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에게 화답한 국민의당… 박지원 "같은 사람은 같은 집에서 살아야"여전히 개헌에 반대하는 문재인… 反文연대 가시화
  • ▲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기념식이 열린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기념식이 열린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긴 기다림 끝에 다시한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정치권에 재점화된 개헌론이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동력을 잃었던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의 '새판짜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3일 손학규 고문이 있는 동아시아미래재단 행사에 야권의 개헌파들이 총출동하면서 개헌을 고리로 한 '빅텐트론'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손학규 고문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재단 창립 10주년 송년 후원의 밤 행사 기조연설을 통해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광장의 분노는 대통령을 퇴진시켰다. 광장의 분노가 인적 청산을 했으니 이제는 정치권이 제도 청산을 해야 한다. 구체제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공화국, 7공화국을 건설해야 한다." 

    손학규 고문은 이를 위해 "7공화국 건설에 나설 개혁세력을 한데 묶는 일을 하겠다"며 "개혁의 전사들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칭 '국민주권 개혁회의'를 만들어 대한민국의 국가적 대개혁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기득권과 맞서는 개혁세력이 한국 정치의 신주류가 될 수 있도록 한국 정치의 새판을 짜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손학규 고문은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개헌에 반대하는 호헌(護憲)파를 겨냥해 "야당의 지도부는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심지어는 개헌론에는 불순한 의도가 숨어있다고 공격까지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좀 더 솔직해져야 한다. 개헌론에 불이 붙으면 대권의 길이 멀어지니까 하는 말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87년 체제 속에 대통령 선거를 치르자는 측은 한마디로 기득권 세력"이라고 규정했다.

    "제2의 박근혜가 나와도 좋다, 나만 대통령이 되면 된다는 말이다. 바로 (민주당 친문 세력과 같은) 호헌세력의 진면목이다."

     


  • ▲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이 의원총회에 참석해 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이 의원총회에 참석해 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손학규에 화답한 국민의당… 박지원 "같은 사람은 같은 집에서 살아야" 

    손학규 고문의 제안에 국민의당이 적극적으로 화답하고 나섰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손학규 고문을 향해 "같은 사람은 같은 집에서 살아야 한다"며 러브콜을 던졌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탄핵 정국 동안 '선(先) 총리-후 탄핵'을 주장했던 점, 국민의당이 9일 탄핵 표결을 주장했던 점 등을 거론하며 "손학규 고문의 말씀을 들으니 굉장히 같다, 똑같았다는 걸 느꼈다"며 동질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없는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걸 저희들은 손학규 고문과 함께 만들고 싶다"고 했다. 사실상 국민의당으로의 입당을 제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박지원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안철수 전 대표 한 사람만으로는 대선을 치를 수 없다. 우리가 문지방을 확 내려야 한다"며 손학규 고문에게 여러차례 입당을 권유했다. 

    외부인사에게 비대위원장직을 양보해 대선 경선 틀과 규정을 직접 만들 기회를 주고자 하는 등 파격적인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날 박지원 원내대표가 재차 손학규 고문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한 것도 대표적 개헌파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손 고문을 영입해 민주당의 '문재인 대세론'에 대항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동철 비대위원장도 손학규 고문을 향해 호의를 나타냈다. 

    김동철 위원장은 참석객들을 향해 "평소 이분들과 정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다"며 운을 띄웠다. 

    김동철 위원장은 한국 정치를 짓누르는 세 가지 중 하나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지목, "51% 득표한 사람이 100% 인사권과 예산, 정책을 다 자기 마음대로 좌지우지한다"며 "혼자서 49%의 반대를 다 무시해버리고 독선독주하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선거구제 개편과 당내 계파 패권주의의 문제점을 거론하고는 "손학규 고문의 제안은 실행에 옮기는 것만 남았다. 참석한 모든 분들과 함께 힘을 합쳐서 해야하고, 그렇게 한다면 7공화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지금 국민의 요구는 단지 대통령만 바꾸라는게 아니다"며 "국민은 지금 구체제 기득권 체제를 깨고 새로운 시대를 열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저는 국민의 뜻을 받아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했다"며 "여기 계신 손학규 고문이 호응해줬다"고 언급했다. 

    전날 손학규 고문은 YTN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안철수 의원은 충분히 좋은 세력이다. 같이 커다랗게 연합하고, 연대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안 전 대표가 이에 대한 응답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안철수 전 대표는 개헌보다는 민생 살리기, 선거구제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당장의 연대는 어려워 보인다.

    이날 행사에는 김동철 위원장과 박지원 원내대표, 안철수·천정배 전 대표 등 전·현직 지도부를 포함해 약 15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내년 대선 전까지 개헌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개헌 논의 착수에는 공감하고 있다.


  • ▲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기념식이 열린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김종인(왼쪽부터) 전 더민주 비대위 대표와 김동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 정진석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주호영 의원, 천정배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박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기념식이 열린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김종인(왼쪽부터) 전 더민주 비대위 대표와 김동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 정진석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주호영 의원, 천정배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박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개헌이라는 큰 흐름… 역행하는 문재인, 설 곳 좁아진다 

    이날 행사에는 민주당 비문(非文·비문재인)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박영선·이종걸 전 원내대표와 손학규계 의원 등 20여 명이 손학규 고문에게 힘을 실어줬다. 

    개헌파인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는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개헌을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시간은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김종인 전 대표는 ""4·19 이후에도 2달만에 개헌했다"며 "지금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을 기다리고 있다. 그 기간동안 시간이 없다는 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치제도와 경제운용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민주주의 달성, 경제효율도 더 이상 끌고 가기 어렵다"며 정치권이 촛불민심을 수용해 개헌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의 헌재 심사 결과가 나오는데 내년 3월까지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안도 67일이 걸린만큼 정치권이 진지하고 속도감 있게 개헌을 추진하면 2달로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현재 국회가 내년 1월부터 개헌특위를 가동하기로 하는 등 어느 때보다 개헌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높은 때다. 외곽에서도 개헌을 목적으로 하는 '나라 살리는 헌법개정 국민주권회의(국민주권회의)'가 활동 중이다. 

    김종인 전 대표는 "제왕적 대통령 체제에 대해 어떤 사람은 사람이 문제지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며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하기도 했다. 

    김종인 전 대표에 이어 손학규 고문이 민주당 대표를 맡았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양승조 의원, 박영선 의원, 오제세 의원 등이 단상에 올라 축사를 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새누리당서도 정진석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비박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참석했다. 특히 개헌특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이주영 의원도 자리하면서 손학규 고문과 개헌 추진에 뜻을 함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개헌 논의가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여전히 개헌에 대해 반대하며 고립되는 분위기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제1차 포럼'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개헌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며 "헌재의 결정과 상관없이 박 대통령이 스스로 사임해야 한다"며 하야를 요구, 조기 대선 실시를 염두한 발언을 했다.

    이보다 앞서 개헌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향해서는 "지금 개헌하자, 제3지대 하자는 분들이야말로 권력욕(이 있는 게) 아니냐"는 등 맹비난하기도 했다. 

    향후 개헌을 고리로 한 빅텐트가 성사되면 다가올 대선은 개헌파와 호헌파 간의 대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의 여야 대결에서 벗어나는 형태로 대선이 치러질 경우 정계 복귀 후 좀처럼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했던 손학규 고문에게도 기회가 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