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금주 중 청와대 비서진 인사 정리, 곧바로 후임 총리 인선 포함 改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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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 비선(秘線) 논란'을 계기로 수족 같이 여기던 청와대 핵심 참모진을 모두 쳐낸 박근혜 대통령이 조만간 국무총리 교체를 포함한 추가 쇄신에 나설 전망이다.

    31일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이번 사태로 인한 국정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전날 청와대 참모진을 대폭 개편한 데 이어, 이르면 이번주 내로 내부 인사 작업을 마무리하고 곧바로 후임 총리 인선을 포함한 개각(改閣)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새누리당이 민심 이반을 수습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국중립내각(擧國中立內閣) 구성을 촉구하고 있는 만큼 박근혜 대통령은 거국내각 뿐만 아니라, 그 취지에 상응하는 책임총리 인선 방향까지 종합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총리가 정해지는 직후 당사자의 의중을 반영해 4~5명 이상의 중폭 개각을 단행하는 절차가 예상된다.

    정치권 내에선 현재 대통령 권위가 크게 실추된 상황에서 난국을 타개하려면 최소한 국무위원 제청권과 각료해임 건의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책임총리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한 정치색이 옅고 중립성을 지켜가며 내각을 이끌 명망가가 신임 총리가 돼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새 내각의 총리 후보로는 김병준(62) 국민대 교수, 손학규(69)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김종인(76)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진념(76) 전 경제부총리, 김황식 전 국무총리(68), 이강국(71) 전 헌법재판소장, 강봉균(73)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하마평에 오른 일부 인사들이 총리직 제의에 손사래를 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후보군이 법조계와 학계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오락가락 흔들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다.

    제1야당의 동의 없이 거국중립내각, 책임총리 인선으로 방향을 대전환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사실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었다.

     

  •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가 두 손을 잡고 있는 모습. ⓒ뉴시스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가 두 손을 잡고 있는 모습. ⓒ뉴시스

     

    앞서 친문(親文) 세력의 수장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6일 "(정부는) 국회와 협의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고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강직한 분을 국무총리로 임명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겨라"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모임인 '더좋은 미래'와 김근태계 모임인 '민평연'이 공동성명을 통해 문재인 전 대표의 주장을 거들었다.

    하지만 약 5일 만에 더불어민주당은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뒤바꿨다.

    새누리당의 거국내각 제안에, 돌연 "일고의 가치도 없다"면서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거국내각은 무엇을 전제로 하든, 진상규명이 먼저여야 하는 것이고 국권을 유린시키고 헌정질서를 교란시킨 데 대한 진상규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거국내각을 말할 자격조차 없는 집단"이라고 비판했다. 먼저 제안할 때는 언제고, 억지에 억지를 거듭하는 다소 황당한 주장이었다.

    '국정 혼란'을 최대한 부추기고 어떻게든 사태를 장기화시켜, 내년 12월 대선에서 반사 이익을 얻으려는 1차원식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거국내각 제안은 야당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한분도 예외없이 먼저 제안한 내용인데,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그는 "야당은 끊임없이 국정을 혼란스럽게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탓에 청와대는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거국내각과 관련, "야권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 이렇다 말씀드리기가 어렵다"면서 다소 불편한 표정을 드러냈다.

    다른 관계자도 "대통령으로선 여당과 야당이 제안했던 거국내각 구성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갑자기 이견이 생긴 만큼 조금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 먼저 야당이 입장을 정리해야 이쪽도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