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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에 미국-북한 평화협정 청원한 10만 명, '국적' 어디일까?

문재인 정부, 남북정상회담 해외 홍보에 총력전…민주평통은 ‘평화협정’ 청원

입력 2018-04-10 16:43 | 수정 2018-04-10 16:58

▲ 美워싱턴 민주평통이 지난 3월 중순부터 "북한과 평화협정을 논의해 달라"고 美백악관 청원 사이트에 올렸다. ⓒ美백악관 청원사이트 '위 더 피플' 캡쳐.

‘한반도 평화협정’, “외세를 몰아내고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통일을 이룩해 내자”로 풀이할 수 있는 이 요구는 6.25전쟁 휴전 직후 김일성 때부터 지금까지 65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국 정부와 관련 있는 해외교민단체가 트럼프 美대통령에게 이 평화협정을 김정은과 논의해 달라고 청원했다고 한다. ‘평화협정’ 청원 소식은 한국 정부가 해외문화홍보원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는 소식, 지난 7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통일반대·내정간섭·전쟁위협 미국 규탄대회’와 맞물려 사람들 사이에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워싱턴 민주평통이 백악관에 청원한 ‘평화협정’

지난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美-北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관련한 논의를 포함해 줄 것을 요청하는 백악관 청원에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했다”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서명 운동을 주도한 미국의 한인단체 대표는 청원을 개설한 뒤 보름 정도까지는 서명 속도가 느려서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했는데 20일이 지나면서 많은 사람이 동참해줘 감격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인터뷰를 한 ‘워싱턴 민주평통’ 간사는 “이번 서명운동을 계기로 美-北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실현이 동시에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른 보도를 찾아봤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주 중앙일보’는 “민주평통 워싱턴 협의회(회장 윤흥노)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백악관 온라인 청원 운동을 벌인다”고 보도했다.

당시 ‘미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민주평통 워싱턴 협의회는 지난 3월 중순부터 청원을 시작했다고 한다. 마감 시한은 4월 13일(현지시간)로 보도 당시 서명자는 4만 2,000명에 달했다고 한다.

윤흥노 민주평통 워싱턴 협의회 회장은 ‘미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개회식과 폐막식에 북한 대표단이 참석한 것을 계기로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윤흥노 회장은 이어 “4월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면서 “워싱턴 한인들을 중심으로 온라인 청원에 동참해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한인들의 의지를 보여주자”고 말했다.

민주평통 워싱턴 협의회가 앞세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단어로만 해석하면 참 좋은 뜻이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협정’의 정확한 내용은 ‘美-北 불가침 협정’이다. 북한은 이를 ‘美-北 평화협정’ 또는 ‘美-北 간 6.25전쟁 종전선언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런 ‘한반도 평화협정’을 맺으려면 먼저 6.25전쟁 정전 협정을 ‘종전 협정’으로 바꿔야 하는데 여기에 한국 정부의 지위는 매우 위태롭다. 6.25전쟁 정전 협정은 북한군과 중공군, 유엔군이 체결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내 좌익 진영은 “한국도 종전 협정을 맺을 때 당사자가 맞다”고 주장한다. 2007년 10.4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이 한국 또한 종전 협정의 당사자라고 인정해줬다는 것이 근거다. 하지만 그 후로 북한과 중국은 이를 제대로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북한이 “한국도 종전 협정 및 평화협정의 당사자”라며 대우해주면 다 되는 걸까. 아니다. 그 다음 문제는 한미동맹의 존속 여부다.

▲ 민주평화당이 국회에서 개최한 토론회. 현 여당과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한반도 평화체제와 묶어서 생각하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민주평통의 ‘평화협정’ 청원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해외문화홍보원의 남북정상회담 홍보

美워싱턴 민주평통이 이렇게 백악관에 ‘평화협정 논의’를 청원할 때 한국의 한 정부 기관은 전 세계 재외공관에게 ‘남북정상회담’을 열심히 홍보하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10일 “정부가 각 부처와 산하 기관들을 총동원해 남북정상회담 해외 홍보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해외에 홍보 중이라고 한다. 해외문화홍보원은 외교부에 공문을 보내 “美워싱턴과 뉴욕, 일본, 중국, 프랑스, 독일 등 8곳에서 현지 여론 주도층을 대상으로 남북정상회담 관련 사전 간담회를 열고, 모든 재외공관이 나서서 현지 언론기고나 기획기사, 인터뷰를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또한 진척 상황을 매주 금요일에 보고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해외문화홍보원이 외교부에 보낸 공문에는 ‘남북정상회담 관련 Q&A’ 자료도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는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거나 “이번 남북 고위급 회담 등에서 북한 측이 과거와 달리 핵개발 배경 등을 설명한 것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는 등의 주장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또한 개성공단 재가동과 관련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밝은 미래를 함께 열어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해외문화홍보원은 또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끌어내기 위해 주한 미국 대사관 등 국내 각 대사관 30여 곳에 직접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고, 10일에는 국내에 있는 외신기자 270여 명이 참가하는 ‘민통선 프레스 투어’도 직접 개최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남북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다양한 해외 홍보를 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이런 계기가 있을 때마다 범정부 차원에서 홍보를 했고, 외교부와 재외공관을 비롯해 관계 부처가 협력해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히며 “세부사항은 해외문화홍보원에 문의해 보라”고 답했다.

‘조선일보’가 지목한 해외문화홍보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이지만 해외에 있는 한국 문화원 운영, 한국을 홍보하는 자료의 배포 및 확산 등을 맡고 있다. 해외문화홍보원은 또한 현재 권력의 정책 홍보와 관련이 깊어 정권이 교체될 때면 곤혹스러운 상황을 겪는다는 주장도 있다.

정권 교체 때마다 인원 변동이나 위상의 부침은 ‘민주평통’이 해외문화홍보원보다 심하다. 공식 명칭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인 ‘민주평통’은 헌법기구로 전두환 정권 때 탄생한 ‘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가 1987년 이름으로 바꾸고 확대 개편한 조직이다.

외부에서 지적하는 ‘민주평통’의 가장 큰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문위원들이 모두 바뀐다는 점이다. 이는 노무현 정권 때나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때, 문재인 정부 때도 모두 마찬가지다. 해외 교포언론들의 보도를 찾아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뒤 2~3개월 만에 해외에 있는 ‘민주평통’ 자문위원의 전원 교체가 끝났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다.

자문위원이 몇 십 명 수준이면 몰라도 한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 포진한 자문위원 1만 9,700여 명을 한두 달 사이에 모두 교체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비정상적이다.

이런 ‘민주평통’에서 트럼프 美대통령에게 “김정은과 만나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논의해 달라”고 촉구하고, 해외문화홍보원은 ‘남북정상회담’을 국내와 해외에 적극 홍보하는 것이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의 ‘코드’에 따르는 행동이라고 풀이하는 것은 억측일까.

▲ 지난 7일 서울 광화문 주한 美대사관 앞에서 열린 반미 시위 현장. ⓒ뉴데일리 DB.

한반도 평화협정을 고대하는 사람들 “주한미군 철수하라!”

‘한반도 평화협정’을 통해 남북통일을 이룩하자는 주장은 워싱턴 민주평통에서만 하는 게 아니다. 이들보다 더욱 강력히 ‘평화협정’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은 지난 7일 서울 도심에서 자신들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지난 7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주한 美대사관 앞에서는 시위가 열렸다. 시위 준비 모임에는 ‘조국통일 범민족 연합(범민련) 남측 본부’,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국민주권연대’, ‘민가협 양심수 후원회’, ‘제주 4.3 범국민 위원회’ 등 33개 단체가 참여했다고 한다. 이날 시위 명칭은 ‘통일 반대·내정 간섭·전쟁 위협 미국 규탄대회’였다.

이들은 주한 美대사관 앞에서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폐기, 사드 철수 및 한미연합훈련 영구 중단 등을 요구했다고 한다. 또한 ‘제주 4.3 사태’의 원인이 미국에 있다는 주장을 폈다고 한다.

이날 반미 시위에 나온 이성우 범민련 부경연합 부의장은 “세계가 우리 민족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지금이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놈과 일본놈을 믿을 게 아니라 민족 대단결 정신으로 우리 민족끼리 손을 잡고 통일을 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시위에 참석한 박찬식 제주 4.3 범국민위원회 운영위원장은 “미국은 우리 조국을 두 동강 내려 했다”면서 “미군정 시절 경찰이 제주에서 총으로 주민들을 죽이지 않았느냐, 이래도 모르느냐”고 주장했고, 민중민주당 학생위원회 소속이라는 대학생은 “미국은 제주를 피로 물들였고, 지금도 한반도에 핵전쟁 위협과 통상 압력으로 우리 민족을 유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날 시위에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정부 지원을 받는 ‘제주 4.3 기념사업위원회’는 “제주 4.3 학살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이름을 실었다고 한다. 기자회견은 ‘제주 4.3 희생자유족회’, ‘제주 4.3 제70주년 범국민 위원회’가 공동 주최했다고 한다.

당시 취재 기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날 반미 집회에 참석한 사람은 주최 측 주장 300여 명, 경찰 추산 150여 명이었다. 어느 쪽이든 분명 작은 수다. 얼굴을 드러내는 공개 시위여서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 가운데 얼굴과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온라인 세계에서는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 국내에서도 유명한 한국계 미국인 신은미 씨가 '한반도 평화협정'에 대하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신은미 씨 페이스북-블루투데이 관련보도 화면캡쳐.

한국계 미국인들의 ‘평화협정 체결’ 촉구가 위험한 이유

한국에서 얼굴과 실명을 드러내 놓고 ‘한미동맹 폐기’와 ‘주한미군 철수’를 외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만 해외 국적을 가진 한국계 외국인은 아예 대놓고 북한 편을 든다.

재미종북매체로 알려진 ‘민족통신(대표 노길남)’도 그렇고 ‘재미동포전국연합회(KANCC)’나 ‘노둣돌’ 등 북한 정권과 친밀한 것으로 알려진 재미교포 단체들의 경우에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美-北가 먼저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그 뒤에 주한미군이 물러나고 한미연합훈련을 영구적으로 중단한 뒤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인 통일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한다.  

한국계 미국인 가운데 북한에 우호적인 측면에서 가장 유명한 신은미 씨 또한 ‘평화협정’과 관련한 의견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적이 있다. 그는 2016년 5월 8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의 제의 그리고 종북프레임에 갇힌 ‘찌질이’들”이라는 글을 올리고 美-北 평화협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신 씨는 이 글에서 “북한은 당 대회를 통해 북한 핵의 비확산을 선언하며 미국에게 평화협정을 제안했다”면서 “이에 대해 언론에 나온 남한의 학자들이나 평론가들, 심지어는 6.15선언을 이끌어낸 야당마저 모두들 한결 같이 이를 정치공세 또는 선전이라며 폄하하기에 여념이 없다”고 한국 사회를 비판했다.

신 씨는 “얼마 전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평화협정을 제안하면 미국은 이에 응해야 한다’는 논조를 폈다”면서 “그런데 왜 남한의 소위 ‘전문가’들 그리고 정치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일까. 아무리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을 해봐도, 모두들 ‘종북 프레임’에 갇혀 동조라도 했다가는 ‘종북몰이’를 당할까봐 전전긍긍한다는 것 외에는 달리 이해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즉 북한이 제안하는 ‘美-北 평화협정’에 숨은 위험성을 지적하거나 이 제안에 반대하면 ‘찌질이’라는 뜻이었다. 재미교포 가운데 신 씨와 의견이 같은 사람은 몇 명일까.

앞서 언급한 워싱턴 민주평통의 청원은 美백악관의 청원 사이트 ‘위 더 피플’에 올라 있는 것이다. 이 청원 사이트는 미국 국민뿐만 아니라 누구나 온라인으로 서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서명한 사람 가운데 한국인뿐만 아니라 북한 사람이 없으리라고 장담할 수가 없다.

아무튼 청원을 한 지 30일 이내에 서명한 사람 수가 10만 명을 넘었으므로 美백악관은 2개월 이내에 공식 답변을 내놔야 한다. 그러나 그 전에 사람들이 기억해야 할 말이 있다.

태영호 前북한 공사는 한국에 귀순한 뒤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한미동맹의 의미가 퇴색되면서 미군이 한국에 주둔할 법률적 타당성을 잃게 되는 데 북한이 노리는 것이 바로 그 점”이라고 지적하며 “특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에 평화협정을 논의하는 것에는 함정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 상태로 보면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함정에 걸릴 것 같지가 않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제 발로 함정으로 걸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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