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5당 긴급안보회의' 제안에는 "정치 쇼…당론이나 바꾸라"
  •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그는 11일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보수 대통합'을 강하게 주장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그는 11일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보수 대통합'을 강하게 주장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11일 오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은 각지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전 세계에 몇 남지 않은 분단 국가인 대한민국의 긴장감은 그들에게 관광 상품이 돼 있었다.

    이들의 표정에는 신기함과 숙연함이 뒤섞여 있었다. 웃고 떠드는 사람은 손에 꼽혔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대립이 살아 숨쉬는 이곳이 외국인들에게는 묘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듯 했다.

    이들을 뒤로하고 '당사국'의 대선후보를 자처한 홍준표 후보가 비장한 표정으로 입장했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도 무감각한 반응을 보이는 국민들을 상대로, 그는 낮은 목소리로 연설을 시작했다.

    홍 후보는 먼저 우리 국민의 안위가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결정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5일 전 미국이 전격적으로 시리아 공군기지를 폭격했다"며 "중국 시진핑 주석을 불러놓고 북한의 핵개발이 마지막 선을 넘는다면 미국이 독자적인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전세계에 천명한 것"이라 했다.

    실제로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 핵시설 동향을 근거로 북한이 김일성의 105주기인 15일을 전후해 6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구체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에 맞서 미국 역시 핵항공모함인 칼빈슨 호를 호주 대신 서태평양에 배치하고 해병 1사단을 태평양 지역으로 배치하는 등 압박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미국 언론 역시 이같은 추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NBC의 메인 뉴스는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특집 기사를 구성, 북한의 위협을 보도하는 데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투자했다. 특히 미·중 정상회담이 사실상 결렬되면서 긴장감이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 ▲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낭독하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낭독하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홍 후보는 이같은 내용을 대국민 호소문 서두에 담았다. 의례 선거철만 찾아오면 반복됐던 '북풍' 논란과는 차원이 다른 안보위기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의미다. 다른 후보들이 선거 직전까지 사드 배치에 대해 이렇다할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과 차별화된 행보라는 지적이다.

    특히 홍 후보는 이같은 위기가 좌파정권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점을 함께 꼬집었다. 그는 "좌파정권 10년 동안 수십조 원이라는 엄청난 돈이 햇볕정책으로 포장돼 북한으로 넘어갔다"며 "그 돈이 북한의 핵개발 자금으로 전용됐고, 핵 공갈·핵 협박이 돼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1년 "북한은 핵을 개발할 능력도 의사도 없다. 내가 책임진다"고 말한 것에 좌파정당이 이제라도 책임져야 한다는 비판이다.

    나아가 "통진당 이석기 전 의원은 이미 2003년에 반국가단체구성죄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다"며 "이런 사람을 불과 5개월만에 광복절 특사로 공안사범 중 유일하게 가석방 해주고, 다시 2년 뒤에 특별 복권까지 시켜준 장본인이 당시 대통령 민정수석이던 문재인 후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안보 환경이 크게 바뀔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홍 후보는 북핵의 해법으로 한반도 내 '전술핵 배치'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사드 배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다 최근 태도를 바꿀 기미를 보이고 있다.

    홍준표 후보가 비록 대국민 호소문을 토대로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지만, 그의 호소 속에는 '위기 속 대한민국'의 모습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외국인에게 대서특필될 위협에도 안보불감증을 느끼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향해 안보의 중요성을 부르짖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한편 홍 후보는 이날 문재인 후보가 제안한 긴급안보비상대책회의 제안에 "그것은 정치 쇼"라며 "그런 정치 쇼를 하기 전에 본인 당의 당론부터 바꿔야 한다"고 못박았다.

    그는 "사드 배치와 전술핵 배치하는 것을 하겠다고 약속해야지 그렇지 않고 국민을 상대로 안보 쇼를 하려고 하는데 거기에 우리가 할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