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때부터 ‘노동자 정치’ 꿈꾼 박용진, NL 비판하며 ‘대통합’ 요구하는 조국
  • ▲ 지난 6월 28일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보훈처장에 대한 비판이 곧 논란으로 번졌다. 김일성의 삼촌과 외삼촌을 독립유공자로 지정한 것 때문이었다. 이 사실은 전날인 6월 27일 '뉴스타파'가 처음 보도했다. ⓒ뉴스타파 관련영상 캡쳐
    ▲ 지난 6월 28일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보훈처장에 대한 비판이 곧 논란으로 번졌다. 김일성의 삼촌과 외삼촌을 독립유공자로 지정한 것 때문이었다. 이 사실은 전날인 6월 27일 '뉴스타파'가 처음 보도했다. ⓒ뉴스타파 관련영상 캡쳐

    지난 6월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 말을 두고, 좌익 성향 인사들과 매체, 야권 내부의 반발이 격렬하다.

    당시 박용진 더민주 의원은 국가보훈처가 김일성 삼촌 김형권, 외삼촌 강진석을 독립영웅으로 보고 훈장을 추서한 것을 거론하며, 박승춘 보훈처장에게 “김일성 외삼촌에게 서훈을 한 최초의 보훈처장” “대한민국 세금으로 김일성 외삼촌에게 (매달) 390만 원을 주게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용진 더민주 의원은 이후 성명을 내고 “6월 29일 보훈처는 ‘상훈법 개정을 추진, 빠른 시일 내에 서훈을 취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면서 “불과 하루 만에 나온 보훈처 발표는 서훈이 정당하게 수여됐다는 박승춘 보훈처장의 말과 정면으로 위배되며, 이는 그의 무능을 드러낸 것”이라고 박승춘 처장과 보훈처를 싸잡아 비판했다.

    박용진 더민주 의원은 지난 7월 4일에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일성 친인척에 대한 서훈 금지는 노무현 정부 때 내린 결론”이라고 주장하면서 국가보훈처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다.

    일단 박용진 더민주 의원이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와 성명,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박용진 더민주 의원이 지적한 김일성의 삼촌 김형권이 독립유공자가 된 시기는 2010년이었다. 남로당을 이끈 박헌영의 부인 주세죽은 2007년, 조선민족해방동맹이라는 공산주의 단체를 결성한 장지락(일명 김산)은 2005년에 독립유공자가 됐다.

    조선공산당 중앙집행위원 김철수, 고려공산청년회 책임비서 권오설 또한 2005년에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받고 독립유공자가 됐다. 보훈처는 “노무현 정권에서는 김일성 일가의 독립유공자 지정에 대한 어떤 결정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보훈처 해명에 따르면, 공산주의자도 독립유공자로 포상하기 시작한 것은 1995년 김영삼 정권 때라고 한다. 당시 김영삼 정권은 “광복 50주년을 계기로 사회통합 차원에서 포상했다”고 “2005년에는 광복 60주년을 맞아 그 대상을 확대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회주의 정당인 ‘한인사회당’을 창당한 이동휘가 1995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받으며 독립유공자가 됐다는 설명이다.

    박용진 더민주 의원의 주장 가운데 박승춘 보훈처장 재임 시절에 독립유공자로 지정된 북한 김씨 일가 사람은 2012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은 김일성의 외삼촌 강진석이 유일하다. 그에 대한 문제제기라면 박용진의 지적은 일리있어 보인다.

    그런데 박용진 더민주 의원의 주장이 나온 뒤 세간의 반응이 재미있다. 새누리당이나 청와대 보다는 좌익 진영과 야권의 반발이 맹렬하게 나온 것이다.

    사실 여기에 대한 첫 보도는 좌익 성향으로 분류되는 독립매체 ‘뉴스타파’에서 처음 나왔다. 보도 일자는 지난 6월 27일이었다. 박용진 더민주 의원은 이튿날 국회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뉴스타파’의 보도와 박용진 더민주 의원의 발언이 공중파와 종편, 신문 등을 통해 전해지자 좌익 성향 매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박용진 의원을 비판하고 나섰다.

    오마이뉴스는 한 시민기자의 주장을 내세워 “박용진 의원의 주장은 구시대적 ‘연좌제’에 다름 없다”면서 그를 비난했다.

    슬로우 뉴스는 盧정권 시절 ‘광복 60주년 기념사업회 위원장’이었던 강만길 교수가 말했던, “김일성 주석이 항일운동을 한 것은 역사적 사실인 만큼 김 주석의 항일투쟁을 당연히 독립운동으로 봐야 한다. 일제시대의 독립운동은 어디까지나 독립운동이며 사회주의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광복 이후의 문제다”라는 주장을 인용하기도 했다.

    한겨레 신문은 칼럼을 통해 박승춘 보훈처장을 ‘빈대’에 빗대면서 “야당, 박승춘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것”이라면서, 보훈처가 좌익 독립운동가의 서훈을 취소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박용진 의원을 비판했다.

  • ▲ 조 국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지난 6월 30일 박용진 더민주 의원을 비판하는 트윗을 올렸다. ⓒ조 국 교수 트위터 캡쳐
    ▲ 조 국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지난 6월 30일 박용진 더민주 의원을 비판하는 트윗을 올렸다. ⓒ조 국 교수 트위터 캡쳐

    일각에서는 좌익 성향 매체들의 ‘박용진 때리기’보다는 ‘좌익 진영 스타들’의 ‘박용진 때리기’를 하는 모습에 주목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 국 서울대 로스쿨 교수였다.

    조 국 교수는 지난 6월 30일 자신의 트위터에 ‘야당, 박승춘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울라’라는 제목의 한겨레 신문 칼럼을 링크한 뒤 이렇게 박용진 의원을 비판했다.

    “더민주 박용진 의원, 큰 실수했다. 김일성의 삼촌이건 누구건, 일제 하 민족해방투쟁에 헌신한 분들의 공은 인정되어야 하고, 이 분들에 대한 서훈은 확대되어야 한다. 더민주 지도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묻고 싶다. "뭐가 중한디!" ”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혹시 NL계열과 PD계열 간의 싸움이 나는 게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용진 의원과 조 국 교수는 ‘범 PD계열’에 속한다. 다만 현실정치에서 추구하는 성향이 다르다.

    2011년 10월 ‘시사인’은 90년대 초반 학번 운동권 출신 인사들에 대한 기사를 냈다. 이 가운데 박용진 더민주 의원도 등장한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박용진 더민주 의원은 성균관대 90학번으로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운동권 시절에는 PD계열에서 발전한 조직 ‘민중정치 실현을 위한 대장정(이하 대장정)’과 함께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용진 더민주 의원은 1992년 당시 ‘민중후보’였던 백기완 대선 후보를 도우면서 정치권에 발을 담갔다. 하지만 득표율 0.99%라는 현실에 좌절하고, 공단에서 ‘노동투쟁’을 했다고 한다. 1997년 대선 때에는 ‘국민승리 21’의 권영길 대선후보 캠프에서 활동했었다. 이후 2003년까지 인천 남동공단 등에서 ‘노동투쟁’을 하다 다시 현실의 벽 앞에 좌절한 채 민주노동당에 입당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편 그를 비판한 조 국 서울대 교수는 서울대 82학번으로 ‘강철서신’의 저자 김영환 씨와 동기다. 조 국 교수는 1989년 이진경 現서울산업대 교수, 진중권 씨와 함께 ‘주체사상 비판’이라는 책을 써 화제를 모았다. 조 국 교수는 운동권 사이에서 PD계열로 유명하다.

    이처럼 80년대 운동권의 시선으로만 보면 박용진 더민주 의원이나 조 국 서울대 교수 모두 ‘PD계열’로 분류된다.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 해석하면 조금 달라진다. 

    우파 진영에서는 조 국 교수가 통합진보당 해산 문제나 이석기의 RO 사건 등에 대해 뜨뜻미지근하게 비판하는 것을 놓고 그를 주사파 옹호자라고 비난한다. 박용진 더민주 의원에 대해서도 비슷한 문제를 두고 ‘주사파 아니냐’며 비난한다.

    하지만 이들 두 사람의 발언이나 행보, 주장 등을 살펴보면, 지향점이 약간 다름을 알 수 있다. 박용진 더민주 의원은 ‘노동운동’에 방점을 찍은 채 활동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그 자신이 10년 넘게 ‘학생노동자’로 보낸 과거와 운동권 활동 때의 습관 때문인지 ‘민중이 참여하는 현실정치’를 주목표로 한다.

  • ▲ 조 국 서울대 로스쿨 교수가 2011년 낸 책 '대한민국에 고한다' 가운데 일부. 그의 생각을 보여준다. ⓒ구글 북 관련화면 캡쳐
    ▲ 조 국 서울대 로스쿨 교수가 2011년 낸 책 '대한민국에 고한다' 가운데 일부. 그의 생각을 보여준다. ⓒ구글 북 관련화면 캡쳐

    반면 조 국 교수는 2011년 ‘대한민국에 고한다’, 2014년 ‘나는 왜 법을 공부하는가’ 등의 저서에서는 물론 2010년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함께 한 토크 콘서트를 엮은 책 ‘진보집권플랜’에서도 줄기차게 주장하는 점이 있다. 소위 ‘빅 텐트’라고 부르는 ‘진보진영통합론’이다.

    조 국 교수는 자신의 저서 등에서 “민주당은 ‘호남’에 갇히고, 국민참여당은 ‘친노’에 갇히고, 민주노동당은 ‘NL’에 갇히고, 진보신당은 ‘PD’에 갇혀서는 희망이 없다. 진보개혁 진영은 ‘정치적 결벽증’ 또는 ‘정치적 자폐증’을 버리고 어떻게 하면 집권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펼친다.

    이런 ‘방법론’과 ‘목표’에서의 차이 때문에 박용진 의원과 조 국 교수는 움직이는 모습이 다르다는 것이다. 즉, 박용진 더민주 의원은 PD계열에서 시작해 노동운동을 거쳐 ‘노동자 정당’이 집권하는 세상을 꿈꾼다면, 조 국 교수는 NL이든 PD든 호남이든 모두가 뭉쳐 빠른 시일 내에 집권하자는 목표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조 국 교수의 박용진 더민주 의원 비판이 NL과 PD 간의 계파 싸움이 아니라는 점은 故김대중 前대통령의 3남 김홍걸 씨의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6월 30일 김홍걸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분 언제 새누리당으로 옮겼느냐”고 비난했다.

    김홍걸 씨는 “박승춘 처장을 몰아내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김일성 외숙이 독립운동을 한 근거가 있다면 북한 정권이 수립되기도 전에 사망했는데 서훈을 취소할 이유가 없다”며 박용진 더민주 의원을 비판했다.

    김홍걸 씨는 “연좌제가 폐지된 지 오래인데 극우세력도 아닌 진보언론이나 야당이 상대가 밉다고 이런 일을 시비하는 것은 원칙을 지키는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김홍걸 씨는 “보훈처가 앞으로도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좌우를 떠나 독립운동을 한 사람은 다 인정하는 개방된 자세를 보여야 한다”면서 도리어 보훈처 편을 들었다.

    김홍걸 씨를 보고 NL 또는 PD로 분류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볼 때 현재 야권과 좌익 성향 매체들이 박용진 더민주 의원과 ‘뉴스타파’를 비판하는 것은 ‘목표의 차이’가 아니라 ‘전술적 접근론의 차이’라고 풀이하는 게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즉 박용진 더민주 의원이 내세우는 ‘투쟁을 통한 집권’과 ‘집권을 위한 통합’ 간의 갈등이라는 것이다. 이런 '전술적 차이'에서 비롯된 비판을 두고 '계파 간 싸움'이라며 '분열'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 ▲ 2011년 9월 강북마을공동체에서  조 국 교수를 초청해 연 특강. 당시 박용진 의원도 함께 했다. ⓒ박용진 의원 공식블로그 캡쳐
    ▲ 2011년 9월 강북마을공동체에서 조 국 교수를 초청해 연 특강. 당시 박용진 의원도 함께 했다. ⓒ박용진 의원 공식블로그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