팀이 사전에 안미현 검사의 기자회견 사실과 그 내용을 알고 있었을 것이란 추론을 내렸다.

    “안 검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3시간 만에 수사팀이 입장문을 냈는데, 그 내용을 알고 있다가 같이 움직인 것으로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검찰 조직에서 3시간 만에 저런 입장문을 낼 수는 없다.”

    A 변호사는 수사팀이 말하는 '외압'에 대해서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수사팀 주장은, 전권을 준다고 해 놓고 나서 왜 전화를 했느냐는 건데, 지금 세상에 대검에서 전화 한 통 받았다고 그것 때문에 정말 외압을 느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반부패부장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서도 그는 “통화 내용을 볼 때 수사를 방해할 목적이 인정될 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