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제도화,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전문가 토론회"획일적 규제로 정상적 거래 막는 정부의 현대판 적기조례" 일침
  • ▲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가상화폐 제도화,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가상화폐 제도화,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야당과 학계가 혼란스러운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대책을 찾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성급한 규제로 암호화폐 시장을 궁지로 몰아넣은 정부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최근 암호화폐 폭락으로 삶을 비관하는 2030 세대가 급증하고 있다.

    7일 정보업계에 종사하는 한 30대 남성이 암호화폐 투자 손실로 인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자살한 남성이 암호화폐에 1,000만원 정도를 투자했다가 실패를 비관해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쇄를 언급했다가, 며칠 뒤 국무조정실에서 결정되지 않았다고 번복하고, 다음날에는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거래소 폐쇄는 살아있는 옵션이라고 재차 확인하는 등 정부가 갈팡질팡 하는 사이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한 바 있다.

    혼란스러운 시장 분위기를 틈타 암호화폐 투자를 미끼로 다단계 자금을 끌어모으는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가상화폐 시장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며, 학계와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실 주최로 '가상화폐 제도화,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가상화폐 시장을 규제하되 4차산업혁명을 선도할 블록체인 기술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이날 토론회에는 추경호 의원, 함진규 자유한국당 정책위원장,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인호 고려대 교수, 김경환 변호사, 홍승필 성신여대 교수, 정순섭 서울대 교수, 신원희 코인원 이사, 문영훈 블록체인ERS대표, 최훈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등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자유한국당 가상화폐대책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추경호 의원은 개회사에서 "정부의 단편적인 가상화폐 규제가 시장 생태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며 "불법적 행태는 관리하되 생태계는 조성하고 육성해야 하는데 자칫 획일적 규제로 정상적 거래까지 막아버려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가상화폐와 관련해 여러 논란이 있지만 가상화폐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 블록체인은 4차 산업의 기폭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와 관련해 "올라갈 사다리가 없어진 2030 세대에게 마지막 희망의 사다리마저 걷어낸 꼴"이라며 명확한 대응책을 촉구하고 있다.

    투기열풍은 인정하지만 정부가 300만 투자자들의 퇴로를 마련해두지 않고 일방적인 규제에 들어갔다는 지적이다.

  • ▲ 7일 오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주최로 '가상화폐 제도화,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토론회가 개최됐다.ⓒ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7일 오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주최로 '가상화폐 제도화,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토론회가 개최됐다.ⓒ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가상화폐 규제는 현대판 '적기조례' 지적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암호화폐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블록체인'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인호 고려대 교수는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이 가져올 미래'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블록체인은 쉽게 말해, 중간에 은행이라는 개념이 없이 모바일 대 모바일로 돈을 직접 보낼 수 있는 탈중앙화된 컴퓨터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중앙서버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P2P(Peer-to-Peer :개인 대 개인) 네트워크를 통해 모든 거래 데이터가 기록되기 때문에 위변조가 불가능, 신뢰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인 교수에 따르면 블록체인은 '개방형 블록체인'과 '폐쇄형 블록체인'으로 나뉜다. 개방형은 반드시 암호화폐를 사용해야만 한다. 이에 별도의 중개수수료 없이 블록체인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반면 폐쇄형은 은행들이 서버 운영비를 대고 있기 때문에 암호화폐가 필요없으며 수수료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정부는 "가상화폐 없이 블록체인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정부의 주장은 폐쇄형 블록체인을 의미한다.

    인 교수는 "개방형 블록체인이야말로 개혁이며 키울만한 미래가치가 있는 것"이라며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등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 사용될 4차 산업혁명의 뿌리"라고 강조했다.

    인 교수의 말을 요약하면 '개방형 블록체인'은 쉽게 말해 부동산 중개업자 없이도 개인 대 개인, 기업 대 기업 즉 양자가 블록체인에 프로그램을 올려놓기만 하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약대로 실행이 되도록 하는 스마트 시스템이다. 또한 모든 거래 내역이 기록됨으로 위변조가 어려운 만큼 신뢰도는 높다.

    그는 "과거 영국이 최초로 증기차를 만들어놓고도 마부들의 데모로 인해,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차 앞에 빨간 깃발을 달아 속도를 제한했다"며 "전세계 최초 교통규제인 적기조례인데 이로 인해 결국 증기차는 경쟁력을 잃고 미국과 독일에 산업이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 수 조원 대 산업으로 자리잡은 가상화폐, 그 자체가 금융기술

    이미 수조원대 산업으로 형성된 암호화폐 시장의 긍정·부정 효과 중 정부가 부작용을 제한하고 긍정효과를 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가상화폐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은 '전면 금지'인데, 이는 현상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비롯된 것"이라며 "결국 부작용에만 집중해 근시안적 정책을 핀 꼴"이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이미 거대한 산업으로 형성된 가상화폐 시장을 제도권으로 편입시켜야 한다"며 "시장의 자율성을 보장하되 투명성을 제고하고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선별적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본 토론회에서는 억눌려있던 업계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문영훈 블록체인ERS 대표는 "가상화폐는 시장 가치가 더 커지면 국가보다 더 큰 경제공동체가 될 것"이라며 "이전에는 통화정책을 실험한다는 게 불가능했지만 사이버 공간 안에서는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블록체인의 신뢰도를 재차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블록체인에는 모든 데이터가 기록되기에 불법적 사용이 발생한다면 그에 따른 분석과 식별 및 추적이 가능해진다"고 했다. 불법 마약거래나 자금거래 웹사이트 운영자를 찾아내 오히려 사회에 긍정적인 작용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원희 코인원 이사 역시 "가상화폐가 '투기의 장'이라는 점에서 이슈가 됐는데 실제 기술을 다루는 시장에서는 그 자체가 차세대 금융기술이라고 인지하고 있다"며 "가상화폐는 인류의 다음 발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기술"이라고 했다.

    이어 "이는 금융시스템을 혁신할 기술이니만큼 거래에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도 이 기술의 미래가치를 좀 봐달라"고 당부했다.

  • ▲ 7일 자유한국당 주최로 '가상화폐 제도화,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뉴데일리 임혜진
    ▲ 7일 자유한국당 주최로 '가상화폐 제도화,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뉴데일리 임혜진

    ▶이미 금융권에서는 블록체인에 관심 가져...법 체계 필요해

    최근 정부는 "가상화폐 투기는 규제하고, 블록체인 기술 발전은 지원하겠다"는 기본 방침을 내놨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를 별개의 것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원론적인 의문이 지속적으로 잇따르고 있다.

    홍승필 성신여대 융합보안학과 교수는 "가상화폐는 블록이 생성되고 유지되는 데 꼭 필요한 유인"이라며 "이미 금융권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가시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가 차원의 법 체계 및 글로벌 표준 기준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실제 입법을 할 경우 현재 시장 규모와 가격 변동성, 참여자 규모를 고려해야 한다"며 "균형적 고려없이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정 교수는 "선결적으로 '중개기관의 부재'라는 것이 가상화폐의 특징인데, 현재 금융체계는 중개기관을 전제로 형성이 돼 있기에 차후 중개기관이 없어졌을 때 그 책임관계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기준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현재 너무 무방비상태인데 빠른 시간 내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의 잇따른 지적에 정부 관계자들은 블록체인 기술 자체를 규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암호화폐 자체를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투기거래 현상을 규제 대상으로 정하다보니 그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해명이다.

    고광희 기획재정부 자금정책과장은 "가상화폐 거래 현상을 보면 가격 변동성이 단기간 내 상당히 크게 나타나고, 거래 실명제 이전에는 거래 투명성과 관련해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자칫 자금세탁이나 불법 자금 유통이 일어날 수도 있고 투자자 보호 측면이 취약했다는 점에 대한 어쩔 수 없는 규제 방안이었다는 것이다.

    고 과장은 "이런 부분을 감안해, 사회적 부작용이 나타난 것에 대한 규제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가상화폐와 관련해 재정 지원이나 시범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고 지원 의지도 내비쳤다.

    최훈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은 "금융 규율은 아무래도 소비자 보호 관점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다"며 "그러다보면 전체적 시장이 꺼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