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도전한다는데 뭔데 안 끝내노" 최고위 윽박지른 사연은潘 오더라도 경선흥행 불가… 유승민·남경필 체급 불리기 '총력'
  • ▲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중앙당사에서 대권 도전 선언을 하고 있는 가운데, 뒷쪽으로 김무성 의원이 시립해 서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중앙당사에서 대권 도전 선언을 하고 있는 가운데, 뒷쪽으로 김무성 의원이 시립해 서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뭔데 안 끝내노. 대선 출마 선언한다는데… 빨리 끝내라!"

    25일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중앙당사. 누군가가 겁도 없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고 있는 회의실 문을 열어젖히고, 회의를 빨리 끝내라고 종용했다. 김무성 의원이었다.

    이날 바른정당의 첫 최고위원회의는 예정보다 조금 늦게 시작됐다. 오전 8시 30분에 있을 예정이던 초대 지도부의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참배에 이혜훈 최고위원이 10분 지각하면서 전체 일정이 밀린 탓이었다.

    게다가 오세훈 최고위원이 통상의 경우보다 훨씬 길게 모두발언을 하면서, 공개 회의는 오전 9시 45분에야 끝났다. 최고위원들은 옆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돌입했다.

    문제는 15분 뒤인 오전 10시부터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중앙당사에서 대권 도전 선언을 할 예정이었다는 것이다. 수많은 취재진과 지지자들이 운집해 있어 마이크와 앰프를 써야 했는데, 바로 옆방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가 진행되고 있다보니 그럴 수도 없었다.

    예정된 오전 10시가 됐는데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가 끝나지 않자, 사회자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가 끝나는대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이 말에 김무성 의원이 격분한 듯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회의실로 향했다. 그러더니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빨리 끝내라"고 종용한 것이다.

    '당의 큰형님'인 김무성 의원의 호통 때문인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는 즉시 끝났다. 대기하고 있던 수많은 지상파·보도채널·종합편성채널 카메라 앞에서 남경필 지사는 예정대로 대권 도전 선언을 시작할 수 있었다.

    예정대로 대권 도전 선언이 시작될 수 있게 압력(?)을 행사해준 김무성 의원은 시작에 앞서 따뜻한 박수를 받았다.

    26일 서울 여의도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의 대권 도전 선언식에도 김무성 의원은 자리에 함께 했다. 내빈들 중 첫 번째로 호명돼 운집한 지지자들의 연호를 받았다.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 탈당 및 신당 창당 과정에서 여러 차례 불편함을 겪었고, 한때 서로 전화조차 안할 정도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날 대권 도전 선언에 김무성 의원이 배석해 힘을 실어준 것은 다소 의외의 행보로 해석된다.

    유승민 의원이나 남경필 지사나 대권주자로서의 현재 입지는 미약하다. 지난 2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설문으로 〈매일경제신문〉이 보도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 따르면, 유승민 의원은 2.2%, 남경필 지사는 1.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관이 지난 2015년 8월 3일 발표한 여야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김무성 의원은 당시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으로서 24.2%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적이 있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 26일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서울 여의도 헌정기념관에서 연 대권 도전 선언식에 김무성 의원이 내빈으로 참석하자, 유승민 의원을 포함한 참석자들이 일제히 김무성을 연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26일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서울 여의도 헌정기념관에서 연 대권 도전 선언식에 김무성 의원이 내빈으로 참석하자, 유승민 의원을 포함한 참석자들이 일제히 김무성을 연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흘러간 과거'이긴 하지만, 한때 자신이 기록했던 지지율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을 보이고 있는 유승민 의원이나 남경필 지사의 대권 도전 선언식에 빠짐없이 배석하고, 당의 가장 중요한 회의 중 하나인 최고위원회의를 빨리 끝내라고 다그치면서까지 힘을 실어주는 이유는 뭘까.

    대권주자는 당의 '큰 자산'이고, 키우기는 어려워도 망가져버리는 것은 한 순간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김무성 의원 자기자신이 절절히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 자신 한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여유 있게 앞설 정도의 유력한 대권주자였으나, 친박계의 극심한 견제와 이른바 '진박 공천 논란'으로 얼룩진 4·13 총선을 치러내면서 만신창이가 됐다.

    유승민 의원조차도 당시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생환해야만 했는데, 만약 선거에서 낙선했더라면 대권주자 한 명이 또 사라졌을 것이다. 남경필 지사는 요행 총선과 상관 없는 도지사라 그나마 살아남았다.

    그렇다고 '공천 학살'을 주도했던 친박계에 대권주자가 생겨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친박계는 폐족(廢族)이 돼 새누리당을 불임정당으로 전락시켰다. "양자를 들이면 된다"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영입을 타진하고 있으나,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에게 족족 거절당하는 수준이다.

    범(汎)보수 진영의 대권주자가 불과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인재의 씨가 마르는 참담한 사태가 일어났다. 김무성 의원 본인부터가 필생의 꿈이었던 대권 도전을 접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해야 할 상황에 몰렸으니, 대권주자의 소중함은 누구보다 잘 알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지난 18일 바른정당 대구시당 창당대회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구시당위원장으로 추대된 뒤 수락연설에서 절절히 토한 사자후가 김무성 의원의 심정을 대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당시 "대구가 언제부터인가 사람을 안 키운다"며 "누구 이야기를 하면 '글마, 어떻게 잘하는가 보자' 이런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유승민 의원이 4선이고 다 초·재선인데, 사람 키우려면 8~10년 걸린다"며 "그러다가 일 터지면 사람 없다고 후회하는데 그래갖고 되겠나"고 개탄했다.

    '대구'라는 단어만 보수로 바꾸면 그야말로 김무성 의원의 심정이다. 언제부터인가 보수 진영에 사람이 없어졌다. 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이인제·이수성·이홍구·박찬종·이한동·최형우·김덕룡·김윤환의 이른바 '9룡'이 대권을 놓고 겨루던 시절은 그야말로 20년 전 '흘러간 옛 가요'가 됐다. 이제는 한 손으로 대권주자를 꼽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누구는 이래서 안 되고 누구는 저래서 안 된다며, 안에서 총질하고 흠 잡으면서 인재를 전부 죽여놓는다"며 "그러다가 대선이 다가오면 상대편의 화려한 라인업을 보면서 뒤늦게 탄식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헤비급과 플라이급이 막바로 맞붙는다고 하면 그 권투 경기를 누가 보겠느냐"며 "김무성 대표는 일단 있는 대권주자라도 몸집을 불려놔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들어왔을 때 경선 흥행몰이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