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삭제, 5분 30초 사과방송, 장관 나서는 등 이례적 사태 전개
  • ▲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사진)은 2일 SBS의 단독 보도 직후 논평을 내고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겨냥한 문제를 제기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사진)은 2일 SBS의 단독 보도 직후 논평을 내고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겨냥한 문제를 제기했다. ⓒ뉴시스 사진DB

    지난 2일 저녁 민영지상파방송 SBS의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보도와 관련한 후폭풍이 사흘째 되는 날까지 거세다. 지난 사흘간의 흐름을 간명하게 정리해본다.

    ◆대선후보 토론회 진행되던 저녁의 긴장감 깨뜨린 한 편의 단독 보도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마지막 대선후보 토론이 진행되고 있던 2일 저녁, SBS 저녁 메인 뉴스인 8뉴스의 한 꼭지 보도가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차기 정권과 거래?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조사'라는 리포트였다.

    한창 대선후보 토론이 진행되고 있는 시간이었지만, 국민의당이 먼저 기민한 대응에 나섰다. 국민의당은 이날 토론회 중에 손금주 수석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 "참담하다"며 "팽목항을 방문해 세월호 영령들에게 '고맙다'고 적은 의미가 이런 것인가"라고 개탄했다.

    아울러 "사람이 해도 될 일이 있고,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며 "국민의당은 모든 당력을 집중해 진상을 밝힐 것을 약속드린다"고 다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도 대선후보 토론이 종결된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선후보 토론을 KTX에서 시청하던 중 청천벽력과 같은 보도에 눈앞이 캄캄해졌다"며 "문재인 청탁 사건이 해수부 공무원의 증언으로 인양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세월호, 세월호' 탄식하던 문재인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가"라며 "아, 너무 더러운 일"이라고 개탄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대응에 나섰다. 민주당 박광온 공보단장은 이날 "문재인 후보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이고 선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며 "SBS는 납득할 만한 해명과 함께 즉각 정정과 사과 보도를 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 ▲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공보단장(사진)은 3일 SBS의 보도 삭제와 보도본부장의 홈페이지를 통한 삭제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통한 사과와 보도 삭제 외압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뉴시스 사진DB
    ▲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공보단장(사진)은 3일 SBS의 보도 삭제와 보도본부장의 홈페이지를 통한 삭제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통한 사과와 보도 삭제 외압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뉴시스 사진DB

    ◆짙은 어둠에 세상이 잠겨 있던 한밤중, 전광석화와 같이 보도 삭제

    이튿날인 3일 새벽 3시, SBS는 보도를 삭제했다. 휴일 아침 방송된 〈모닝와이드〉에서 SBS는 "어제(2일) 저녁 8뉴스에 방송된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조사 나선다' 보도와 관련해 일부 내용에 오해가 있어서 해명한다"며 "논란을 일으킨 점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성준 보도본부장은 이날 오후 SBS 홈페이지에 "기사 작성과 편집 과정에서 발제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인식될 수 있는 뉴스가 방송됐다"며 "기사를 작성한 기자나 검토한 데스크를 비롯해 SBS의 어떤 관계자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거나 특정 후보를 폄훼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나아가 "오늘 새벽, 해당 기사를 SBS뉴스 홈페이지에서 삭제한 것은 의혹과 파문의 확산을 막기 위해 보도책임자인 내가 직접 내린 결정"이라며 "세월호 가족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했다.

    이후 정치권의 반응은 보도 삭제에 관한 논란으로 번졌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후보가 벌써부터 언론 탄압을 시작했는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으름장을 놔, 그 결과 어제(2일) 보도된 기사의 진위 여부가 가려지기도 전에 삭제되는 참담한 일이 벌어졌다"며 "'세월호 인양 지연 의혹' 기사 삭제 사건은 문재인 후보가 노골적으로 언론을 탄압하고 줄세우기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왕관을 쓰고 행복하다며 벌써 제왕적 대통령 코스프레를 하더니 이제는 언론 탄압까지 하려는가"라며 "대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라고 질타했다.

    자유한국당도 뒤늦게 가세했다. 자유한국당 정준길 대변인은 이날 "세월호 인양 뒷거래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가 갑자기 관련 기사를 삭제했다"며 "문재인 후보에게 큰 악재가 될 것이라는 이유로 삭제한 것이라면, 언론사의 문재인 눈치보기"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정황에 비춰보면 문재인 후보가 언론사에 압력을 행사해 기사 삭제와 해명 방송을 종용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아직 대선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완장 찬 민주당발 언론탄압과 공포정치의 서막을 보는 것 같다"고 몸서리를 쳤다.

    이에 민주당 박광온 공보단장은 "SBS가 기사를 삭제하고 아침 뉴스에서 해명 보도를 내보냈는데도, 국민의당은 우리 당과 문재인 후보가 압력을 넣어서 기사를 삭제한 것처럼 또 새로운 말을 만들고 있다"며 "마치 우리 당이 압력을 넣어서 기사를 삭제했다고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열중하는 것"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SBS를 향해 "세월호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 문재인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국민들께 사과하기 바란다"며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 측이 압력을 넣어 기사를 삭제했다는 일부 정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SBS가 신속하게 해명하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 ▲ 자유한국당 박대출 공보단장(사진)은 3일 SBS 8뉴스의 이례적인 5분 30초 사과 방송에 대해 독재 시절에도 이처럼 비굴한 사과 방송은 본 일이 없다고 개탄했다. ⓒ뉴시스 사진DB
    ▲ 자유한국당 박대출 공보단장(사진)은 3일 SBS 8뉴스의 이례적인 5분 30초 사과 방송에 대해 독재 시절에도 이처럼 비굴한 사과 방송은 본 일이 없다고 개탄했다. ⓒ뉴시스 사진DB

    ◆첫 보도로부터 24시간… 8뉴스에서의 5분 30초 사과 방송

    첫 보도로부터 24시간이 경과한 뒤 다시 돌아온 3일 SBS 8뉴스에서 김성준 보도본부장은 이례적으로 방송 서두에 5분 30초를 할애해 사과 방송을 했다.

    김성준 본부장은 이날 "해수부가 문재인 후보 눈치를 보려고 세월호 인양을 늦췄다는 보도 취지가 전혀 아니었다"며 "세월호 가족과 민주당 문재인 후보,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재차 민주당의 요구를 전폭 수용했다.

    또 "해당 기사를 SBS뉴스 홈페이지에서 삭제한 것은, 내가 보도 책임자로서 직접 내린 결정"이라며 "그 결정에 어떠한 외부의 압력도 없었다"고 민주당의 '해명 요구'에도 부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의 논란은 계속됐는데, 이 시점에서 오거돈 부산선대위원장이 등장했다.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은 이날 "SBS가 어떠한 경위로 사과 및 방송 삭제를 한 것인지 반드시 진실을 가려야 한다"며 "양념부대도 SBS와 기자 개인에 대해 입에 담지 못할 사이버폭력을 자행하고 있는데, 이것이 문자폭탄·댓글부대를 동원한 언론탄압, 언론 길들이기는 아닌지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거돈 부산선대위원장이 지난달 17일, 김영춘 농해수위원장이 주최한 부산 토론회에서 '후보와 몇 번 이 부분에 대해서 대화도 했고, 이미 몇 번에 걸쳐서 약속을 한 바가 있다'며 '수산 관련 차관을 신설하는 문제도 진행 단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자유한국당도 SBS의 이례적인 사과 방송에 포문을 열었다.

    한국당 박대출 공보단장은 "독재 시절에도 이처럼 비굴한 사과 방송을 본 적이 없다"며 "언론 사상 초유의 항복 방송에 참담하다"고 논평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SBS가 8시 뉴스를 시작하며 약 6분간 문재인 헌정 방송을 했다"며 "잘잘못을 가리기도 전에 바닥에 납작 엎드려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모습은 SBS의 굴욕이며 언론 참사"라고 개탄했다.

    반면 민주당 윤관석 공보단장은 "방송을 통해 진솔한 사과를 한 방송사의 태도는 인정한다"면서도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의 해수부 공무원은 어떠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고,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새로운 요구를 내놓았다.

    오거돈 부산선대위원장의 발언에 관해서는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나섰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오거돈 씨는 전 해수부장관으로서 개인적 견해를 토론회에서 밝힌 것"이라며 "국민의당이 공개한 동영상은 지난달 17일의 영상으로 세월호가 인양되고 난 이후라는 말씀을 우선 드린다"고 해명했다.

  • ▲ 김영석 해수부장관은 4일 문제의 보도에서 SBS의 취재원이었던 공무원을 업무에서 배제했으며, 추후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사진DB
    ▲ 김영석 해수부장관은 4일 문제의 보도에서 SBS의 취재원이었던 공무원을 업무에서 배제했으며, 추후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사진DB

    ◆SBS사장·해수부장관 담화까지… 전폭 수용되는 민주당 요구

    사태 발생 사흘째에는 지상파 방송사의 사장과 국무위원인 부처 장관까지 나섰다.

    박정훈 SBS 사장은 4일 담화를 통해 "새 정부의 탄생을 불과 며칠 앞두고 있다"며 "반복해서 보도의 진의를 설명하고 사과했지만, 앞으로 우리에게 거대한 후폭풍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땅에 정의를 구현하고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 본연의 사명은 중단할 수 없다"며 "나를 포함한 SBS 가족 모두가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냉정하게 성찰하고 공동체 의식으로 위기를 돌파해나가자"고 다짐했다.

    김영석 해수부장관도 같은날 "(SBS와 통화한) 직원은 세월호 인양이나 정부 조직개편에 대해 책임있는 답변을 해줄 수 있는 위치가 전혀 아니다"라며 "즉시 본부대기 조치해 업무에서 배제토록 했으며, 추후 엄중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점점 이례적으로 번져가는 사태에 정치권의 공방은 지속됐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4일 "지금 상황은 지난 2014년 이정현 홍보수석의 KBS 보도개입 사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중하다"며 "언론·표현의 자유가 진영 논리에 의해 막무가내로 짓밟히고 있다"고 절망했다.

    나아가 "기사에 댓글을 달고 공유하는 행위까지 (민주당이) 고발한다는 것은 일반인까지 처벌하겠다는 것으로, 이명박·박근혜정부 때도 없었던 탄압"이라며, 민주당을 향해 "당신들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은 고발로 응답했다.

    민주당 윤관석 공보단장은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이 SNS와 유세 현장에서 세월호 관련 SBS 보도 영상을 유포하는 행위를 적발하는대로 고발하기로 했다"며 "손금주 수석대변인을 오늘 남부지검에 고발했으며,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자유한국당 이철우 총괄선대본부장, 정우택 원내대표, 정준길 대변인과 SBS, 해수부 공무원 등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한국당도 맞고발을 예고했다.

    한국당 정준길 대변인은 이날 "민주당 오거돈 부산선대위원장이 지난달 17일 부산일보사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와도 몇 번 대화했고, 수산 관련 차관을 신설하는 문제도 진행 단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그런데도 문재인 후보 측은 오거돈 위원장의 발언을 개인 견해로 격하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후보와 상의했다는 오거돈 위원장의 발언까지 가짜 뉴스로 만드는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는 오로지 정권 장악을 위해 제기된 의혹을 피하기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열함을 보이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은 해수부장관 등에 대한 강요죄와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외압 의혹자들에 대한 형사고발을 즉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맞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