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단체장 3명 확보하고 "김무성·유승민 출당"… 비박 "친박 8인 당 떠나라" 맞불
  • ▲ 새누리당 친박계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는 이정현 대표와 조원진 수석최고위원, 이장우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 도중 모종의 내용이 담겨 있는 문건을 돌리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새누리당 친박계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는 이정현 대표와 조원진 수석최고위원, 이장우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 도중 모종의 내용이 담겨 있는 문건을 돌리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새누리당의 당내 내홍이 진정되기는 커녕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친박계와 비박계가 '상호 확증 파괴' 양상으로 '장군'과 '멍군'을 남발하고 있어, 극심한 내홍 끝의 분당(分黨)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 됐다는 관측이다.

    친박계와 비박계는 각자 구당 모임과 비상시국회의라는 조직체를 결성하고, 의원과 광역단체장 확보 경쟁에 돌입했다. 또, 서로 상대 계파를 겨냥해 '당을 떠나야 할 사람들'의 명단을 실명 발표하는 등 강수(强手)가 연발하고 있다.

    새누리당 친박계는 11일 저녁 시내 모처에서 회동을 갖고 구당(求黨) 모임을 결성키로 했다. '혁신과 통합을 위한 보수연합'이라는 이름의 구당 모임은 비박계의 파상공세에 맞서 당권을 지켜내는 게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당 모임에는 새누리당 현 지도부의 조원진·이장우·최연혜 최고위원과 이른바 '친박 핵심'인 서청원·원유철·최경환·홍문종·윤상현 의원이 참여한다. 확보한 의원 숫자는 50여 명으로,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반대표 56표와 비슷한 선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박계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탈당과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비상시국회의 참여에 맞서 광역자치단체장 확보 경쟁도 불붙었다. 구당 모임은 김관용 경북도지사·유정복 인천광역시장·서병수 부산광역시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의원과 단체장을 확보하는 것은 비박계의 집단 탈당으로 분당이 현실화되는 상황에 대비한 수순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결국 비박계의 탈당과 보수정당의 분당을 감수할지언정 당권은 내놓을 수 없다는 결기를 내보인 셈이다.

    구당 모임의 공동대표로는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 이인제 전 최고위원,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선임됐다. 또, 대변인은 현재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민경욱 의원이 선임돼, 새누리당은 최고위 무력화에 이어 원내기구도 기능 마비 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날 회동에서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과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참석자 중 일부는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출당(出黨)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조원진 최고위원은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대한민국의 가치와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위한 '혁신과 통합을 위한 보수연합' 준비모임을 가졌다"며 "51명의 의원이 참여하고 있고, 공식적으로는 내일 오후 3시 국회에서 발족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 ▲ 새누리당 비박계의 임시지도부 격인 비상시국회의가 11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새누리당 비박계의 임시지도부 격인 비상시국회의가 11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친박계의 '예상 외의 강수'에 비박계는 놀라움 반, 격앙 반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에서 비박계의 숨겨진 세(勢)가 드러났기 때문에 순순히 당권이 이양될 것으로 기대했던 비박계는, 친박계가 당권을 고수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자 "뭘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12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구당 모임 결성에 관해 "그분들(친박계)이 뭘 혁신하겠다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고, 통합을 하겠다는 것은 더더욱 이해가 안 된다"며 "반혁신·반통합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겉으로만 그렇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국민이 납득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정현 대표) 본인이 사퇴하더라도 당권을 지속적으로 쥐고 있겠다는 노림수가 확인되고 있다"며 "(구당 모임도) 결국 친박 지도부를 중심으로 끝까지 당권을 쥐고 있겠다는 모임"이라고 평가절하했다.

    50여 명의 의원과 4명의 광역단체장이 참여하는 구당 모임의 규모와 관련해서도 "의원 숫자만 가지고 어느 쪽이 세가 더 많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민이 원하는 방향에서 시대정신을 누가 안고 가느냐가 더 중요한 명분"이라고 단언했다.

    다만 친박계 구당 모임이 5선의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 등을 공동대표로 선임하는 등 조직을 발빠르게 정비하는 것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체계가 느슨했던 비박계 비상시국회의에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표 선임과 관련해서는 후보로 거론된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나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완강하게 고사하고, 논의 자체도 중구난방 모양새라 좀처럼 진척되지 못하고 있었지만, 친박계 조직의 대표 선임을 계기로 비박계 비상시국회의 대표 선임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황영철 의원은 "비상시국회의 내에서는 현실적으로 김무성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대표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2~3일 안에 논의를 끝내고 대표를 세우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비상시국회의는 12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회의를 열어 친박계의 구당 모임 결성 등 당권 고수 움직임에 대항해, 당에서 내쫓아야 할 '축출 8인'의 명단을 실명 공개하는 '멍군'을 불렀다.

    의원 23인이 참석한 이날 비상시국회의가 끝난 뒤, 황영철 의원은 "민심을 배반하며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를 방기한 '최순실의 남자들' 명단을 발표할테니 즉각 당을 떠나달라"며 '친박 지도부'의 △이정현 대표 △조원진 수석최고위원 △이장우 최고위원, '친박 핵심' △서청원 전 대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홍문종 전 사무총장 △윤상현 전 사무총장 등을 거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