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는 없고 논란만 무성, 결국 노후차량 운행제한으로 전환... "보여주기식 행정 아닌가" 지적도
  • ▲ 미세먼지 주의보(나쁨,150㎍/㎥) 가 발령된 서울. ⓒ뉴데일리 정상윤
    ▲ 미세먼지 주의보(나쁨,150㎍/㎥) 가 발령된 서울. ⓒ뉴데일리 정상윤

    서울시가 대중교통 무료 이용을 골자로 한 미세먼지 정책을 철회하고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새로 발표된 대책 중 일부는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없는 사업으로 확인됐다. 다른 지자체와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책 추진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덜컥 발표한 정책들을 놓고 역시나 말이 많다. 이번에도 실효성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27일 '시민 주도 미세먼지 8대 대책'을 발표했다. 다음날인 28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은 해당 정책 홍보를 위해 직접 광화문 광장을 찾아 '미세먼지 줄이기 시민참여 확산 캠페인'을 벌였다.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이틀 연속 '나쁨' 수준으로 예상돼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될 경우 '서울형 공해차량', '승용차 마일리지제', '차량2부제 시민 참여 릴레이' 등을 시행한다는 내용이다.

    '서울형 공해차량'은 2005년 12월 이전 등록된 2.5t 이상의 경유차가 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서울 시내 운행을 제한하는 제도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한다.

    이는 경기도 및 인천시와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없는 시책이다. 서울시는 공청회를 거쳐 정부‧경기‧인천과 협의해 대상차량과 시행방법과 시기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정책은 일러도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 추진이 예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외에도 차량의 친환경 수준을 7등급으로 나눠 라벨을 부착하는 '자동차 배출가스 친환경 등급제'를 도입하고 비상저감조치 발령 때 차량 운행을 하지 않는 개인과 기업에 인센티브를 준다.

    친환경 등급 하위차량에 대해서는 올 연말 서울 사대문 내 운행을 제한하는 시범운영을 통해 조기폐차 권고 등 사전 계도활동을 벌인다. 2019년부터는 운행을 전면 제한한다. 

  • ▲ 서울시가 27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일환으로 내세웠던 '대중교통 무료'정책을 철회하고 새로운 정책으로 '서울시 8대 대책'을 발표했다.ⓒ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서울시가 27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일환으로 내세웠던 '대중교통 무료'정책을 철회하고 새로운 정책으로 '서울시 8대 대책'을 발표했다.ⓒ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그러나 서울시가 새롭게 내놓은 '8대 정책'은 두 가지 관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첫째는 그간 포퓰리즘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핵심 정책 '대중교통 무료'를 돌연 폐기했다는 점에서, 둘째는 8대 정책 중 핵심인 '서울형 공해차량' 등을 추진하려면 인근 지자체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다.

    미세먼지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미세먼지가 심각한 날 그를 완화하기 위해 시가 출퇴근시간대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하도록 했던 시책이었으나 거센 실효성 논란을 불러왔다.  효과 없는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지난달 15일, 17일, 18일 세 차례에 걸쳐 실시했다. 시민 세금으로 버스 운송 회사에 요금을 보전했다. 1일 평균 50억원, 세 차례 실시로 인해 총 150억원의 시비를 투입했다.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시민의 자발적인 차량 2부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됐으나 실제 해당 기간 중 도로 통행량은 겨우 0.3~1.7% 하락에 그쳤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나친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빗발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예산 증액을 해서라도 해당 시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다가 돌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대중교통 무료 정책이 실패하자 그 면피용으로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차량 의무 2부제로 가기 위한 마중물이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하늘에 지역 구분이 있는 것도 아닌 만큼 경기와 인천과의 협의가 절실한데 그간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강행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28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당초 '서울형 미세먼지'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 애초에 경기 및 인천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수없이 비판이 제기됐는데 서울시는 해당 우려를 무시했다"며 "이제서야 인근 지자체와 협력해 노후차량을 제한한다는 건 결국 대중교통 공짜 포퓰리즘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건국대 한 환경공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근본해결을 위해서는 인접 지역 간 협력을 바탕으로 한 대안이 필수적이니만큼 이제라도 지자체와 정부 등이 연계한 대화가 빠르게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1일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해서도 다른 지자체와 상의해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이전에 서울시가 먼저 무료대중교통 정책을 펼친 것은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닌가 한다"고 지적했다.

    누리꾼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네이버 포털 실시간검색에는 "먹어봐야 똥인지 된장인지 아나", "미세먼지 수치 높길래 봤더니 서울시가 조용히 대중교통 공짜 없앴네", "대체 누가 대중교통 무료정책 효용성 있다고 한건가"라고 비판했다.

    인근 지자체는 어떨까. 일단 경기도는 서울시의 이러한 정책 전환에 '환영'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28일 "늦었지만 서울시가 미세먼지 공짜운행을 포기한 것은 잘한 결정"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확한 실태파악을 통해 근본 원인을 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남 경기지사는 서울시 대중교통 무료운행에 대해 "서울시는 경기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 공짜 운행을 일방적으로 시행했고, 박 시장은 하루에 50억이 들어가는 포퓰리즘적인 관련 정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는 2016년부터 자체적인 미세먼지 대응 방안으로 영세사업장의 노후 대기오염방지시설 교체,  어린이집 1만 1천 개소와 복지 시설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작업을 시행해왔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2027년까지 예산 1조 3천억원을 투입해 경기도내 경유버스를 모두 친환경 전기버스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