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일자리 만든다는 발상이 난센스…"소득주도 성장론은 희망사항"
  • ▲ 뉴데일리는 11일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학교에서 'J노믹스 1년'을 주제로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동근 교수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뉴데일리는 11일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학교에서 'J노믹스 1년'을 주제로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동근 교수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소득주도성장'을 바탕으로 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J노믹스'가 추진된 지 1년이 지났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 주당 근로시간 단축, 청년 실업 해소를 명분으로 한 대규모 공무원 증원 등 경제학자들이 역기능을 경고한 경제 정책들이 현실화 됐다.

    한국은 지난해 3.1%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3년 만에 성장률 3%대를 회복했다고 자축했지만 지난해 세계 평균 성장률은 3.7% 수준이었다.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예상치가 4%에 가까운데도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률을 3.0%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 재정정책과 거시경제 전문가인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성적은 사실상 낙제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조동근 교수는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J노믹스 1년'에 대해 "대통령은 임기가 있어도 경제는 임기가 없다"면서 "정권을 인수할 때 경제 현상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함에도 정부는 사전에 설계된 경제 정책을 그대로 추진했다. 뻔한 설계주의에 빠진 것이 대표적 실패 요인"이라고 부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방문지는 인천공항공사였다. 그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인천공항 비정규직을 제로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조 교수는 "정부가 일자리 마련하려고 추경을 11조 편성했는데, 추경을 통해 일자리 만들어서 경기 관리하겠다는 것이 바로 설계주의"라고 했다.  예측하지 못한 돌발 변수에 대응해 시장이 받을 충격 완화를 목적으로 편성하는 추경을, 일자리 만드는데 쓰겠다는 발상 자체가 경제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조 교수의 설명.

    "일자리는 시장에서 만드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법인세, 소득세 인하하고 규제도 완화해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니 일자리 걱정이 없다. 단순히 국가가 개입하면 일자리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 (현 정부 경제팀은) 경제 흐름에 (대한 대응이) 미숙한 데다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원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향하는 것과 실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대비하면 민망스러울 정도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지표에 따르면, 올해 3월 실업률은 4.5%로, 2001년(5.1%)에 이어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 교수는 "지난해 경제가 많이 취약했는데 친 노동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며 "느닷없이 이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4.5%인 실업률조차 체감 실업률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 예컨대 아르바이트생은 취업자에 포함되지만 주당 1시간 근로자나 고시준비생은 실업자 통계에서 빠진다. 기준 자체가 '취업자는 많게, 실업자는 적게'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실상 실업 상태에 있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는 암수를 반영한 지표가 '확장실업률'이다. 올 3월 확장실업률은 무려 12.2%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화를 말하는데 정규직·비정규직 여부는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다. 사회에 첫 발을 놓으려면 우선 시작을 해야 하는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매년 수십만 졸업생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일자리를 구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무엇보다 조 교수는,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정부 인식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국가는 최대 고용주,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와 같은 구호만 봐도 현 정부의 노동 정책이 얼마나 비경제적인지 알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정부가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도, 결국 세금 투입해서 세금으로 산 일자리다. 계속 세금을 붓지 않으면 지속되지 않는다. 일자리는 근로자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부를 급여로 가져가야 하는데 단순히 국가가 나선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국가는 최대 고용주,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와 같은 구호는 매우 잘못된 표현이다. 어떻게 국가가 개인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가. 국가의 역할은 개인이 자기 삶을 책임질 수 있도록 뒤에서 응원하고 법과 제도를 보완하는 데 있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계속해서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

  • ▲ 조동근 명지대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조동근 명지대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조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 성장론'이 안고 있는 모순을 조목조목 짚었다. 

    "기업 전략은 때때로 모험을 걸 수 있지만, 국가는 다져진 길을 가야 한다. 소득주도성장, 말은 그럴듯 하지만 논리적으로 완결된 이론인지가 중요하다. 소득주도성장을 다른 어떤 나라가 시행했나? 이것만 하면 국가가 잘 돌아간다는데 왜 지금까지 언터처블 상태로 있었을까? 분배가 성장을 이끈다는 데 이건 희망사항이다."

    '소득주도 성장'의 일환인 최저임금 대폭 인상(16.4%)에 대해서도 조 교수는, "시장에서 만들어진 임금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만들어진 정치 임금"이라고 비판했다.

    "동력이란 건 톱니가 톱니를 돌려서 만들어지는 건데,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은 결국 일종의 규제가 됐다. 영업시간은 줄었고 생활 물가가 얼마나 올라갔는지 보라. 물가가 올라서 시급 오른 것도 별 도움이 안 된다. 예산 3조를 투입해서 민간 임금을 보전해준다는 '일자리안정자금'도 기형적이다."

    오히려 조 교수는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보다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함으로써, 시장에 진입한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EITC는 국가가 저소득 근로자 가구에 제공하는 복지 혜택으로, 저소득 가구의 실질 소득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조 교수는 "새로 진입할 사람을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는 것보다 현재 일하고 있는 가계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편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그는 주당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졸속으로 정책을 추진하다보니,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비교대상인 외국의 경우 파트타임이 일반화돼 있다. 고용 형태가 분산돼 있기 때문에 연평균 근로시간이 줄은 것인데, 한국도 다양한 근로형태를 인정하면 평균근로시간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사람들이 강제적으로 일을 못하게 되면 소득이 줄어드니 결국 투잡을 뛰게 된다. 직종별 특성이나 성수기, 비성수기도 고려해야 한다. 탄력근로제도 분기 이상으로 범위를 넓혀야 하는데 모두 무시하고 졸속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

    법인세 역시 세계적으로 낮추는 추세다. 미국은 35%였던 법인세율을 올해부터 21%로 대폭 낮췄고, 1980년대 무려 52%에 달했던 영국의 법인세율도 최근 19%까지 인하했다. 영국은 2% 추가 인하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역시 20% 수준으로 낮추는 세제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22%인 법인세율을 문재인 정부 들어 최고 25%까지 올리는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세계 추세에 역행하고 있는 셈이다. 조 교수는 "부자 법인, 가난한 법인이 따로 있느냐"며, "부자 증세 차원에서 법인세를 올리자는 것은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개인소득은 누진적으로 설계돼 있지만 법인세는 2단계 내지 단일세율이다. 그런데 4단계로 올리겠다고 한다. 이런 나라는 없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세율이 같아도 이익이 크니 세금을 많이 낸다. 이해관계자가 지분에 따라 청구하는 것이 주식회사다. 이재용이 법인세를 내는 것이 아니다. 이해관계자가 십시일반으로 내는 것이 법인세다."

    조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법인세를 낮추자 근로자의 시급을 인상한 월마트의 예를 들었다.

    "월마트가 법인세 인하로 여력이 생기니 근로자에게 급여로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법인세를 인하함으로써 기업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급여 인상과 주주에게 더 많은 배당이 가능해진다. 납품업체 단가도 인상해줄 수 있고, 기업의 추가 투자도 가능하다. 단순히 법인세를 올리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조 교수는 "국가가 개인의 삶을 책임진다는 '큰 정부'를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예산안을 지난해 대비 7.1%증액했는데, 이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의 1.7배에 달한다. 조 교수는 "세금 걷히는 것은 한정돼 있는데 그보다 더 쓰겠다는 것은 노골적으로 미래 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가 해선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구성원의 능력을 이끌어내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생존하게 해야 한다. 구조조정을 해서 기업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경직된 고용방식으로는 성장동력을 키우기 어렵다. 대대적인 규제완화와 노동개혁이 시급하다."

    조동근 교수는 1953년 경기도 광주 출생으로, 1975년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와 미국 신시내티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1986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로 임용돼 32년간 재직 중이다. 한국재정정책학회장(2008)과 한국 하이에크 소사이어티 회장(2010)을 지냈으며, 현재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