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표제 속 '확실한 아군 만들기' 경쟁이 원인인 듯
  • ▲ 지난 달 31일, 새누리당 전당대회 영남권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당 대표 후보자와 최고위원 후보가 팔을 들어 당원들에 인사하는 모습이다. 왼쪽부터 강석호 최고위원후보자, 함진규, 정병국, 이정현, 이주영, 주호영, 한선교 당 대표 후보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 달 31일, 새누리당 전당대회 영남권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당 대표 후보자와 최고위원 후보가 팔을 들어 당원들에 인사하는 모습이다. 왼쪽부터 강석호 최고위원후보자, 함진규, 정병국, 이정현, 이주영, 주호영, 한선교 당 대표 후보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의 영남권 합동 연설회에 참석한 모든 후보가 입으로는 계파청산을 외쳤지만, 행동으로는 계파 대결로 보일 수 있는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오는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저마다 통합과 화합을 부르짖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구태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경남 창원체육관에서 치러진 새누리당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은 일제히 계파 청산을 외쳤다.

    친박 핵심으로 꼽히는 새누리당 조원진 최고위원 후보는 "이제는 우리끼리 상처 주는 행동은 오늘부로 끝을 내야 한다"면서 "고통과 아픔과 분열의 껍데기를 벗어버리고, 한쪽에 치우치는 화합이 아닌 우리가 모두 함께 하는 완벽한 화합과 큰 통합을 함께 이뤄가자"고 했다.

    이어 "새누리당에도 친박과 비박이 있다"면서 "친박의 중심으로서 여러분께 맹세한다. 이제 그 허물을 벗어 던지고 모두가 함께 되는 새누리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새누리당 정용기 최고위원 후보는 "저는 친박도 비박도 아닌 친국민계"라면서 "이 당은 친박과 비박의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애국 당원들의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홈그라운드에서 등장과 함께 엄청난 환호를 받은 새누리당 강석호 최고위원 후보는 "당 대표와 함께 당내의 갈등이 봉합된 새누리당을 산 정상에 올리는 셰르파의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당 대표 후보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새누리당 정병국 후보는 "당이 사망신고 직전이라고 하는데도 아직도 계파타령을 하고 기득권에 안주하려 한다"면서 "그러니 야당 박지원 비대위원장과 추미애 의원까지 나서 대통령보고 탈당하라고 하는 막말을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이주영 후보도 "계파 패권주의로 인한 분열과 배제의 정치 때문에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했다"며 "친박과 비박으로 나뉘어 특정인을 배제하겠다는 후보까지 난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이 정병국 당 대표 후보자를 응원하는 모습이다. 앞서 김 의원은 당 대표 후보로 출마선언을 했지만, 정병국 의원과 단일화하면서 후보자 등록을 하지 않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이 정병국 당 대표 후보자를 응원하는 모습이다. 앞서 김 의원은 당 대표 후보로 출마선언을 했지만, 정병국 의원과 단일화하면서 후보자 등록을 하지 않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처럼 계파 청산에 대해 부르짖었던 후보들이었지만, 어떻게 계파를 청산할 것인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계파색은 오히려 분명하게 드러났다.

    정용기 최고위원 후보자는 같은 충청권 최고위원 후보인 이장우 후보를 의식한 듯, 강성 친박과 거리를 뒀다. 정 의원은 "대통령을 팔며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에게 끌려가지 말자"면서 "친박도 비박도 아닌 친국민계 정용기와 함께 이 당을 확 바꾸자"고 주장했다.

    이장우 최고위원 후보자도 이에 지지 않고 본인의 색깔을 드러냈다. "국민과 나라와 당을 위한 일이라면 손해 보는 일이 있더라도 주저하지 않고 앞장서겠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외쳤다.

    강석호 최고위원 후보자는 총선 패배의 책임을 친박계로 단언했다. "지난 4.13 총선은 당내 진박 논란, 막말 파동, 막가파식 공천 사태로 우리 국민과 당원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참패한 선거"라면서 "그 뒤 또다시 터진 박근혜 대통령을 거론하며 호가호위한 녹취록 사건은 다시 우리를 경악케 하고 실망시켰다"고 직격탄을 쐈다.

    당 대표 후보자들 역시 같은 양상으로 흘렀다.

    정병국 당대표 후보자는 "새누리당의 주인은 누구냐. 바로 여러분들 아니냐"면서 "이제 친박의 역할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주호영 당대표 후보자는 두 사람을 직접 거론하며 공격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이제 싸울 시간조차 없다. 책임지고 자숙해야 할 친박 핵심들, 그 핵심들을 등에 업고 당 대표가 되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느냐"면서 "새누리당 당 대표를 뽑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성토했다.

    나아가 "이 정부 불통이 가장 문제라고 하는데, 불통이 문제라면 이정현 후보가 소통의 책임자였지 않나"고 지적했다.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이 의원을 정면 겨냥한 셈이다.

    또한 "이 정부는 세월호 사건으로 초기 국정 동력을 모두 상실했다"며 "세월호 사건을 책임져야 할 장관이 누구냐"라고 했다. 이번 공격은 이주영 후보를 향한 것이었다.

  • ▲ 새누리당 이주영 당 대표 후보자가 한 손을 번쩍 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 후보는 평소 유연하고 온건한 성격으로 평가됐으나,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속 단호하고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주영 당 대표 후보자가 한 손을 번쩍 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 후보는 평소 유연하고 온건한 성격으로 평가됐으나,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속 단호하고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에 질세라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주영 당 대표 후보자는 비박계 후보들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는 계파 패권주의로 인한 분열과 배제의 정치 때문이었다"면서 "그런데도 계파 패권주의에 기댄 비박 단일화라는 유령이 지금 이 순간에도 당을 떠돌고 있다"고 말했다.

    부채질하다 본인을 겨냥한 발언에 폭소하는 정병국 의원에도 이 후보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게 바로 민심에 역행하는 반혁신이 아니냐"며 "누가 누구를 낙인 찍느냐"고 반박했다.

    화합과 통합의 전당대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혈투가 일어난 것이다. 5천 석을 채운 당원들의 염원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이같은 현상이 빚어지는 이유는 1인 1표제라는 규칙을 감안할 때, 각 후보가 선명한 계파색으로 확실한 아군을 만드는 전략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계파 싸움을 그만둬야 한다는데 공감대는 전부 형성돼 있지만, 실제로 계파색을 드러내지 않으면 애매한 위치에 서게 돼 표로는 연결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연설회에서는 새누리당 주호영 후보가 연설을 할 때 강석호 후보 셔츠를 입은 인원들이 함께 주호영 후보를 연호하는 등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당 대표 - 최고위원 후보들이 '러닝메이트'처럼 짝을 지어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1인 2표라면 또 모르겠지만, 조직이 절대 중요한 선거에서 표를 받아야 하는 후보자들로서는 여유가 없을 것"이라며 "책임 당원들 역시 저마다 생각하는 총선 패배의 원인에 따라 투표하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