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의식한 듯… 朴 정치 공로 치켜세우고, 부당한 사법 처우 막겠다 강조바른정당 통합 명분 제공 의도 부인… "몇 자리 만들고자 결정한 것 아냐"
  •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3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을 결정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3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을 결정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을 결정했다. 홍준표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제명이 보수 궤멸을 막고 신보수주의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이라고 소개했다.

    홍준표 대표는 3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늘 당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유한국당 당적 문제를 정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홍준표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 인생을 걸어오며 일군 공적을 치하하는 한편, 국정농단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강조했다.

    홍준표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우리 당 국회의원이 된 이래 20여 년 동안 국회의원, 당대표를 역임하면서 2004년 대선자금 파동 때는 침몰하는 당을 구하기도 했다"면서도 "제18대 대통령으로 당선돼 우리 당이 재집권하는데 주인공이 되었으나, 최순실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고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를 받았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과 검찰에 제3자 뇌물 등 혐의로 수감된 사실에 대해서는 "유감스럽다"면서도 "현실은 냉혹하고 가혹했다"고 평했다. 

    그는 "(집권세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제를 내년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기 위하여 무리하게 구속 기간까지 연장하면서 정치재판을 하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을 '국정농단 박근혜당'으로 계속 낙인찍어 한국 보수우파 세력들을 모두 궤멸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이 한국 보수우파의 본당으로 거듭나기 위하여 박근혜당이라는 멍에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지난 60여 년 세월 동안 대한민국 국민들께서 보수우파 세력들에게 정권을 맡겨준 것은 다소 부족하기는 하여도 국정 능력과 책임정치 때문"이라며 "박근혜정부의 무능력과 무책임으로 한국 보수우파 세력들이 이렇게 허물어진 것에 대해 우리 자유한국당 당원과 저는 철저하게 반성하고 앞으로 깨끗하고 유능하고 책임지는 신보수주의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늘로써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적은 사라지지만 앞으로 부당한 처분을 받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당초 홍준표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보수대통합에 대한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친박계 등 당내 반발 세력을 의식한 듯 통합과 관련한 발언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향후 보수대통합 흐름을 묻는 기자 질문에 "책임정치를 강조하는 측면에서 친박 핵심을 청산하자는 것이지 바른정당 의원들 몇 분 들어오는 공간 마련해주려고 이런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홍준표 대표가 이날 당내를 다독이는 목소리를 낸 것은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이날 오전 박 전 대통령 출당을 논의하는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지도부 구성원들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재영 최고위원은 "항간에 통합을 위한 이런저런 조건을 걸고 있다고 하더라.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며 "이런저런 조건 걸 것이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하는 것이라면 동의할 수 없다는 생각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또,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태흠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최고위 표결 없는 당 대표의 결정은 무효"라고 선언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홍준표 대표는 강력한 메시지 대신 당력을 집중하기 위한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 실패가 부당한 사법적 피해로 이어지지 않게 하겠다고 공언한 것 또한 당내 출당 반대 세력과 출당 유보 세력을 아우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조치로 보수대통합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분석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적을 정리하며 바른정당 측에 최소한의 통합 명분을 제공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최근 통합파의 '맏형' 격인 김무성 의원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적 정리에 들어가면 100%는 아니지만 통합의 명분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써 바른정당 통합파는 5일 열릴 의원총회를 마지막으로 한국당과의 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단체 행동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