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은 손놓아… 최경환 개입은 '2단계 단일화' 방아쇠 당기느냐에 달려
  • 새누리당 8·9 전당대회가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주영 의원이 다소 간의 우세를 점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혼전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당권의 향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당내 '빅 쓰리' 김무성·서청원·최경환 의원의 동향에 다시금 여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은 지난 2014년 7·14 전당대회에서 '역전 홈런'을 때려냈던 주인공이다. 지난달 14일에는 서울 당산동에서 대규모 지지자 모임을 갖고 전국조직이 건재하다는 것을 과시했다. 서청원·최경환 의원과는 달리 잠재적 대권 주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비주류의 구심점'이 될 수 있고 실제로도 구심점을 자처하고 있다.

    '친박의 맏형' 서청원 의원과 '친박의 좌장' 최경환 의원은 당내 최대 계파인 친박계의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때 8·9 전당대회에 직접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겨냥과 총선 패배 책임론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불발됐다. 그러나 여전히 배후에서 당권의 향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지난달 14일 서울 당산동에서 열린 전당대회 승리 2주년 기념행사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왼쪽 맨앞줄에 정병국 의원이 앉아 박수를 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지난달 14일 서울 당산동에서 열린 전당대회 승리 2주년 기념행사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왼쪽 맨앞줄에 정병국 의원이 앉아 박수를 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무성, '새마을노래' 부르며 고추 땄지만…

    김무성 전 대표는 1일부터 '겸허한 경청(Listening Humble)'이라 이름 붙여진 민생 투어를 시작했다. 사전에 정해진 일정 없이 돌아다니며 민심을 청취하는 방식이다. 첫날 전남 서부를 찾은 김무성 전 대표는 2일 전남 동부로 옮겨가 벌교에서 아침부터 고추를 땄다.

    고추를 수확하는 과정에서 김무성 전 대표는 '새마을노래'를 부른 것으로 전해져 눈길을 끌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새마을 노래도 불렀다"며 "고 박정희 대통령이 새마을노래를 참 잘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후 벌교읍의 한 마을회관에서 지역 특산인 짱뚱어탕을 곁들인 아침식사를 한 김무성 전 대표는 이후 고흥 소록도로 넘어가 한센병 환자들의 식사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했다.

    일견 당권과는 거리가 먼 소박한 행보다. 대권행보라고 정치적으로 바라보더라도, 큰 뜻을 품고 있는 사람이 눈앞의 당권에 연연할까 싶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대권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당권의 향배에 무신경할 수는 없다"는 이유다.

    이 관계자는 "내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치러질 대통령 후보 경선이 우호적인 여건까지는 아니더라도 불리하게 편파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막고 싶지 않겠느냐"며 "당권 경쟁 와중에 대선기획단 조기 발족, 슈퍼스타K식 경선 등 온갖 아이디어가 백화제방식으로 만발하고 있는 것도 김무성 전 대표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고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 ▲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이 지난달 31일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 후보자로서 사자후를 토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이 지난달 31일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 후보자로서 사자후를 토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무대는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당권과 관련해 김무성 전 대표는 그간 "비주류니까 비주류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했다가, 얼마 전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누가 1등 할지 보고, 되는 후보를 밀겠다"고 하기도 했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다"라는 게 여권 관계자의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김무성 전 대표 측의 세력이 현재 당내 비주류인 것은 사실"이라며 "비주류 후보가 비전이 있다 싶으면 직접 힘을 실어서 재작년 7·14 전당대회 때처럼 역전을 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비주류 후보가 역부족이다 싶으면 대권 주자로서 마냥 '안 될 후보'를 밀다가 당대표될 사람과 척을 질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며 "이런 경우에는 막판에라도 '되는 후보'에게 힘을 실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최근 김무성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이 정병국 의원의 캠프에 합류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무성 전 대표의 '직접 지원'이라고 보기 애매한 것은 이 때문이다. 아직 전략적으로 애매한 포지션을 완전히 버릴 때는 아니란 뜻이다.

    결국 '혁신 단일후보' 정병국 의원이 얼마나 치고나가느냐에 김무성 전 대표의 전폭적인 지원 여부도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를 "무대(김무성 전 대표)는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울 것"이라고 정리했다.

     

  • ▲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주재한 만찬 회동장에서 동료 의원들을 맞이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주재한 만찬 회동장에서 동료 의원들을 맞이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서청원 8일·최경환 4일 여의도 복귀… 차이 나는 이유는?

    '친박의 맏형' 서청원 의원은 지난달 28일 강원도로 여름 휴가를 떠났다. 휴가 기간 동안은 정치 현안 일체와 거리를 둔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8·9 전당대회 후보등록일 이틀 전인 27일 친박계 의원 40여 명을 초청해 만찬을 베풀었지만, 이 자리에서도 당대표 경선과 관련한 민감한 발언은 일절 나오지 않았다. 서청원 의원 자신도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만찬이) 잘 되지 않았느냐"며 뿌듯해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더니 이튿날 훌쩍 강원도로 떠났다.

    전당대회 전날인 8일에나 귀경할 예정이다. 9일 전당대회 당일에는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친박의 좌장' 최경환 의원은 '브렉시트'에 대해 공부한다며 지난달 중순 영국으로 출국했다. 오는 4일 귀국할 예정이다. 전당대회와 거리를 뒀다고 하기에는 귀국 시점이 지나치게 미묘하다는 지적이다.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주영~이정현 의원의 추세를 보고 어느 한 쪽에 힘을 싣는 결정을 내리기에 적기가 아니냐는 분석이 벌써부터 정치권에 나돌고 있다.

    이렇듯 두 사람의 여의도 복귀 시점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권 관계자는 "두 사람의 전략적 목적지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청원 의원은 벌써 8선이다. 서청원 의원보다 의정 활동을 길게 한 사람은 해방 이후 의정사 전체를 살펴봐도 김영삼(YS)·김종필(JP) 전 대통령과 박준규 전 국회의장 세 명 뿐이다. 정치 인생의 명예로운 마무리를 고민해야 할 시점인 셈이다.

    전당대회 출마자들도 모두 까마득한 정치 후배들이다. 특별히 누구에게 새삼 힘을 실어서 다른 사람의 원망을 사고 싶을 리 없다. '맏형'답게 전당대회와 거리를 둔 채, 스스로 밝힌대로 새롭게 선출될 당대표의 '병풍'이 되는 의젓한 모습을 보여주고, 20대 후반기 국회의장 자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 ▲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지난달 6일 국회에서 8·9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경환 의원은 오는 4일 귀국할 예정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지난달 6일 국회에서 8·9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경환 의원은 오는 4일 귀국할 예정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지지 후보 관련 '맏형~좌장 사이에 견해차' 관측도

    반면 최경환 의원은 정치적 가능성이 여러 갈래로 열려 있다. 아직 4선이고 이제 61세다. 전당대회에 전혀 관여를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본인이 관여를 안 하려고 해도 4일 귀국하는 이상, 최고위원 후보자를 비롯한 이른바 '강성 친박'들이 가만히 놔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여권 일각에서는 서청원 의원과 최경환 의원 사이에 입장차가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이른바 '친박 핵심'에서 독자 후보를 내세우는 전략이 불발로 끝난 이후, 이미 출마한 후보들 사이에서 지지 후보를 정하는 문제를 놓고 견해의 차이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불만을 느낀 서청원 의원은 전당대회에 손을 놓고 뒤로 물러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경환 의원은 여전히 당권 경쟁에 개입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총선 패배 책임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데다 '공천 관여 녹취록'까지 공개된 최경환 의원의 섣부른 전당대회 관여는 역풍을 부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비박계에서 정병국 의원과 주호영 의원 사이의 2단계 단일화의 방아쇠를 당긴다면, 최경환 의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공간이 마련된다"면서도 "현재 5인 체제로 완주하는 분위기라면 최경환 의원이 끼어들기에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시각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