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안 위했던 보람찬 8년, 결코 허업 아냐… 靜中動하며 때 기다릴 것"
  • 전남 무안·영암·신안의 재선 이윤석 의원이 무소속의 신분으로 제3지대에 나왔다. 4·13 총선 직전 '동성애 조장·이슬람 침투 반대'의 소신에 따라 기독자유당이 기호 5번을 받는 것을 도와준 뒤 약 두 달 만의 일이다.

    기독자유당과의 결별은 깔끔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독자유당 창당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목사·장로들이 되레 이윤석 의원에게 미안해했다.

    "이윤석 의원은 보다 큰 정치를 해야 하니 우리가 놓아드려야 한다"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동성애와 이슬람 문제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당부가 있었고, 이윤석 의원도 "꼭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시쳇말로 '쿨하게' 헤어졌다.

    무소속이 된 이윤석 의원은 다양한 정치 세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구체적으로 러브콜을 던진 진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윤석 의원은 당분간 정중동(靜中動)한 채 제3지대에 머물며 '정치 인생 3막'을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풀뿌리 민주주의 전면 시행에 맞춰 전남도의원으로 선출직의 삶을 시작해 최연소 전남도의회 의장까지 지낸 게 1막, 이후 청년 시절 간절히 기도한대로 국회의원으로 선출돼 재선 의원으로 8년간 의정에 헌신한 것이 2막이라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계의 대격변이 예상되는 가운데 숨을 고르는 현 상황이 3막의 준비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지역구에서 당선된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여러모로 곤경에 처해 있어 그의 정치 행보가 더욱 주목받고 있는 이 때, 4·13 총선 이후 이윤석 의원과의 첫 단독 인터뷰를 통해 근황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이윤석 국회의원(전남 무안·영암·신안) 단독 인터뷰》

    ①제3지대 나온 이윤석 "강태공처럼"… 역할 재개 언제쯤?
    ②문재인·안철수·손학규·박지원… 이윤석이 보는 野 잠룡


  • ▲ 제3지대로 나와 무소속이 된 이윤석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소에서 4·13 총선 이후 첫 단독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제3지대로 나와 무소속이 된 이윤석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소에서 4·13 총선 이후 첫 단독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본회의 출석률 야권 1위… 마지막 본회의도 책임감으로 등원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이윤석 의원은 이날로 예정된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의 출석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윤석 의원은 "(낙선한 의원들 중에서는) 오늘 본회의에 안 오는 의원들이 있을 수 있는데 나는 반드시 간다"며 "그것이 나를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국민들이 맡긴 책임과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9대 국회 174회의 본회의 중 173회에 출석해 야당 의원들 중 출석률 1위를 기록했다. 그보다 출석률이 앞선 국회의원은 새누리당의 김태원·김한표 의원 두 명밖에 없다.

    이윤석 의원은 "오늘 내가 출석하고 만약 1등하고 있는 분이 빠지게 되면 내가 1등이 되는 것"이라며 "300명 국회의원 중에서 출석률 1위를 할 수 있는데 빠질 수 없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조직본부장' 책임감이라는 사슬에 옭아매인 이윤석

    그런데 이같이 '맡겨진 직책'에 무겁게 책임감을 느끼는 그의 성격이 자신의 발목을 잡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이윤석 의원은 지난 연말연초 야권의 분당(分黨)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박차고 나와 국민의당으로 향하지 않은 것을 솔직하게 후회했다. "나의 인생에 있어서 최악의 실수"라고까지 했다. "어른들(권노갑 상임고문·박지원 원내대표)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내가 경험이 부족했다"며 그 때 생각을 하면 아직도 후회가 남는 듯 머리를 감싸쥐었다.

    국민의당으로 가지 않은 이유는 오직 하나 뿐이었다. '당의 조직본부장인데, 어떻게 탈당을 할 수가 있느냐'는 책임감이었다.

    단순히 탈당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표로부터 지령이 떨어지면 충실히 따랐다. 권노갑 고문의 탈당을 만류해달라고 해서 찾아가서 설득도 했고, 박지원 원내대표의 탈당을 막아달라고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와 함께 '고민파 4인방'으로 불리던 김영록·박혜자·이개호 의원은 "넷이 같이 탈당하자"며 탈당 기자회견 날짜와 장소까지 잡아놓고 불렀지만, 이윤석 의원은 끝끝내 "조직본부장이 어떻게 탈당하느냐"며 "당신들도 탈당하지 말고 함께 남아 당을 지키자"고 읍소해 탈당을 무산시키기도 했다.

  • ▲ 제3지대로 나와 무소속이 된 이윤석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소에서 4·13 총선 이후 첫 단독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제3지대로 나와 무소속이 된 이윤석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소에서 4·13 총선 이후 첫 단독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친노, 4인방 탈당까지 다 막은 이윤석을 사지로 몰아넣어

    그 결과는 참담했다. 조직본부장으로 책임을 다해왔던 그를 친노·친문패권 세력은 전남 현역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경선 대상자로 지정했다. 그의 설득에 마음을 바꿔 "광주의 맏며느리가 되겠다"고 당 잔류를 선언했던 박혜자 의원도 친노친문 계파는 사지(死地)로 몰아넣었다.

    이윤석 의원은 "당의 조직본부장으로서 절대 뛰어나가서는 안 되겠다고 순진하게 결심했는데, 전남에서는 현역들을 다 단수공천을 주고 나 혼자 경선시켰다"며 "광주에서는 '끝까지 남아 당을 살리겠다'던 박혜자 의원을 경선을 시키더라"고 개탄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제주에서는 의정활동을 그렇게 잘하던 김우남 의원을 경선을 시켰고, 전북에서 굉장히 일 잘하고 당에 충성했던 전정희 의원을 컷오프했다"며 "이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전부 동교동과 가깝고 지난(해 2·8) 전당대회에서 박지원 대표를 뒷받침했던 사람들"이라고 열거했다.

    공천이 이뤄지면서 지난해 2·8 전당대회에서 박지원 원내대표를 도왔던 사람들이 대거 낙천된 것은 공교로운 대목이다. 조직본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60년 야당에 대한 애당심으로 당을 지켜왔던 사람이 낙천된 것은 더욱 그러하다.

    이윤석 의원은 "그 때 나와 김영록·이개호·박혜자 의원이 탈당했더라면 더불어민주당은 끝장나버렸을 것"이라며 "권노갑·박지원·주승용 등 여러 사람들이 오라고 했을 때 어찌됐든지 그 때 국민의당으로 갔어야 했는데, 안 간 것을 후회한다"고 털어놨다.

    ◆권노갑 "그쪽이 공천 주겠느냐" 폐부 찌르는 말에도 그만…

    조직본부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남의 탈당까지 막은 대가를 이윤석 의원은 요즘 톡톡히 치르고 있다. "이윤석 의원이 끝까지 (국민의당에) 가지 말라고 했잖느냐"고 타박하는 박혜자 의원에게 대꾸할 말이 없다. 그저 "누님, 내가 미안하오"라고 할 뿐이다. 친노를 믿은 잘못이 이토록 뼈저리다.

    결정적인 상황이 있었다. 야권의 분당으로 인한 혼란이 얼추 정리돼 가던 지난 3월 13일이었다. 권노갑 고문이 이윤석 의원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국회의원이 된 뒤로는 늘 '이 의원'이라고 불러주던 권노갑 고문이었지만 그날은 '윤석이'라고 불렀다. 마음을 담아 진중한 이야기를 하려는 신호였다.

    "윤석이, 이제는 정말 들어와야 하네"라는 간곡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흘러들어왔다. 이윤석 의원은 "이쪽(더불어민주당)으로 그냥 할랍니다"라고 답했다. "그쪽에서 공천을 주겠는가" 87세 노정객(老政客)의 핵심을 찌르는 말이 이어졌지만, 후에 당할 일을 꿈엔들 생각지 못한 이윤석 의원은 "줄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그러자 수화기 저편의 권노갑 고문은 잠시 망설이다 "윤석이, 오늘까지 결정을 안 하면 내일 박지원 대표가 박준영 지사를 영입하게 돼 있네"라고 말을 이어갔다.

    이윤석 의원은 깜짝 놀라 "신민당이잖느냐"고 반문했지만, 권노갑 고문은 "아니, 다 오게 돼 있어"라며 "다들 들어오고, 그리고 호남에서는 국민의당 바람이 다시 불게 돼 있네"라고 잘라 말했다.

    3월초 당을 막장으로 몰고간 '통합~연대 논란' 때문에 국민의당 정당 지지율은 5%까지 주저앉은 상황이었다. 도저히 이 말을 믿을 수 없었던 이윤석 의원은 마지막 손길을 뿌리쳤다. 권노갑 고문은 통화를 마치면서 "친노 믿지 마소"라는 말을 남겼다.

  • ▲ 제3지대로 나와 무소속이 된 이윤석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소에서 4·13 총선 이후 첫 단독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제3지대로 나와 무소속이 된 이윤석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소에서 4·13 총선 이후 첫 단독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친노 믿지 마소" 온 국민이 새겨야 할 금언

    이후의 경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친노 믿지 마소"라는 말 그대로였다.

    친노로부터 당한 뒤 이윤석 의원은 차마 면목이 없어 권노갑 고문으로부터 여러 차례 걸려온 전화를 받지 못했다. 4·13 총선이 자신이 몸담은 국민의당의 대승(大勝)으로 끝났는데도, 권노갑 고문은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 이윤석이만 생각하면 내가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뒤늦게 박지원 원내대표로부터 이 말을 전해들은 이윤석 의원이 권노갑 고문을 찾아갔다. 권노갑 고문은 그저 "아이고, 이 의원, 고생이었다, 어쨌거나"라고 위로했다. 이윤석 의원도 "내가 말씀을 안 들어서 아주 망해버렸다"고 솔직히 토로했다. 그러자 권노갑 고문은 "어째야 쓰까"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윤석 의원은 "'어째야 쓰까'라는 말을 들으며 가슴으로 울었다"고 했다. "친노 믿지 마소", 비단 정치권에 몸담은 사람들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명심해야 할 금언(金言)이 아닐 수 없다.

    ◆상대 후보, 흑색선전·마타도어로 일관

    경선에 내몰린 이윤석 의원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상대 후보자의 마타도어와 흑색선전이었다.

    이윤석 의원은 경선 상대 후보자를 가리켜 "내가 물불 안 가리고 예산을 따오는 등 성실하게 의정활동을 했기 때문에, 상대 후보에게는 오로지 흑색선전과 패권정치 밖에 없었다"며 "이상한 신문에 각색되고 조작된 언론 기사를 짜깁기해서 싣고, 문자와 카톡으로 날리는데 대응을 할 수가 없더라"고 개탄했다.

    "검찰 수사로 들어가면 몇 달이 걸리니 언중위를 통해서 정정보도문을 팝업창에 6개월간 띄우라는 결정을 받았지만, 이미 상대 후보가 유인물을 만들고 SNS로 다 돌린 뒤라 아무 소용이 없더라"며 "너무나도 억울했던 경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윤석 의원은 "내가 바닥에서부터 커왔기 때문에 이 지역을 대표하는 멋있는 정치인이 되고 싶은 생각이 있어 똑같은 흙탕물 싸움으로 대응하지 않았더니 (새로 지역구에 편입된) 영암 같은 곳에서 사람들이 깜짝 놀라 손해를 많이 봤다"며 "흑색선전으로 이득을 보는 그런 정치는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흑색선전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게 밝혀져서 지역매체 사장 겸 기자가 구속됐고, 지금 계속 주변 사람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는 사후적인 조치일 뿐이라 씁쓸함을 감출 길이 없다.

  • ▲ 제3지대로 나와 무소속이 된 이윤석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소에서 4·13 총선 이후 첫 단독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제3지대로 나와 무소속이 된 이윤석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소에서 4·13 총선 이후 첫 단독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무안·신안 위한 8년 의정 "결코 허업 아냐"

    이렇게 또 패권정치의 억울한 희생자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대 국회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며 이윤석 의원은 본회의 등원 준비를 서둘렀다.

    9선을 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정치는 허업(虛業)"이라는 말을 남겼다. 8년간 숨돌릴 틈 없이 달려왔던 의정활동에 쉼표를 찍는 이날, 허탈함이나 허무감은 없을까.

    이윤석 의원은 "그 분(JP)은 부잣집 아들인데다 장교 출신으로 30대부터 천하를 누볐다"며 "젊었을 때부터 워낙 큰 권력을 누렸던터라 끝나고보니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세월일는지도 모르겠다"고 나름대로 해석했다.

    그러면서도 "나 이윤석이는 어렸을 때 기차가 지나가는 걸 보려면 수십 분을 달려나가야 했던 산골에서 가난을 겪었던 사람"이라며 "버스가 하루에 두 번 신작로를 달려가면, 신기해서 흙먼지를 뒤집어쓰면서도 따라 달렸던 나에게 국회의원은 결코 허업이 아니라 감사하고 보람차고 영광된 일이었다"고 술회했다.

    ◆흑산도 공항 건설, 치밀한 전략 수립 끝에 성취

    허업이 아닐 수밖에 없는 것이, 그가 지역구 국회의원을 맡았던 8년 동안 전남 무안·신안은 눈으로 보기에도 확 달라졌다.

    이윤석 의원은 "이명박정부 시절에 단일사업으로는 최대 국비인 6000억 원이 투입된 게 내 지역구 새천년대교"라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가예산의 특혜 투입 사례로 현장까지 쳐들어왔을 정도"라고 빙그레 웃었다.

    그러면서 "느그들이 생각할 때는 그거 (특혜)지만, 내가 생각할 때는 아니다"라며 "똑같은 국민들이 살고 있는데, 바람이 불어 배가 못 뜨면 마냥 아파야 하느냐"고 수십 개가 넘는 유인도로 이뤄진 신안군의 현실을 가리켰다.

    나아가 "고향인 무안 사람들이 들으면 서운할지도 모르겠지만, 신안에 더 신경을 쓰고 다리 놓는데 온 심혈을 기울였다"며 "내 양심상 신안군민이 똑같은 국민인데 국가적인 혜택을 너무나 못 받고 있어서 접근성을 개선하려는 마음이었다"고 회상했다.

    8년 의정생활 동안 왠만한 섬에는 다 연륙교를 놓았지만, 육지로부터 90㎞ 이상 떨어진 흑산도에는 도저히 다리를 놓을 길이 없었다. 그러자 이윤석 의원은 이 섬에 공항을 놓기로 마음을 바꿨다.

    당시 국토부가 실시한 도서 지역 공항 건설 관련 예비타당성 B/C(편익/비용) 조사에서 흑산도는 4.5가 나온 반면 울릉도는 0.3에 그쳤다. 울릉도에는 공항을 만들 부지가 없어 바다 위에 지어야 하는 반면 흑산도는 산만 밀면 되기 때문에 비용이 서너 배 차이 나는 까닭이었다.

    국토부 차관조차 "내가 국토부에서 32년 공직생활을 했는데 경제성이 4 넘어가는 건 처음 봤다"고 할 정도였지만, 흑산도 공항은 이내 논란에 휩싸였다. 이윤석 의원은 사업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울릉도와 흑산도를 묶어서 동시에 공항을 만드는 제안을 했고 결국 성사를 시켰다.

    이윤석 의원은 "예결위에서 '국가영토 보호 차원에서도 독도와 가까운 울릉도에 공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니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이 너무 고맙다더라"며 "그렇게 해서 흑산도 공항은 2020년 전에는 개항이 되고, 신안의 다리 네다섯 개도 곧 다 개통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 ▲ 제3지대로 나와 무소속이 된 이윤석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소에서 4·13 총선 이후 첫 단독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제3지대로 나와 무소속이 된 이윤석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소에서 4·13 총선 이후 첫 단독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무안·영암·신안은 국비 없이는 안 돼… 박준영, 빨리 굴레에서 벗어나길"

    이처럼 전남 무안·영암·신안은 발전이 뒤처져 있고 낙후됐다는 지역 특성이 있기 때문에 국비 투입이 절실하다. 이윤석 의원도 "우리 지역은 국비가 없으면 움직이지를 못한다"며 "지금 진행 중인 여러 사업들이 연속성 있게 추진돼야 하기 때문에 총선 과정에서는 박준영 후보를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도왔다"고 설명했다.

    왜 박준영 당선인이었을까. 이윤석 의원은 "그 분은 (전남도지사를 3선 하며) 예산과 큰 사업들을 다뤄본 경험이 풍부하다"며 "후임자로서 잘하실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후임자가 정해졌으니, 잘 하실 것이라 믿고 맡길 뿐"이라면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반드시 내가 다시 한 번 (지역 발전을 위해) 도전하겠다"는 다짐을 잊지 않았다.

    국민의당 박준영 당선인을 전남 무안·영암·신안을 발전시킬 적임자로 믿고 지지했기에, 최근 그가 겪고 있는 고초에 이윤석 의원도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이윤석 의원은 "재판이나 그런 일이 진행이 되면 의정활동에만 전념하기가 굉장히 힘들다"며 "빨리 굴레에서 벗어나서 정상적인 궤도에 들어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19일)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그분이 구속이 안 됐기에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다"며 "명예를 잃으면 사람은 죽는 것이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명예회복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고 밝혔다.

    ◆"낚시꾼 심정"으로 제3지대… 야권의 강태공 될까

    "더불어민주당에는 완전히 정이 떨어졌다. 다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한 이윤석 의원은 당분간 휴식기를 가지며 심신을 가다듬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의화 의장으로부터도 내게 역할을 부탁하는 요청이 왔는데, 어제(18일) 보도를 보니 정당으로 발전한다고 해서 주춤하고 있다"며, 많은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당분간은 제3지대에 머물면서 정중동(靜中動)하겠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정계의 대격변이 예상되는 국면이다. 새누리당은 친박(親朴)과 비박(非朴) 간의 계파 갈등이 격화되고 있고, 전남 강진에 은거해 있던 손학규 전 대표는 전날 정계 복귀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현재의 3당 체제 이상의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 수도, 또 정반대의 이합집산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윤석 의원도 "향후 정국이 어떻게 될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나도 내가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박지원 대표 같은 말을 하게 되네"라고 슬몃 웃었다.

    이어 "어떤 정치적인 환경이 다가오더라도 내가 항상 준비하고 있고, 특히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있을 생각"이라며 "낚시꾼이 고기가 달려들기를 기다리듯 하는 심정이기 때문에 언제쯤 제3지대를 떠나 행보에 나서게 될지는 나 자신도 알지 못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국가가 하나로 화합하는 과정에서 역할이 있으면 함께 할 것"이라며 "내 경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으면 작은 희생이라도 마다하지 않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의 마지막 다짐에서 역성혁명(易姓革命)의 기회를 낚던 강태공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강태공은 주나라 문왕을 만날 때까지 위수에서 낚시로 세월을 보냈다. 낚시를 하긴 하되 휘어있지도 않은 낚시바늘을 썼다거나, 낚시바늘이 수면에서 세 치나 높은 위치에 있었다는 말도 전해져 내려온다.

    기실은 낚시가 아니라 세상에 나아갈 좋은 기회를 보고 있었던 것이고, 주나라 문왕과 같이 선정을 베풀 현군(賢君)을 찾고 있었던 셈이기도 하다. 주문왕을 만나 세상으로 나아간 강태공은 마침내 은나라 천하를 무너뜨리고 주나라 천하를 만드는데 일등공신이 돼 동쪽 제나라에 봉해졌다.

    정치권의 지각 변동이 내다보이는 상황에서 "낚시꾼이 고기가 달려들기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제3지대에 있겠다는 이윤석 의원의 말에서 주문왕과 만날 때를 기다리는 강태공의 모습을 보았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정중동(靜中動)이라는 말 그대로 단지 제3지대에 머물 뿐이지만, 그 어떤 요란스런 행보보다도 큰 정치적 가능성이 열려있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