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지검장 감찰 의혹, 배우자 수상한 주식거래 정황 잇따라 기사화
  • ▲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 사진 뉴시스
    ▲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 사진 뉴시스
    최근 며칠 사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윤석열(58·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 관련 내용을 다룬 '단독' 기사를 각각 내보냈다. 조선일보 3월30일자 <법무부, ‘검찰 패싱’하며 윤석열 뒷조사했다>, 중앙일보 4월2일자 <윤석열 부인, 비상장주식 미래에셋보다 20% 싸게 계약>이 그것이다. 주요 일간지가 특정 인물에 대한 기사를 잇따라 단독으로 뽑은 것도 주목할 만하지만 무엇보다 그 내용이 예사롭지 않다.

    조선은 위 기사에서 법무부의 ‘윤석열 뒷조사’ 의혹을 정면으로 다뤘다. 현 정부 출범 후 검찰 조직 안에서 가장 존재감이 강한 윤 지검장 처가(妻家) 관련 소문 확인을 위해, 법무부가 감찰을 실시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조선은 검찰 관계자의 말을 빌려 윤 지검장 주변에 대한 감찰이 청와대의 뜻일 수 있다는 추론을 내놨다.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으로 우파 정권 9년간의 적폐 수사가 끝내기 수순에 접어들자, 향후 분란의 씨앗이 될 수 있는 윤 지검장 정리에 나섰다는 관측도 곁들였다.

    조선이 윤석열 지검장에 대한 정권 내부의 불편한 기류에 초점을 맞췄다면, 중앙은 윤 지검장 배우자 의혹에 집중하면서 ‘도덕성’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중앙은 단독 기사를 통해, 윤 지검장의 배우자 김모씨가 지난해 1월 비상장주식 20억원 상당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가 남편이 검사장에 임명된 직후 서둘러 계약을 해지했다고 보도했다. 김모씨가 주식을 사들이려고 했던 회사는 자동차 할부금융 기업인 도이치파이낸셜로, 김씨는 이 회사 유상증자에 참여한 미래에셋캐피탈보다도 유리한 조건에 주식 매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위 기업은 한국 내 BMW 공식딜러인 도이미모터스의 자회사다.

    도이치파이낸셜은 지난해 10월 국내 최대 중고자동차매매센터인 '도이치오토월드'를 착공했으며, 올해 3월 분양을 완료했다. 모회사인 도이치모터스도 2016년 2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지만 지난해에는 43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계약을 해지하지 않았다면 김씨는 상당한 시세 차익을 얻을 수도 있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김씨의 매수 조건이다. 도이치파이낸셜 유상증자에 참여한 미래에셋은 이 회사 주식을 1주당 1,000원에 샀다. 반면 김씨는 1주당 8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회사 측은 "김씨는 의결권 없는 주식을 매수하려고 했기 때문에 미래에셋보다 매입가격이 낮았다"고 해명했으나, 신문은 “의결권 보유 주식이라도 대주주가 50%넘는 지분을 유지한다면 비상장 회사에선 효용 가치가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증권·투자업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의문을 제기했다. 신문은 “유상증자로 인한 신주발행가액(1,000원) 대비 낮은 가격에 주식을 얻는 기회를 가졌다면 대주주로부터 일종의 특별한 혜택을 얻은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는 관계자의 설명도 추가했다.

    조선과 중앙이 윤석열 지검장을 정조준 한 단독 기사를 생산하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두 기사 모두 윤 지검장을 곤혹스럽게 만들만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정황상 공개 자료가 아닌 제보를 바탕으로 취재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이른바 '리크(leak)'가 있었다는 것이다.

    윤 지검장에 대한 불리한 리크가 나온 배경으로, 검경 수사권조정을 둘러싼 검찰 내부의 반발이 꼽히고 있다. 최근 박상기 법무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사이의 수사권 조정 합의는 사실상 '검찰 패싱' 속에서 단행됐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공개적으로 부정적 의사를 밝혔으나, 수사권 조정 협의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정부 수사권 조정안의 핵심은 '검찰권 축소'다. '적폐수사 끝나니까 토사구팽한다'는 날 선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만큼  검찰 내부의 동요와 반발은 예견된 대로 컸다. 조선은 위 기사에서, 윤 지검장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이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를 앞두고 시작된 사실을 짚었다.

    '윤 총장'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검찰 내부에서 '윤·석·열' 이름 석 자가 갖는 영향력과 존재감은 특별하다. 더구나 그 자리가 검찰 내 요직 중의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이라면, 법무부장관이라도 감찰을 함부로 할 수는 없다. 조선은 바로 이런 점을 들어, 법무부 감찰을 주문한 곳으로 사실상 청와대를 지목했다. 법무부는 '윤석열 감찰설'을 공개적으로 부인했지만, 검찰 주변에서는 조선의 보도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읽힌다.

    취재 중 만난 관계자들은 '보도 내용에 대한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가능성만큼은 충분해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정부 입장에서 본다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부정적인 윤석열 지검장의 힘을 빼놓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 소신이 지나칠 정도로 뚜렷한 윤 지검장 특유의 업무스타일 역시 정부에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처가를 둘러싼 잡음과 배우자의 석연치 않은 주식거래 정황, 여기에 더해 감찰 의혹까지 겹치면서 윤석열 지검장의 다음 행보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