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박지원~손학규, 박지원~정병국도 회동… 非文非朴 움직임 급박
  •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 손학규 국민개혁주권연대 5인을 주축으로 이른바 개헌 빅텐트 논의의 물고 물리는 밀고당기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뉴데일리 사진DB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 손학규 국민개혁주권연대 5인을 주축으로 이른바 개헌 빅텐트 논의의 물고 물리는 밀고당기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뉴데일리 사진DB

    4월말~5월초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개헌(改憲)을 매개로 하는 비문비박(非文非朴) 대규모 수평적 연대, 이른바 '개헌 빅텐트'를 치는 문제를 둘러싸고 밀고당기기가 본격화됐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손학규 국민개혁주권연대 의장 등 5자를 주축으로 '빅텐트' 논의가 물고 물리고 있어, 향후 '밀당'의 전개에 큰 관심이 쏠린다.

    반기문 전 총장은 27일 손학규 의장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배석자 없이 1시간에 걸친 오찬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서 반기문 전 총장은 전날 SBS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는, 개헌과 공동 정부 구성에 관한 자신의 청사진을 설명했다.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총선이 치러지는 2020년 4월까지로 단축하고, 그 사이에는 경제·신산업 등 내치(內治)에 관한 전권을 갖는 책임총리를 임명해 함께 정부를 운영한다는 내용이다.

    반기문 전 총장은 전날 SBS 인터뷰에서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고, 미래산업을 이끌 수 있는 분들 중에서 총리가 나와 전권을 갖고 내정을 이끌어가는 게 적합하지 않을까"라며 "(김종인 전 대표와 박지원 대표는) 의견이 대선 전의 개헌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 생각과 똑같다"고 연대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이에 대해 손학규 의장은 "보수적인 정치 세력에 기반을 둔 구상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좀 더 분명한 정치적 입장을 세워서, 개혁적 정권교체의 길을 가야 한다"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학규 의장은 전날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와 3시간에 걸친 만찬 회동을 가졌다. 긴 시간 동안 회동이 이뤄지면서 현재 정국의 현안과 관련한 모든 문제가 두루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대표는 회동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손학규 의장을 향해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국민을 위해 국민의당과 국민개혁주권연대가 함께 하자"고 제안했고, 손학규 의장도 긍정적으로 화답했다고 전했다.

    또, 이 자리에서는 반기문 전 총장과의 연대 문제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날 손학규 의장이 반기문 전 총장에게 전달한 메시지는 박지원 대표와도 공감대를 이룬 내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친박(친박근혜)와 함께 하려다가 자칫하면 '정권연장'이라는 공격의 빌미를 사게 되니, 과단성 있게 현 정권과 단절을 선언해 '개헌 빅텐트'의 '정권교체'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하라는 조언을 한 것으로 읽힌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당에 안철수 전 대표라는 또다른 유력 대권주자가 있어, 안 전 대표의 입장 또한 배려해야 하다보니 보다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날 반기문 전 총장이 책임총리의 후보자로 "미래산업을 이끌 수 있는 분"을 거론하며 사실상 자신이 대통령을 맡고 안철수 전 대표가 총리를 맡는 분권 구상을 밝힌 것에 대해, 박지원 대표는 "총리 운운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도 "정치는 생물이니 셔터는 내려졌다가도 또 올라갈 수도 있는 것"이라며, 향후 대화의 여지는 계속해서 남겨놓는 미묘한 입장을 나타냈다.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는 이러한 미묘한 입장에 서 있는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를 전날 찾아가 개헌 문제를 조율했다.

    국회에서 이뤄진 회동에서 박지원 대표는 "바른정당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성사시켰다"며 "앞으로도 탄핵의 민의를 잘 읽고,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정병국 대표도 "국민의당이 친문패권주의를 배격하기 위해 분당을 했듯이 바른정당도 친박패권주의를 배격하기 위해 창당했다"며 "지향하는 바가 비슷한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들은 직후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 개헌에 관한 논의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정병국 대표는 반기문 전 총장을 향해서는 같은날 평화방송라디오에 출연한 자리에서 "당을 창당하느니 들어가느니 하는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 결단력 없는 지도자상으로 보이는 것"이라며 "바른정당이 가장 가깝다고 판단이 되면 빨리 결단을 하시라"고 압박했다.

    '개헌 빅텐트'의 또 한 명의 주축인 민주당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는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와 접점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반기문 전 총장에 대한 입장도 상당히 전향적으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인 전 대표는 전날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반기문 전 총장이) 귀국 직후에 요란을 떨며 활동을 하지 말고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상황 판단을 했어야 하는데 너무 일찍 움직였다"면서도 "이제야 사람들을 만나면서 감을 조금은 잡은 것 같다"고 호평했다.

    이러한 김종인 전 대표를 향해 박지원 대표는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고 있고, 김종인 대표도 상당히 열려 있다"며 "개헌을 해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보자는데 서로가 상당히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