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유승민·오세훈·김부겸·안희정 등 대부분 후보들, 부정적 의견 피력
  • ▲ 새누리당 출신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달 8일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을 만났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제3지대를 위한 만남이라는 말이 나왔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출신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달 8일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을 만났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제3지대를 위한 만남이라는 말이 나왔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새 판이 짜여질 것이라는 '제3지대'론이 등장하는지도 어느덧 반년이 넘게 지났지만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어 그 실체에 의문이 더해지는 모양새다.

    지난 4.13 총선 이전부터 제기된 정계개편 가능성이지만 가능성 있는 '플레이어'들이 모두 손사래를 치면서 일각에서는 판을 흔들려는 사람들의 바람이 깃든 이야기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달 30일 유승민 전 의원은 서울대학교 특강에서 '제3지대론'에 대해 "여러 정치인이 모여 이념과 노선과 철학, 정책을 두고 평소에 논의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대선을 앞두고 권력을 잡기 위해 급조된 제3의 길은 찬성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유 의원은 "제가 어쩌다 보니 보수당에 있는데 이 당을 바꾸면 우리나라가 바뀔 것 같다고 몸으로 느꼈다. 그래서 여기에 남아 바꾸려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비슷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남 지사는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에 있는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제3지대론 질문을 받고는 "(정치를) 새누리당에서 시작했고, 끝낼 때도 새누리당에서 끝낼 것"이라며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는 가장 확실한 길은 새누리당을 혁신하고 변화시키는 것으로, 그 길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양당제·소선거구제·대통령제하에서는 양당제가 유지될 수밖에 없다"면서 "현 상태에서 제3지대론은 이벤트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소속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달 23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제3지대론은 각 당에서 주류적인 입장에 있지 않은 분들이 공통의 이해관계를 통해 결집해서 새로운 정치 결사체를 만들고 길을 모색하겠다는 뜻"이라며 "국민 입장에서는 권력을 점하기 위한 이합집산의 모습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동참할 생각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새누리당의 후보군만의 문제는 아니다. 진보진영에 서 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의원 역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대선을 앞두고 정당의 이합집산을 이제는 그만해야 한다"는 의견을, 박원순 서울시장은 "반기문 UN사무총장과 제3지대에서 손잡는 건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김부겸 의원은 특히 "여기서 안 되면 저기 가고, 저기서 안 되면 또 다른 데로 가는 게 무슨 제3지대냐"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제3지대론에 참여를 하고 안 하고는 둘째치고 여야를 막론하고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분위기다. 무성한 담론이 나왔던 것에 비해 실체는 전혀 없는 셈이다. 간다는 사람이 없는데 말만 무성한 '무인도'인 격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제3지대론 바람을 일으키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킹메이커와 플레이어 간의 치열한 신경전이 시작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3지대론은 지난 4.13 총선을 앞두고도 제기된 바 있다. 제3당이 등장해 기존 양당제를 깨야 한다는 것.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이 창당에 나섰고, 결국 이들은 국민의당의 깃발 아래 모여 제3정당을 성공적으로 출발시켰다.

    당시 국민의당 성공의 바탕에는 확실한 대선 플레이어인 안철수 전 대표가 있었다. 또한 그를 뒷받침해 지역적 기반을 확고하게 해줄 박지원 의원 등이 있었고, 김한길 전 의원 같은 책사도 포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당시와는 사정이 크게 다르다. 확실한 대선 플레이어가 없는 상태다. 제3지대론에 가장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손학규 전 대표는 대통합민주신당을 만들면서 제3지대론의 실패 사례 중 하나를 이미 남겼다.

    남경필, 유승민, 오세훈, 김부겸, 안희정 등 다른 '플레이어'들은 장래를 촉망받고 있지만, 판세를 확실히 흔들기는 어렵다는 평이 많다. 확실한 세력을 등에 업어야만 하는 '플레이어'들이 당적을 놓고 제3지대를 차리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파급력은 있지만, 이미 친문으로 결집해 있는 당에서 새살림을 차릴 이유를 묻는다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직 확실하게 친박계로 출마하겠다고 못 박지 않은 반기문 UN사무총장 역시 새누리당 역시 친박계가 당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어서 실현될 거라 보기는 무리라는 평이 중론이다.

    결국, 플레이어들은 손사래를 치는 가운데, 킹메이커들이 제3지대론을 부채질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더민주 김종인 전 대표, 정의화 국회의장, 이재오 전 의원 등의 이른바 '킹메이커'는 지금 판을 흔들지 않으면 내년 대선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다. 각 당에서 대선후보 경선을 끝낸 뒤에는 누군가 손 내밀어주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의 경우 '경제민주화'라는 확고한 브랜드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표에 영입됐지만 이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한 전례가 있다.

    이에 반해 대선주자들은 자신이 전반적인 주도권을 잡고 나가면서, 킹메이커들이 자신을 도와 정책적 서포트를 해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제3지대론에 시큰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킹메이커와 플레이어 간 위치가 조정될 수 있는 개헌론이 제3지대론과 함께 제기되는 이유다.

    한 여권 관계자는 "현재로써 박근혜 대통령이 탈당해 친박세력과 함께 창당을 새로 한다면 모를까, 당을 깨고 나와도 대선에서 힘을 쓸 수 있는 정치인이 누가 있느냐"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지지율이 적은 후보들은 판이 바뀌길 바라지만 적어도 본인이 제3 후보로 가는 방식으로 판을 바꿔보길 기대하는 후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