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복당에 김진태 "정진석 때문에… 사과해야"

새누리당의 친박계 의원들이 권성동 사무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날 비대위 회의에서 탈당파 의원들이 일괄 복당 된 것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취지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 의원 8명은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김태흠 의원의 사무실에서 만나 일괄 복당 사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김진태 의원은 회동 직후 "유승민 의원의 복당 결정은 총선 참패 이후 최대한 분란을 자제해가며 원 구성을 순조롭게 완성하고 새롭게 화합하기 위해 노력하는 마당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했다.

김 의원은
▲ 복당 문제가 엄중한 사안임에도 졸속적이고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 이뤄졌다는 점.
▲ 비대위가 지난 회의에서 지도체제 개편 등 주요사안에 대해 추후 의총에서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하기로 했음에도 이번 엄중한 사안의 복당만을 졸속 결정한 것은 형평성이 결여된 모순된 행동이라는 점
▲ 복당문제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로 복당 신청자의 견해를 듣고 결정해야 함에도 복당 신청을 안 한 사람까지 일괄 승인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
▲ 어렵게 혁신비대위원장을 모셔와서 혁신을 모색해도 부족한 시점에 '중대 범죄' 발언 등 모욕적인 언사를 하는 등 강압적 분위기 속 복당 승인을 처리토록 한 점 등을
조목조목 짚으며 "묵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의원은 정진석 원내대표가 의총을 모집해서 상세히 설명하고 당 소속 의원에게 공식 사과할 것과 혁신비대위원장에 사죄하고 조속히 모셔야 비대위를 조기 정상화할 것, 권성동 사무총장의 사퇴 등을 요구했다.

김진태 의원은 "오는 20일 소속 의원들과 추가로 의견을 나눈 뒤 공식적인 입장을 다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친박계 의원들은 같은 날 김태흠 의원의 사무실에 모여 의견을 공유하고, 최근 비대위가 일괄 복당 결정을 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철저히 기획된 시나리오에 의해 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당의 분란을 일으킨 실질적 실무를 본 사무총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조 의원은 "복당하고 안 하고 와는 아무 상관 없는 문제다. 권성동 사무총장, 정진석 원내대표 등과 통화했는데 다 발뺌하고 있다"면서 "사태는 벌어졌는데 누구 하나 주도했다는 사람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조 의원은 주호영 의원이 본인에 전화를 걸어 복당 신청을 해야 하냐고 물어봤다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이런 절차가 있을 수 없느냐"고 취재진을 향해 반문했다.

그는 권성동 의원에 대해서는 "법사상임위원장직도 최근 맡았는데 당직을 겸직하지 못하게 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추가로 압박했다.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은 일괄 복당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강압적인 태도가 있었다고 성토했다. "'표결 안 하면 범죄 행위'라던가 '그럼 뭣 하러 비대위원장 맡았느냐'는 식의 모욕적 언사를 쓰면서 표결로 갔다고 한 것은 강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전날 복당에 반대하는 개인 성명을 냈는데, 그 이후 비대위원장이 심기가 불편하다는 보도를 접하고 내가 반대 성명을 내서 그런 줄 알았다"면서 "비대위에서 결정했는데 그걸 이해하지 못하고 당에서 이렇게 반대하는 의원들이 나온 줄 알고 상심했다는 말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지 않으냐"고 개탄했다.

김 의원은 정 원내대표를 정면으로 지목해 "정진석 원내대표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며 "힘들게 모셔온 분이 마음을 잡지 못하고 다른 데 가 계신데도, 소수의 비대위원이 말하면 거기에 따라야 하느냐. 할 말은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유승민 의원 같은 경우는 사실 우리 당이 이렇게 어려워지고 갈등을 일으키는 첫 단추를 제거한 것"이라며 "공천 과정에서 갈등의 주체들이 자기들이 피해자라는 입장에서만 견지하는 모습은 책임 있고 올바른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친박계가 이같이 강력하게 당 지도부에 사과와 사퇴 요구를 하는 배경에는 당내 전당대회 구도에 대한 유불리를 두고 셈법이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의원들은 총 7명으로, 막말 파문으로 공천에서 떨어진 윤상현 의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비박 성향으로 분류된다. 오는 8.9 전당대회를 앞둔 새누리당의 친박계로서는 비박계 3~4선 중진 의원 다수의 복당이 부담스러울 가능성이 있다. 전당대회 판세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친박계로서는 꼭 복당 번복을 관철하겠다는 것보다는, 비박계가 비대위를 중심으로 당 내 주도권을 가져가는 것을 견제해야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모임에 참가했던 한 재선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이날 모인 사람들이 당의 대표성을 담보한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오는 20일 더 많은 의원의 중지를 모아 확실하게 의견을 내놓으려 한다"며 "의원들 다수가 이런 생각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날 참석한 의원은 조원진, 김태흠, 이장우, 김진태, 이완영, 이우현, 강효상, 박덕흠 의원 이상 8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