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땀'과 '공정한 경쟁' 강조하면서도 '약탈적 남북구조'에서 기회 잃은 우리 선수 언급 안해
  • ▲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정국 경색의 근본 원인인 정치보복성 적폐청산 수사에 대해서는 별 언급 없이 정쟁 중단, 사회적 대타협, 의회배심제 등 야당의 반대를 넘어설 각종 통법(通法) 수단만을 백화점식으로 언급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31일 오전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문재인정권 출범 8개월을 "정치·경제·외교 전반에 걸쳐 변화와 개혁의 새바람을 불어넣은 8개월"이라며,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변국과의 외교 문제와 관련해서도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주변국과의 전략적 협력외교의 토대를 복원했다"고 자화자찬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날 우원식 원내대표는 정치·사회적으로 국론분열이 심화되고 현 정권의 각종 경제·사회정책이 초창기부터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한 듯, 이를 수습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쟁 중단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연대위원회 △의회배심제 △개헌 등을 주장했다.

    ◆"정직한 땀"과 "공정한 경쟁의 기회" 강조… 남북단일팀 언급은 없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통해 대화의 통로가 이어지고 긴장의 실타래가 풀어진다면 남북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것"이라며 "평화가 곧 밥이고, 평화가 곧 민생"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남북단일팀 구성 등에 대한 청년 세대의 반발과 거부감이 거세다는 것을 고려한 듯 "남북협력이 심화되면 북한이라는 새로운 시장과 성장 동력을 갖추게 된다"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민국의 도약과 청년들의 미래 또한 달려있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단일팀 구성으로 인해 그간 흘린 '정직한 땀'과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잃게 된 우리 선수들에 대한 사과나 유감의 표명은 없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조차 "선수들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잘못을 시인했는데, 집권여당 원내대표 연설에는 언급되지도 않은 것이다.

    이날 우원식 원내대표는 "정직한 땀이 온전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공정한 경쟁의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며 "약탈적 시장구조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전처럼 행세하는 북한 김정은의 한마디에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추며 '정직한 땀'을 흘려온 우리 선수들의 노력이 "메달권 밖"이라며 온전히 평가받지 못하고, 북에서 내려보낸 선수에게 밀려 일방적으로 선수단에서 내쫓기면서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상실하는 나라는 그럼 어떻게 된 나라인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날 우원식 원내대표의 연설에는 '약탈적 시장구조의 정상화'만 있었을 뿐, 북한 당국이 대한민국의 현 정권을 턱으로 지휘하며, 그에 따라 우리 국민들이 희생당하는 '약탈적 남북구조의 정상화' 방안은 빠져 있었다는 지적이다.

  • ▲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치보복 때문에 '여야정협의체'도 구성 못했는데, 다시 '사회적 연대위원회' 제안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사회적 대타협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사회적 대타협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의 뼈를 깎는 자기혁신이 수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일견 출범 8개월째를 맞는 현 정권을 향한 자기성찰의 외침인가 싶지만, 우원식 원내대표는 "정권이 교체되고 장·차관도 바뀌었지만 국민들이 아직 정부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무사안일과 타성에 젖은 공직사회에 일대 변화가 필요하다"고 결국 일선 공직자를 탓했다.

    이는 최근 갑자기 각종 회의 석상에서 공개 발언을 통해 공직 사회를 질타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 '정권 실패'의 책임을 일선 공직자에게 전가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다.

    일선 공직자 뿐만 아니라 야당 탓도 나왔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최근 잇따르는 사회적 참사와 관련해 "밀양에서 또다시 안타까운 화재사고가 발생했다"며 "정부·여당은 이번 참사에 무한책임이 있다"고 일견 고개를 숙였다.

    다만 "나 역시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참사의 책임과 관련해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이른바 적폐에 탓을 돌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화재참사의 원인을 적폐 탓으로 돌린 것과 일맥상통하는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우원식 원내대표는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연대위원회를 국회 내에 구성할 것을 제안하면서, 그 목적을 입법과제의 신속 처리에 뒀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여야와 모든 경제주체가 참여하는 가칭 사회적 연대위원회를 국회 내에 구성하자"며 "여야가 사회적 대화의 초기부터 함께 참여해야, 대타협의 제도화에 필요한 입법과제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적폐청산을 내세운 정치보복으로 기존에 제안했던 여야정협의체조차 구성되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적폐청산 기조를 고수하면서 이보다 확대된 사회적 연대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새로운 제안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적폐청산은 특정 개인이나 세력을 겨냥한 게 아니다"라며 "잘못된 관행의 시정과 제도 개혁을 의미한다"고 강변했다.

    적폐청산이 특정 개인을 겨냥한 게 아니라면, 뚜렷한 혐의점도 없는 전전(前前)직 대통령을 당장 평창동계올림픽 이후에 검찰 소환한다는 방침이 흘러나오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는 지적이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한 세기 전 국론분열로 망국의 고통을 겪었던 과오를 다시는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평창올림픽을 둘러싼 정쟁을 멈춰달라"고 요청했지만, 조선시대에 환국(換局)이 일어난 뒤 반대 붕당에 사약을 줄줄이 내리는 것처럼 정치보복을 계속하는 한도에서 정쟁이 멈추는 일은 난망하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 ▲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개헌, 제왕적 대통령 권력 분산 확약 없이 시기만 연신 강조

    이날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우원식 원내대표는 선거제도 개편과 개헌도 거론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87년 체제의 모순과 왜곡이 일거에 터진 것이 바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라며 개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개헌의 중요성과 관련해 내용보다는 시기에 방점이 찍혔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강조드리고 싶은 것은 바로 그 시기"라며 "지난 대선 당시 여야 모두가 지방선거와 개헌국민투표의 동시 실시를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우원식 원내대표는 비례성 강화를 위한 선거제도 개편과 의회배심제 도입을 주장하며 "독일과 스웨덴을 포함해 성공적인 사회적 대타협의 역사를 갖고 있는 국가들의 공통점" "이미 캐나다, 네덜란드, 아일랜드, 덴마크 등에서도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여러 선진국가들을 열거했다.

    그런데 이날 열거된 독일·스웨덴·캐나다·네덜란드·아일랜드·덴마크는 모두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다. 우원식 원내대표의 논리대로라면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고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의원내각제 개헌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원식 원내대표는 개헌의 핵심인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정부형태에 대한 진지한 논의도 필요하다"면서도 "단순히 권력제도를 바꾸는데 그치는 게 아니다"라고 분명치 않게 넘어갔다.

  • ▲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野 "개헌은 권력구조 개편이 핵심… 우원식 연설은 앙꼬 없는 찐빵"

    이렇듯 적잖은 모순을 보인 우원식 원내대표의 교섭단체대표연설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맹공을 가했다.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우원식 원내대표의 연설은 문재인정권이나 민주당이 늘 그랬던 것처럼 자화자찬에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연설"이라며 "우원식 원내대표의 연설에서 드러난 민주당의 컨텐츠 부재, 구호만 난무하고 디테일은 없는 무능, 포퓰리즘과 책임전가에 혈안이 된 모습이 현재 집권당의 현주소이자 실력"이라고 일축했다.

    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우원식 원내대표의 교섭단체대표연설은 알맹이가 없는 남 탓, 전 정부 탓, 야당 탓의 나열에 불과하다"며 "정부·여당이 정치보복을 일삼고 국민을 무시하는 일방통행식 정책을 지속할 경우에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당도 사회적 연대위원회 구성이나 개헌 등과 관련한 우원식 원내대표의 제안을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우원식 원내대표가 야심차게 내놓은 사회적 연대위원회 구성 제안도 진정성이 담겨있는지 의문"이라며 "정부·여당의 어설픈 정책입안과 추진과정에서의 엇박자, 각종 혼선을 덮기 위한 책임회피의 수단이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뻔한 아이디어"라고 평가절하했다.

    나아가 "우원식 원내대표의 교섭단체대표연설은 종합적인 위기상황에 대한 정부·여당의 안이한 인식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며 "지난 정부 탓만 할게 아니라 현 정부·여당부터 잘못된 진단으로 정책 신뢰성이 흔들리면 어떤 처방이든 백약이 무효임을 명심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도 "우원식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은 한마디로 민생·안보·미래를 걱정하는 국민 입장에서는 대책 없는 좋은 말 대잔치일 뿐"이라며 "안이한 현실인식이 대단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특히 "개헌의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막는 권력구조 개편이 핵심"이라며 "이것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보이지가 않아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실망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