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달라진 포용력… 손학규, 선한 리더십… 박지원은 '천리 밖' 혜안 탁월
  • ▲ 이윤석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4·13 총선 이후 단독 인터뷰를 갖고 근황과 향후 정치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윤석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4·13 총선 이후 단독 인터뷰를 갖고 근황과 향후 정치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 수석대변인·원내수석부대표·조직본부장 등 핵심 당직을 두루 지내고, 연말연초 야권 분당 과정에서 양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던 이윤석 의원이 무소속 신분으로 제3지대에 나왔다.

    공교롭게도 전남 무안·영암·신안의 국민의당 박준영 당선인이 고초를 겪고 있는 터라, 이 지역구 출신인 그가 때맞춰 제3지대에 나서게 된 정치적 배경을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이윤석 의원은 19일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등원을 앞두고 본지와 단독 인터뷰에서 근황과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그는 이날 단독 인터뷰에서 야권 분당으로부터 4·13 총선에 이르는 과정까지 여러 뒷이야기를 가감없이 털어놨다. 그 중에는 야권의 '잠룡'으로 일컬어지는 여러 큰 정치인들과 얽힌 일화가 적지 않다.

    "낚시꾼이 고기가 달려들기를 기다리듯이, 어떠한 정치적인 환경이 다가와도 항상 준비하는 모습으로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있겠다"는 이윤석 의원. 위수에서 낚시를 하며 주나라 문왕을 기다렸다는 강태공의 고사가 떠오른다. 그의 눈에 비친 야권의 '잠룡'들 중 누가 주문왕(周文王)처럼 역성혁명을 이룰 수 있는 큰 인물이었을까.

    《이윤석 국회의원(전남 무안·영암·신안) 단독 인터뷰》

    ①제3지대 나온 이윤석 "강태공처럼"… 역할 재개 언제쯤?
    ②문재인·안철수·손학규·박지원… 이윤석이 보는 野 잠룡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당대표 시절 이윤석 조직본부장과 전남 지역 의원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은 전남 지역 의원 회동이었기 때문인지 유난히 문재인 전 대표가 이윤석 의원에게 따뜻한 대화를 건네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당대표 시절 이윤석 조직본부장과 전남 지역 의원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은 전남 지역 의원 회동이었기 때문인지 유난히 문재인 전 대표가 이윤석 의원에게 따뜻한 대화를 건네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바라보는 씁쓸함… 권노갑 고문의 "친노 믿지 마소" 말그대로

    이윤석 의원이 원내수석부대표와 조직본부장을 할 때, 당대표는 문재인 대표였다. 이윤석 의원은 그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볼 기회가 많았다. 또, 연말연초 당이 쪼개질 때에는 문재인 대표의 요청을 받아 많은 사람들의 탈당을 만류했고, 실제로 탈당을 무산시키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평가는 썩 좋지만은 않았다.

    이윤석 의원은 "조직본부장을 할 때, 문재인 대표가 원하는대로 탈당도 않고 당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했다"며 "권노갑 고문과 문재인 대표의 만남도 여러 차례 주선하고, 권노갑 고문을 만날 때마다 '문재인 대표가 권노갑 고문을 깊이 의지하고 있으니, 야권이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고민파 4인방'이라 칭해지던 김영록·박혜자·이개호 의원이 탈당 기자회견 날짜와 장소를 정해놓고 "함께 탈당하자"고 불렀을 때는 조직본부장으로서 끝까지 만류해 이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마무리된 뒤 그에게는 마지막에 가서야 "경선하라"는 통보가 날아들었다. 친노·친문 계파 현역 국회의원들에게는 대부분 단수공천이 주어진 뒤였다. 권노갑 고문이 그에게 "친노 믿지 마소"라고 경고한 그대로였다.

    이윤석 의원은 "동교동과 가깝고 박지원 대표와 친했던 나와 김영록 의원만 경선 대상자로 지정하려 하더라"며 "김영록 의원은 '내가 왜 모 전 의원과 경선을 해야 하느냐'고 강하게 따졌지만 나는 조직본부장으로서 내 일이라 그럴 수도 없다는 걸 노린 것"이라고 분개했다.

    이윤석 의원의 만류로 "광주의 맏며느리가 되겠다"며 당에 남았던 박혜자 의원도 사지(死地)나 다름없는 경선으로 몰아넣었다. 문재인 전 대표의 행태 때문에 이윤석 의원은 동료 의원들 얼굴 볼 낯조차 없어졌다. 지금도 박혜자 의원이 "그 때 이윤석 의원이 (국민의당에) 가지 말라고 했잖느냐"고 타박하면, 이윤석 의원은 그저 "누님, 미안하오"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이윤석 의원이 상대 후보와의 경선에서 패배한 뒤 문재인 전 대표는 일절 전화 한 통 하지 않고 있다. 분당(分黨) 국면에서 이윤석 의원이 그토록 충성심과 애당심, 책임감을 발휘했건만 이후로 연락 한 번 하지 않는 모습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윤석 의원은 "하늘같이 모신 권노갑 고문과 박지원 대표의 (탈당) 부탁을 다섯 번 거절하면서까지 '분당이 돼서는 안 되겠다. 문재인 대표로 정권교체하려면 야당이 단일대오여야 하겠다' 다짐하고 그렇게 충성을 다했는데…"라며 "아주 서운하고 너무나 야박했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경선이 끝난 뒤) 내가 먼저 '감사하다'고 문자를 보냈는데도 답문조차 없더라"며 "씁쓸하다. 이런 이야기는 전혀 안 하려고 했는데, 어딘가 하나 남길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개탄했다.

  •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권노갑 상임고문의 입당을 환영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권노갑 상임고문의 입당을 환영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안철수, 정치 고단수됐나?… 한때 악연 있어도 포용

    이윤석 의원이 수석대변인을 할 때 당대표는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 체제였다. 그렇기에 역시 가까이에서 지켜볼 기회가 많았다. 그는 안철수 대표에 대해서는 "다시 봤다"는 평을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말처럼 "안철수 대표가 아주 정치 고단수가 됐더라"는 말이 사실인 것일까.

    이윤석 의원과 안철수 대표 사이에는 큰 악연(惡緣)이 하나 있다.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뒀을 때의 일이다. 중앙당에서는 기초의원 무공천 문제로 시끄럽고, 시·도당에서는 안철수 공동대표 측의 이른바 '새정치' 세력의 집요한 공천지분 요구로 난장판이 벌어졌을 때였다.

    당시 이윤석 의원은 전남도당위원장이었다. 도의원·군의원과 시장의 공천이 미뤄져 지역 조직은 흔들리고 당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민심은 날로 흉흉해지고 있었다.

    참다참다 못해 폭발한 이윤석 의원은 3월 12일 의원총회에서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에게 "당을 떠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튿날에는 수석대변인직마저 던져버렸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취약했던 안·김 체제의 흔들림은 더욱 심해졌다.

    이윤석 의원은 이 때의 일을 회상하며 "나는 나름대로 미안한 것도 있고, 또 그 일이 있고 하니 국민의당으로부터 영입 제안이 와도 과연 안철수 대표가 나를 그렇게까지 생각할까 하는 의심도 없지 않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공교롭게도 이윤석 의원이 의총에서 안철수 대표를 향해 "당을 떠나라"고 하고 수석대변인에서 사퇴한지 정확하게 만 2년이 되는 날, 올해 3월 13일의 일이었다. 권노갑 고문이 이윤석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윤석이, 이제는 (국민의당으로) 들어와야 하네"라며 "그렇지 않으면 내일 박준영 지사가 영입되네"라고 마지막으로 호소했다.

    여러 차례 이미 탈당 권유가 있었고 또 그 때마다 거절했던터라 이윤석 의원은 그날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여기 (더불어민주당)에서 할랍니다"라고 답했다. 권노갑 고문은 "친노 믿지 마소"라는 안타까운 한 마디를 남겼다.

    총선이 끝나고나서 이윤석 의원과 권노갑 고문이 다시 만났을 때의 일이다. 권노갑 고문은 "긍께 오라고 할 때 왔어야지"라며 "내가 마지막으로 전화했을 때, 안철수 대표가 옆에서 '이윤석 의원에게 전화를 해달라'고 해서 전화했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 말을 들은 이윤석 의원은 황망한 와중에도 "아이고, (안철수 대표가) 옆에 있으면 옆에 있다고 이야기를 하셨어야죠"라고 무릎을 쳤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이 일화를 전하면서 "수석대변인으로 있으면서 대표에게 '(당을) 떠나라'고 했었으니 항상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 의외였고, 마음이 다 풀렸다"고 말했다.

    당시 안철수 대표는 최측근인 박선숙 사무총장을 통해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를 전남 무안·영암·신안에 공천토록 영입해야 한다는 건의를 계속해서 듣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박준영 전 지사의 영입까지 늦춰가며 권노갑 고문을 통해 이윤석 의원을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끌어안아보려 했던 것이다.

    사람을 폭넓게 아우르려는 모습에서 '그릇'이 느껴진다. 이윤석 의원도 "나는 안철수 대표가 '이윤석이 언제 한 번 나한테만 걸려봐라'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줄 알고 있었다"며 "나에 대한 애정이 없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더라"고 놀라워했다.

  • ▲ 이윤석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이윤석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뒤늦게 낙천 알아도 위로 전화… '선한 지도자'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가 18일 5·18 묘역을 개인 자격으로 참배한 뒤, 오찬 자리에서 "모든 것을 녹여내 새 판을 짤 것"이라고 천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사실상의 정계 복귀는 물론 대권 출정에의 의지를 담아낸 말로 해석하는 견해가 많다.

    손학규 전 대표가 지난 2012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친노·친문패권주의자들 앞에 무릎 꿇은 뒤 이듬해 1월 독일로 출국할 때, 이윤석 의원은 만사를 제쳐놓고 인천국제공항까지 배웅을 나갔다. 공항에 현역 의원은 거의 없었다. 그 많다던 '손학규계'는 다 어디 갔는지 의아할 지경이었다.

    '손학규계'로 분류되지도 않으면서 그 때 공항까지 배웅을 나간 것에 대해 이윤석 의원은 "한때 민주당의 지도자였는데 정치에 앞서 사람 사이의 의리로 당연한 일"이라며 "손학규 대표에게는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고 평했다.

    4·13 총선을 앞두고 이번에는 이윤석 의원이 경선 과정에서 당하면서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처지가 됐다. 그로부터 일주일쯤 뒤, 손학규 전 대표로부터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자 수화기 저편에서 "이 의원, 이것이 무슨 말이야"라며 "나는 이제사 알았네"라는 놀란 음성이 들려왔다. 손학규 전 대표가 그제서야 이윤석 의원의 경선 패배 소식을 전해듣고 놀라서 전화를 건 것이었다. 전남 강진에 은거하고 있다보니 경선이 끝나고도 일주일이나 지나서 소식을 알게 된 모양이었다.

    이윤석 의원은 이 일화를 전하며 "더러는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만은, 손학규 대표가 정말로 밖의 소식을 일부러 차단하고 사는 게 분명했다"고 설명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깜짝 놀랐다. (경선 패배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더니 "이 의원은 나이도 젊으니 잘 이겨내길 바란다"고 위로했다. 선(善)하다는 그의 인품이 느껴지는 일화다. 자신이 당대표를 할 때 조직본부장을 지냈고, 자신의 명에 따라 분당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사람에게 경선 패배 후 전화 한 통, 답문 하나 없는 모습과는 다르다.

    이윤석 의원은 "손학규 대표의 앞날이 정말로 잘 되기를 바란다"며 "그는 이 시대의 선한 지도자"라고 전했다.

  • ▲ 이윤석 의원이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맞아 머리 위에서 얼음물을 들이붓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이윤석 의원이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맞아 머리 위에서 얼음물을 들이붓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이러다간 당한다" 친노 흑심 꿰뚫는 '정치 9단' 박지원

    문재인·안철수 전 대표 밑에서 당직도 맡고, 손학규 전 대표와의 이런저런 인연도 있지만, 이윤석 의원과 가장 가까운 정치 지도자를 꼽으라면 여의도 그 누구도 주저없이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지목할 것이다. 그 정도로 이윤석 의원은 자타공인 박지원 원내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둘의 관계를 살펴보면 처음부터 각별한 관계였다. 그런데 박지원 원내대표가 2008년 총선에서 전남 무안·신안의 김홍업 전 의원을 이희호 여사와의 '특수 관계' 때문에 지원하고 나서면서, 당시 같은 선거에 출마했던 무소속 이윤석 의원과의 관계가 잠시 틀어졌던 적이 있다. 그러나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그 선거가 끝난 뒤 둘의 관계는 더욱 가까워졌다.

    마치 옛 이야기에 나오는 '의좋은 형제'처럼 둘은 서로를 각별히 챙겨왔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당내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퇴진 투쟁'을 벌이며 각을 세우고 있고 이윤석 의원은 당직을 맡고 있을 때, 이윤석 의원은 '이러다가 박지원 대표가 공천을 못 받지나 않는가' 해서 안절부절 못했다.

    당시 조직본부장이었던 이윤석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와 독대를 하고 통화를 할 때마다 "박지원 대표는 이상이 없겠지요"라고 챙겼다. 문재인 전 대표는 김태년 의원을 통해 이윤석 의원에게 "박지원 대표의 공천은 이상이 없을 것"이라며 "혁신안에 오른 다른 대상자들과는 다르다"고 안심시켰다.

    그 때마다 이윤석 의원은 박지원 대표에게 전화를 해서 "이상이 없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뻐해야 할 박지원 대표는 되레 묵묵무답으로 듣고만 있다가 "나는 때되면 그냥 무소속으로 나가겠네"라고 했다.

    나중에 이윤석 의원이 당한 것을 감안하면, 박지원 대표는 당시부터 이미 '그렇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혜안을 갖고 있었다고밖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다. 만일 박지원 대표의 정치 단수(段數)가 모자라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었더라면, 박지원 대표도 결정적인 순간에 사지(死地)로 내몰리고 호남은 완전히 친노의 식민지로 전락했을 것이다.

    이윤석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나는 그 깊은 뜻도 모르고, 박지원 대표의 대법원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이 난 뒤 '복당하시라'고 실제로 노력까지 했다"고 부끄러워했다. 실은 이 무렵에 박지원 대표는 이윤석 의원이 팽(烹)당할 것을 이미 예견하고 박혜자 의원에게 수 차례 "이윤석이는 이러다가 쟤(친노)들에게 꼼짝도 못하고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자신의 수차에 걸친 탈당 권유를 거절하다가 이윤석 의원이 끝내 낙천한 뒤에도,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윤석 의원 챙기기를 잊지 않았다. 예전에 형의 깊은 속내를 모르던 동생이 형을 챙겼다면, 이제는 형이 동생을 챙기기를 시작한 것이다. 이런저런 배려의 권유가 있었지만, 면목이 없던 이윤석 의원은 일단 다 사양한채 4·13 총선 때까지 잠시 교계(敎界)를 도왔다.

    그리고 기독자유당에서 놓아줘 제3지대에 무소속의 신분으로 나오게 된 뒤, 이윤석 의원은 비로소 박지원 원내대표를 다시 마주했다. "죄송하다"고 말을 꺼냈는데도 박지원 원내대표는 "아니, 내가 그렇게 오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그렇게 오라고 해도 안 오더니…"라고 연신 혀를 차며 역정을 냈다.

    유구무언(有口無言)! 뭐라 할 말이 없던 이윤석 의원은 꾸지람이 계속되자 되레 "아들이 잘못하고 있으면 아버지가 끝까지 데려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맞받았다. 그러자 박지원 원내대표는 "뭣이라고!"라며 "말도 안 듣고 네가 안 오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윤석 의원은 "아들이 잘못했으면 끌고라도 가야지, 아버지 잘못도 있는 것이 아니오?"라고 이야기를 끌고 갔다.

    그제서야 박지원 원내대표는 헛헛 웃더니 비로소 "정중동(靜中動)으로 있으라"며 이런저런 조언을 했다는 것이다. 오고가는 대화만 들어도 두 사람 간의 친밀한 관계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일화다.

    이처럼 천리 앞을 내다보는 박지원 원내대표의 혜안이 담긴 일화를 소개한 이윤석 의원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며 "박지원 대표는 내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 "나는 박지원 대표의 뒤를 따라갈 때에도 정신이 없다"며 "뭐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나는 도저히 모르겠던데, 박지원 대표가 가는 길이 결국 맞더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