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측 언론이 북측 조치들을 모독하는 여론 확산시켜"…일방적 공연 취소 통보
  • 북한이 금강산 남북 합동문화공연을 닷새 앞두고 지난 29일 밤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보냈다.

    뉴시스·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통일부는 이날 오후 10시10분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오는 2월4일 금강산에서 진행하기로 한 남북 합동문화공연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통지문에 따르면 북한이 이번 문화행사를 취소한 이유는 남측 언론이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북한의 진정어린 조치들을 모독하는 여론을 계속 확산시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내부 경축행사까지 시비를 걸어온 만큼 합의된 행사를 취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9일 오전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예술단 공연을 위한 사전 점검단을 20일에 파견한다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돌연 당일 밤 늦게 아무런 설명 없이 "사전 점검단 파견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정부는 북한에 전통문을 보내 파견 중지 이유 설명을 요청했다. 다만 정상적 관계라면 있을 수 없는 북한의 일방적 중지 통보에 정부는 유감을 표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북측이 일방적 통보를 보내자 정부는 당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북한의 일방적 통보로 남북이 합의한 행사가 개최되지 못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렵게 남북관계 개선에 첫 발을 뗀 상황에서 남과 북 모두 상호 존중과 이해의 정신을 바탕으로 합의한 사항은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일각에선 북한이 이처럼 합의된 사안을 일방적 통보로 취소한 것에 대해 '다른 배경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연합뉴스는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경유 반입 등을 놓고 미국 등의 협조를 구하는 것에 불만을 가졌을 수 있다"면서 "고유환 동국대 교수에 따르면 제재 위반 등의 말이 나오는 것에 대해 남측 당국에 던지는 경고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 조치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남측에서 열병식을 문제 삼자 일종의 압박 카드로 내민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앞으로 북한 예술단의 공연과 태권도 시범단의 시범 공연, 마식령 스키장 공동훈련, 고위급 대표단 방남 등 북측과 우리측 정부가 함께 해야 할 행사가 여럿 예정돼 있다. 수시로 번복되는 북한의 태도에 과연 합의 사항들이 차질없이 진행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