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탑산업훈장 받은 전직CEO, 경영논리 훤해…호남 개발 성공시킬까
  •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 공동대표가 14일 전북 군산 수송사거리에서 열린 '군산 조선소 존치를 위한 전북도민 총 결의대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 공동대표가 14일 전북 군산 수송사거리에서 열린 '군산 조선소 존치를 위한 전북도민 총 결의대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의사에서 교수, 기업가를 거쳐 정치인까지. 이제는 대권주자의 길을 걷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전직 기업가와 정치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14일 전북 군산에서 열린 군산조선소 폐쇄 반대 범도민총궐기대회에 참석해 반대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높이는 등 전북 내에서 거론되는 '홀대론' 해소에 앞장서며 전북 민심 구애에 총력을 다했다.

    이날 군산 수송사거리에서 열린 '군산조선소 존치를 위한 전북도민 총결의대회'에서 안철수 전 대표는 "나와 국민의당은 군산조선소 존치를 위해 총력을 집결할 것"이라며 "군산조선소 폐쇄 결정이 철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부르짖었다.

    이어 "군산조선소는 현대중공업 12개 도크 중 하나의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며 "남동권에 집중됐던 조선업의 서해안 시대를 열었던 환서해안 시대의 상징이자 군산의 자부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군산조선소 폐쇄는 군산과 전북 경제의 위기를 의미한다"며 "군산조선소 폐쇄는 단순히 기업 경영 논리만으로 결정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군산조선소 폐쇄 여부는 전북 권역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이에 안철수 전 대표는 직접 띠를 두르고, 가동중단에 반대한다는 피켓을 드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집결한 도민들도 안철수 전 대표의 연설 도중 "옳소"를 외치며 함께 소리를 지르는 등 호응하기도 했다.

    앞서 안철수 전 대표는 오전에 열린 전북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도 "조선산업은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며 도크 폐쇄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폐쇄를 하면 실업급여를 국가에서 지급해야 하는데 그 액수가 더 크다"라며 "국가적 차원에서도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현명한 판단"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아마 대선후보군에서는 유일하게 범도민 총궐기대회에 참석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참석 자체가 내가 가진 생각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앞서 전북을 방문했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보다 자신이 전북의 대변자에 적합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불과 20일 만에 낙마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처럼 5년 전에는 '정치문외한'이자 '외부인'이었지만, 이제는 완전한 정치인으로 안착해 대권주자로 성장했음을 보여준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틈틈이 과거 최고경영자로서의 고심이 엿보이기도 했다.

  •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 공동대표가 14일 전주 KBS 공개홀에서 열린 대선주자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 공동대표가 14일 전주 KBS 공개홀에서 열린 대선주자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현대중공업이 울산에는 10개의 도크가 있고 군산에는 1개의 도크가 있는데, 하나 있는 군산의 도크를 폐쇄하는 것은 지역 차별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안철수 전 대표는 "회사 입장에서는 한 곳에서 관리하는 것이 더 비용절감이 가능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기본 가치가 이윤 추구인만큼 효율성을 중심으로 한 경영 판단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인정한 셈이다.

    아울러 대권을 잡으면 정부 차원에서 수주 물량을 조절해줄 수 있겠냐는 질문에도 "기업이 자율성을 갖고 열심히 하는 것이 기업도 살고 지역경제도 산다는 입장"이라고 답해 정부의 간섭은 줄이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동탄산업훈장까지 받았던 전직 최고경영자로서 경영논리에는 훤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다만 전북 민심을 잡겠다는 애초의 의도는 결코 잊지 않았다.

    안철수 전 대표는 "회사를 비용을 최소화하고 이익을 늘린다는 점에서 경영했는데 그건 옛날 방식"이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무(CRS)를 염두에 두고 단기적으로 손해라도 환경과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면 기업 이미지가 제고돼 오히려 장기적으로 영속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는 기업이 계속 군산에서 사업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리도록 충분히 지원하는 게 좋겠다"라고 말했다. 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동시에 군산조선소가 존치될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 노력할 것을 내세우며, 기업과 전북 민심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러한 모습은 새만금 내국인출입 카지노와 관련한 질문에서도 나왔다. 새만금 개발은 전북의 30년 숙원 사업이라고 지칭될 정도이지만, 복합리조트에 내국인출입카지노까지 허용해야 하는지를 놓고서는 전북도민들도 의구심을 갖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 논란에 대해 "지엽적 이슈"라며 "결국 새만금이 제대로 개발되는 것이 가장 큰 목적 아닌가"라고 비껴갔다.

    내심 내국인출입 카지노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면서도 이를 위한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을 배려하면서, 카지노로 불필요한 논쟁이 번지는 것을 막고 본질인 새만금 개발 완수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등 정치인으로서 노련한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안철수 전 대표는 내국인출입 카지노 논란에 대해 "국가에서 해야 할 인프라 투자를 안 하고, 민간의 자본유치도 안 되다 보니 여러 가지 수단을 강구하다 나온 고육지책의 아이디어 중 하나"라며 "우리 정치권이 방법을 찾는 중 아주 지엽적인 분야의 논란에 빠져 큰 목적을 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왜 새만금 개발이 필요하고 왜 개발해야만 하는가, 그 목적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