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 "광화문·청와대 기자회견 등 검토... 철회될 때까지 강행"전교조 "이제와서 이렇게 반발하는 것은 태도가 다소 지나치다"
  •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무자격 교장공모제 전면확대'를 즉각 철회하라는 집회를 열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제공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무자격 교장공모제 전면확대'를 즉각 철회하라는 집회를 열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제공

     

    "궂은 일 도맡는 교사의 사기 꺾고, 특정 단체 출신 인사는 쉽게 교장 만들고, 교육감 눈치 살피는 교사 양산하는 무자격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를 철회하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하윤수)와 17개 시·도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심광보)는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정부의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교육부가 이러한 내용이 담긴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것은 학교현장을 무너뜨리려는 처사로 정부는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새해 벽두부터 교총이 교육부 앞에서 집회를 연 것은 나쁜 정책인 무자격 자격공모제 전면 확대를 저지하겠다는 의지 때문이며, 새 학기를 준비해야 할 시점에 이러한 투쟁 선언식을 갖게 돼 매우 개탄스럽다"며 유감을 표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27일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자율학교·자율형공립고 중 자격 미소지자 대상 교장공모제 학교 비율을 신청학교의 15%로 제한한 조항을 삭제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경력 15년 이상의 교사들은 누구나 교장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하지만 교총은 "교장이 되기 위해서는 공개전형임용시험을 통해 교사가 된 후 적어도 25년 이상 근무해야 하고, 또 지속적으로 연구와 연수를 해야 하는 등 다양한 검증 절차와 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이렇게 (체계 없는) 교장공모제를 전면 확대하면 학교 운영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재철 교총 대변인은 "특정 노조가 공모교장을 독식하는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내부형 공모제로 교장이 된 이들의 지역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임명된 공모 교장 53명 중 전교조 소속 교장이 37명(69.8%, 2017년 10월 기준)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전교조 관계자는 "내부형 공모제는 원래 있던 것이며 비율 15%로 묶여있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이제와서 이렇게 반발하는 것은 태도가 다소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전교조는 지난해 12월 26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교장공모제 확대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유능한 교사의 입직 기회를 넓히고 학교 자치를 강화할 수 있다"며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전교조 소속 공모 교장 비중이 높은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69.8%라는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독식'이란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민주적 절차인 공모제를 통해 전교조 출신이 많이 선출됐다는 것은 그만큼 전교조 교사가 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반면 교총 측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 했다.

    김재철 대변인은 "특정 단체 출신들이 그렇게 뛰어나다면 왜 현행 제도에서는 실력을 못내고 있나? 무적(無籍) 교사보다 적은 규모의 특정 단체가, 그것도 유독 그 단체의 집행부를 맡은 사람들이 높은 비율로 두각을 나타낸다고 하는 것은 제도에 문제가 있거나 제도를 절묘하게 활용하는 뭔가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2015~2017학년도 무자격 내부형 공모교장 발령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별 50명의 교장 중 전교조 출신은 40명(80%)으로, 다수가 지역위원장·지회장 등 핵심간부 출신이었다.

    김재철 대변인은 "만약 20대 중반의 교사가 15년 뒤에 교장이 된다면, 남녀불문 40대 초반에 교장이 된다. 물론 실력이 좋으면 될 수도 있겠지만, 어느 조직이든 최소한의 경륜이나 위계는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 소재 고등학교 A교사도 "각자 생각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학교 현장에 너무 젊은 교장이 오는 것은 다소 꺼려하는 분위기인데 적어도 50세 이상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교장 승진이 너무 점수화 되면 모두 외형적 실적에 주력하다 보니 교육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며 "균형 잡힌 정책적 논의가 더욱 필요할 것 같다"고 경계했다.

    교총 측은 정부의 입법 예고에 대해 "이미 집회 신고를 1달 이상 해놓은 상태로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가 철회될 때까지 정부세종청사 집회는 앞으로 매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총은 이날 집회를 시작으로 릴레이 집회를 지속해서 펼칠 계획이다. 상황에 따라 광화문·청와대 앞 기자회견 등 '정부의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 철회'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방향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하 회장은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철저히 무지하는 정부의 일방적 행태를 강력 규탄하며, 교총은 교육현장의 적극 지지를 바탕으로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 폐지 청와대 국민청원에 돌입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입법 예고중인 시행령 개정안은 2월 5일까지 다양한 의견 수렴을 취합한 뒤 내부 논의를 통해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