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심정 호소에 김형오 "등대가 돼서 국민들에게 빛을 비춰달라" 덕담
  • ▲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26일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을 찾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게, 백범 김구를 운구했던 차량과 동일한 모델의 전시차량을 보여주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26일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을 찾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게, 백범 김구를 운구했던 차량과 동일한 모델의 전시차량을 보여주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우리나라의 극심한 분열상과 국민 사이의 상호 갈등에 우려를 표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26일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을 찾아 백범 김구와 이봉창·윤봉길·백정기 3의사 묘역을 참배한 뒤,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 백범김구기념사업회장을 만나 10년 만의 귀국 소회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반기문 전 총장은 "유엔사무총장으로 부임할 때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국민 작별인사를 했다"며 "당시 야당(한나라당) 원내대표였는데도 본회의장 연설을 주선해줘서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자 김형오 전 의장은 "만 10년 전의 일인데 그걸 다 기억한다"며 "한나라당 원내대표일 때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하는 국가적 경사가 나서, 사초(史草)인 국회 속기록에 남기고 싶어 고별 연설을 추진했다"고 화답했다.

    당시는 암울했던 노무현정권 때였다. 노무현정권의 각료가 유엔사무총장이 됐으니, 발목만 잡는 지금 야당 같으면 필시 일단 반대부터 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던 김형오 전 의장이 흔쾌히 국회 고별연설에 동의했던 점을 회고한 것이다.

    반기문 전 총장은 "(유엔사무총장 당선을 위해)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때였는데, 여야가 공동으로 지원한다고 해줘 여러 가지로 큰 힘이 됐다"며 "그래도 그 때는 분열되지 않고 조국을 발전시켜야겠다는 투철한 정신이 살아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풍요로운 시대에 살다보니 욕구가 다양한데, 건전한 에너지로 승화되면 좋은데 각개 방향으로 분출되고 있다"며 "정치지도자들이 이걸 잘 아울러야 하는데…"라고 안타까워했다.

    10년 만에 귀국해보니 그 사이에 극심해진 국론의 분열상과 국민들 사이에서의 상호 갈등이 여실히 눈에 들어온 탓으로 보인다.

    특히 야당의 특정 대권주자를 지지하는 이른바 '문빠'라 불리는 그룹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제외한 모든 정치지도자를 음해·비방하고 매도하는데 전력을 기울이는 현실을 꼬집은 것으로 분석된다.

    반기문 전 총장은 "지금 국민들이 실의에 빠지고, 지도자에 대한 실망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며 "이런 일이 4·19, 5·18 때도 있었는데, 그 때는 그 때마다 배우고 느끼는 모멘텀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게 끊긴 것 같다"고 혀를 찼다.

    나아가 "귀국하고나서 실망스러운 것은 국민들이 실감이 안 온다고 한다"며 "구체적으로 뭘 보여달라는데 실감이 안 온다고 하니 참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일부 패권주의 세력의 선동으로 국론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국민들 사이에서의 상호 불신과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게 10년 만에 귀국한 반기문 전 총장의 눈으로 보기에는 가장 큰 문제라 연일 '사회대타협'과 '국민대통합'을 부르짖고 있는데도, 이게 국민들에게 와닿지 않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한 것이다.

    아울러 야권의 일부 대권주자들은 각종 선심성 '퍼주기'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데, 국가와 사회를 대승적으로 이끌어갈 문제의 진단과 비전의 제시가 아니라, 군복무 단축 및 '퍼주기' 등 단순 선심성 공약이 국민들 사이에서 '구체적인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인식되는 정치현실에 괴로움을 호소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러한 반기문 전 총장의 고민 토로에 김형오 전 의장은 "주변국의 압박도 심해지고 어려운 시기"라며 "(반기문 전) 총장과 정치지도자들이 나라를 잘 이끌어달라"고 당부했다. 덧붙여 "등대가 돼서 빛을 비춰달라"며 "책임감과 헌신을 보여달라"고 거듭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