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진석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 정의당 연설문 보는 줄"정규재 "독일 경제 극복, 노동개혁 때문… 그런 것을 배워라"
  • ▲ 22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여야 의원 76명이 회원으로 등록한 경제재정연구포럼의 창립기념 토론회가 열렸다. ⓒ뉴데일리 임재섭 기자
    ▲ 22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여야 의원 76명이 회원으로 등록한 경제재정연구포럼의 창립기념 토론회가 열렸다. ⓒ뉴데일리 임재섭 기자

    국회 의원회관에서 22일 경제재정연구포럼 창립기념 토론회가 열렸다. 여야의 '경제통'이 모두 모였건만 토론회에서는 '경제민주화' 이야기만 울려 퍼졌다.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 추경호 의원, 국민의당 장병완 정책위의장, 윤영일 의원이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이제 다시 경제! -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바란다'는 제목으로 여야 의원들이 한국 경제에 대한 인식과 해법에 대한 시각차를 좁히기 위해 진행됐다.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경제재정연구포럼 창립 축사에서 "처음에는 재정연구 포럼으로 하다 조금 범위를 넓혀 경제 재정 포럼으로 하자고 했다"며 "앞으로도 세입 쪽에서 한 번, 예산 쪽에서 한 번 등 매달 주제를 갖고 핵심에 계시는 장관님들을 모시고 이야기하고, 의견을 담아 꼭 정부 정책에 나타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포럼의 취지"라고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예를 들어 28일 하반기 경제운영계획이 발표되는데 추경 여부에 대한 것도 포함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에는 당일 아침의 당정협의에서 나온 이야기로 정리했지만, 앞으로는 이런 포럼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를 정부에 쏟아내고 정부는 주워 담아 포함해서 발표하는 선순환 과정을 거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를 앞둔 여야 대표들의 생각은 달랐다. 대부분 경제민주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규제완화 등 시장경제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의견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민의당 장병완 의원은 축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정책 기조인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비판을 가했다.

    장 의원은 "정부에서 나라 살림을 담당했던 저로서도 최근 경제 상황을 보면서 많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보편적 복지로 됐던 함정, 증세 없는 복지 가능하다는 허구성에 대해 모든 참석자 인정하리라 생각한다. 문제는 어느 정도 복지를 실행하기 위해 어느 정도 부담을 감수할 것인가 선택의 문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경제와 세계 경제가 저소득·고불확실성으로 대변되는 뉴 노멀시대"라면서 "위기의 원인과 해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이에 기반을 둔 사회적·경제적 전반의 개혁이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개혁은 결국 법과 제도로 뒷받침이 돼야 한다"며 "이런 개혁을 추진해내기 위한 국민적·초당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언급했다.

  •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이날 토론회 축사를 하면서 독일의 사례를 인용해 중소기업 위주의 정책이 필요함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이날 토론회 축사를 하면서 독일의 사례를 인용해 중소기업 위주의 정책이 필요함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뒤늦게 온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도 독일 사례 늘어놓으며 "종전과 같은 사고방식으로는 세계 경제 위기상황을 극복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제가 보기엔 제조업을 포기해서는 경제를 다시 일으킨다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우리가 막연하게 미래산업, 소위 인공지능·로봇화 같은 곳에서 금방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이것은 현재 경제를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하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독일 사람들은 전 세계 시장에서 19세기의 산업구조를 갖고도 현재와 같은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첨단 기술 개발을 예의주시하면서 종전 제조업에 접목하는 기술을 빨리 받아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독일은 나라는 전체 산업구조에서 70%가 소위 '히든챔피언'이라 불리는 조그마한 규모의 기업이기 때문에 굉장히 유연하게 활동할 수 있다고도 했다. 새로운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이 대기업의 그것보다 낫다는 설명이다. 결국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의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음 축사 순서인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정진석 원내대표를 향해 "20대 국회 경제에 와서 격세지감을 느낀다"며 "정진석 원내대표의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들으면서 정의당의 원고를 갖고 왔나 착각할 정도였다"고 언급했다.

    심 대표는 "보수정당부터 진보정당까지 같은 슬로건을 내건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을 것"이라며 "시대정신에는 공감했다는 것인데 경제 민주화 필요성은 오히려 절실해지고 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더불어 "레토릭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며 "어디가 여당인지 어디가 야당인지, 좌파인지 우파인지 구별이 안 간다. 정의당이 진보정당으로서 존재하는 이유를 존중해주시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정당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새누리당을 향해 직격탄을 쏜 셈이다.

    야권이 각자의 경제정책을 내세워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가운데, 앞서 가장 먼저 축사를 맡은 새누리당 김희옥 비대위원장은 경제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정당마다 다른 해법이 있겠지만, 이 차이가 더 좋은 해법을 갖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취하는 데 그쳤다.

  • ▲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참석해 축사했다. 그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의 최근 원내교섭단체 연설에 대해 '정의당 것인 줄 알았다'고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참석해 축사했다. 그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의 최근 원내교섭단체 연설에 대해 '정의당 것인 줄 알았다'고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높은 규제와 노동경직성 등 한국 경제가 당면한 위기에 공감하면서도 시장경제체제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실종된 셈이다. 듣다 못한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토론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국회를 통째로 비판했다.

    정규재 주필은 "우리 경제가 여기까지 성장한 게 끝이다, 역량은 여기까지 다 생각하게 된다면 그건 정치 때문"이라며 "심상정 대표께서도 새누리당이 정의당과 비슷해졌다고 하는데, 그것이야말로 국정 최대의 위기라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정 주필은 "도저히 어떤 올바른 정책도 제자리에 서지 못하는 게 대한민국 정치의 최대문제다.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국회밖에 없다"면서 "예를 들어 국회법 개정이 몇 차례 있었지만, 국회법을 개정할 때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간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의 권한을 늘리고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이뤄진 점을 지적한 것이다. 지난해 '유승민 파동'을 불러온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가 대통령 시행령에 대해 심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하면서 불거졌고, 최근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한 '상시청문회법' 역시 국민권익위원회가 국회로 접수된 고충 민원의 조사를 하고 결과를 보고하게 돼 있다.

    그는 "국회는 권력을 늘리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절제되지 않은 권력으로 법은 좀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독일이 경제 체제를 회복한 것은 슈뢰더 전 총리의 노동개혁이 있기 때문이지 않느냐. 그런 것을 배우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보,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 새누리당 김종석 의원, 김준경 KDI원장, 전성인 홍익대 교수, 최운열 더민주 의원,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선대인 경제연구소 소장,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날 창립기념 포럼 행사의 사회는 새누리당 신보라 의원 (비례대표·초선)이 맡았다.

    경제재정연구포럼은 여야의 76명의 의원이 모여 만든 국회 내 새로운 경제 연구 모임이다. 여야에서 소위 '경제통'이라 불리는 의원들이 모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짧게는 올 하반기, 길게는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경제정책을 펼치는 장이 될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