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총선서 "단일화가 민심" 연대 주도하더니..."비문연대는 적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최근 다른 당 후보들의 연대 여부에 대해 '적폐연대'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특히 문 후보는 "'반문연대', '비문연대' 하는 것은 정권교체를 겁내고 저 문재인을 두려워하는 적폐연대에 불과하다"며 "적폐연대의 정권연장을 막고 위대한 국민의 나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핵심 가치로 '정의'를 내세우며 경쟁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을 '적폐 연대' 프레임으로 싸잡아 비난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문 후보가 단일화에 대한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묻지마 연대'를 주도했던 문 후보가 단일화에 대해 '내가 하면 정의이자 로맨스, 남이 하면 불의이자 불륜'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문 후보는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 후보와의 사실상 단일화를 통해 집권을 노렸지만 실패한 바 있다. 당시 안 후보는 야권 단일화를 위해 문 후보에게 야권 대선 후보 자리를 내줬고, 정치권 안팎에선 '아름답지 못한 단일화'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당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 후보의 사퇴와 관련해 "이 후보의 사퇴로 '문재인-이정희-심상정-안철수 연대'가 이뤄졌는데, 이는 '짬뽕연대'"라며 "문 후보가 집권하면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의 입김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 후보는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단일화 주도를 위해 울산을 방문, 이른바 '묻지마 연대'를 주도했다.

    문 후보가 울산을 다녀간 뒤 북구와 동구에 출마했던 민주당 후보들은 "아무 조건 없이 단일화하기로 했다"며 스스로 물러났고, 막판 연대에 힘을 얻은 통진당 출신 무소속 김종훈·윤종오 의원은 2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불과 4년 전 표에 급급한 나머지 통진당과 당 대 당 연대를 통해 후보단일화를 감행했던 민주당이 헌재의 위헌정당해산심판 결정을 외면하고 통진당 출신 후보를 밀어줬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 ▲ 지난해 8월 18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추도사를 듣고 있다.ⓒ뉴데일리
    ▲ 지난해 8월 18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추도사를 듣고 있다.ⓒ뉴데일리

      
    문 후보는 올해 대선을 앞두고 일찌감치 야권연대의 깃발을 꺼내든 바 있다.

    지난해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이 열린 국립현충원에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 주요 인사들이 총집결했을 때, 문 후보는 국민의당과의 야권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당시 안철수 대표를 겨냥해 "지난 총선 과정에서 야권이 서로 경쟁했지만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다들 뜻을 함께 하게 되리라고 믿는다"고 했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당시 '문 전 대표와 야권 연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하며 불쾌감을 에둘러 표출했다.

    문 후보는 민주당 대표 시절인 2015년 11월 호남 민심 이반으로 인한 당내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를 제안한 바 있다.

    안철수 후보는 '문안박 공동지도부' 구성을 거부하며 문 후보의 꼼수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당시 "문안박연대 제안은 제가 개인적으로 제안한 게 아니라 우리 당에 꼭 필요한 혁신과 단합에 이르기 위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당내에 많은 분들의 제안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그 요구를 받아들여서 제안했던 것인데 당장 성사되지 않아 아쉽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지난 1월에는 "정권교체라는 대의 앞에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함께 힘 모으게 되길 간절하게 바란다"며 "지난 총선 때 길이 조금 어긋나긴 했지만 모두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두 민주정부의 후예들이다. 함께 힘을 모아 제3기 민주정부를 만들어내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고 호남 민심이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자대결 결과에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자 문 후보는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와의 양자대결 가능성에 대해 "저와 안철수 전 대표간의 양자구도 1대1구도가 된다면 그것은 안 전 대표가 단순히 국민의당 후보가 아니라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이쪽을 대표하는 단일후보가 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그렇게 되면 결국은 정권교체 후보가 기존의 정권연장을 하려는 후보 간의 대결이 되는 것이고 적폐 청산 후보와 적폐세력 후보 간의 대결구도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정의이고, 상대는 적폐이자 부정'이라는 프레임으로 범야권의 연대움직임을 강하게 경계한 셈이다.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을 향해 "문재인 후보야말로 단일화쇼의 주역"이라고 주장했다. 정준길 대변인은 논평에서 "그동안 대선 과정에서 단일화 쇼를 펼쳐 온 정당이 과연 누구인가. 단일화쇼는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역사 그 자체가 아닌가"라며 "자신이 하는 단일화는 정의이자 로맨스라는 식의 후안무치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라고 맹비난했다.

    정 대변인은 이어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은 남을 비판하기에 앞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최소한의 품격을 갖추기 바란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