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식 제창 강요는 전체주의 또는 '광주주의'…95년 이후 못 부르게 한 적 없어
  • ▲ 지난 18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제36회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 지난 18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제36회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지난 18일, 광주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렸다. 그것도 서울시장이 직접 참석, 기념사를 낭독했다.

    서울이야 전라도 사람들이 많아 올라와 살고 있고, 그들 가운데 다수가 ‘5.18 민주화운동’을 각별히 여기기 때문에 기념식을 가졌다고 한다면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기념식에 나온 발언들은 소름끼쳤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한 기념사 가운데는 이런 대목들이 있었다.

    “민주화 운동의 현장인 광주는 4.13 총선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독선과 오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야권을 심판했다. 광주는 이렇게 늘 ‘시대정신’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역사 전환의 시점에서 민주, 인권, 평화, 대동을 담은 '광주 정신'은 역사의 나침반이 됐다.”

    여기까지는 서울에 사는 수많은 광주 등 호남 출신 시민들을 위한 말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뒤부터는 “이건 아닌데”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광주정신이 흔들리고 있다.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남북관계는 끝없이 후퇴하고 대동 사회는 요원하다. 다시 ‘불의에 저항해 대동 사회를 만들자’는 ‘광주 정신’을 위해 싸워나가야 한다.”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끝없이 후퇴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장대로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면 대관절 지난 4.13 총선에서 여당이 사실상 패배하고 야당이 이긴 것은 뭘까? 박원순 서울시장은 안철수 의원 ‘안티’인가?

    “남북관계가 끝없이 후퇴하고 있다”는 주장은 해석이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앞뒤 정황상 남북 대화와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밖에 풀이할 수 없었다. 이게 한국 탓인가 김정은 탓인가.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금 ‘임을 위한 행진곡’ 조차 부를 수 없는 현실에 저항하고 분노해야 한다”고 말했을 때는 멍해졌다.

    길게는 15년, 짧게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재선한 지난 5년 동안 서울 중심가에서 시위가 벌어질 때마다 들었던 ‘임을 위한 행진곡’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 아니라 군가 ‘멸공의 횃불’이나 ‘최후의 5분’이었다는 말인가?

  • ▲ 지난 18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제36회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추모헌화를 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뒤로 보이는 사람들 대부분이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고 한다. ⓒ뉴데일리 DB
    ▲ 지난 18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제36회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추모헌화를 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뒤로 보이는 사람들 대부분이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고 한다. ⓒ뉴데일리 DB

    박원순 서울시장에 이어 기념식에 등장한 김상근 6.15남북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명예대표‘추모사’는 정도가 더 심했다. 김상근 명예대표 ‘추모사’ 가운데 일부다.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파탄의 위기에 직면해있다. 국가운영원칙의 기본인 민주적 선거제도가 무너지고 있다. 국가 기관이 개입하는 것은 고사하더라도 선거 공약을 득표를 위한 수단으로 쓰고 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독재의 부끄러운 역사가 중고교 교과서 국정화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현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까지 단행해 남북 화해의 문을 부쉈다. 청년들의 미래를 꿈꿀 커다란 바탕이 깡그리 깨졌다. 우리가 함께 불러 당신들 귀에 들릴 노래조차 제창할 수 없는 시대로 후퇴하고 있다.”


    김상근 명예대표는 ‘5.18 민주화운동’을 추모하러 나와서 이처럼 ‘대한민국’을 폄하했다. 그러고선 “이를 막지 못한 우리를 크게 꾸짖어 달라”고 말했다.

    ‘사실’과는 다른 말로 ‘대한민국’을 폄하하고 현 정부의 정책을 비난하는 것이 ‘5.18 민주화운동’을 추모하는 일인지는 일단 논외로 하자. 누가 김상근 명예대표를 불렀는지도 마찬가지로 치자. 그보다는 김상근 명예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 맥락이 연결된다는 점이 중요해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이날 ‘기념사’는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언론들은 “다시 ‘불의에 저항해 대동 사회를 만들자’는 ‘광주 정신’을 위해 싸워나가야 한다” “지금 ‘임을 위한 행진곡’ 조차 부를 수 없는 현실에 저항하고 분노해야 한다”는 기념사 내용을 전달하기 바빴다. 그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지는 따지지 않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말과 달리 대한민국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마음껏 부를 수 있는 ‘자유’가 생긴 지는 20년이나 됐다.

    김영삼 정권 때인 1995년 특별법 제정과 함께 ‘광주사태’가 ‘5.18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받고, 그 희생자로 인정받은 사람들은 대학원 등록금과 전세자금 등까지 지원받는 등 독립유공자나 참전용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혜택을 받았다.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꼽히는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 또한 누구나 마음껏 부를 수 있게 됐다. 심지어 노래방, 유흥주점에서조차도.

  • ▲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로 인정받으면 '국가유공자' 가운데 최상의 대우를 받는다. 사진은 보훈처에 있는 '5.18 유공자' 지원 내용. ⓒ보훈처 보훈대상 홈페이지 캡쳐
    ▲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로 인정받으면 '국가유공자' 가운데 최상의 대우를 받는다. 사진은 보훈처에 있는 '5.18 유공자' 지원 내용. ⓒ보훈처 보훈대상 홈페이지 캡쳐

    그때부터 지금까지 정부가 제지를 한 것은 이 노래를 틀거나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를 부르면서 불법폭력시위를 저지른 사람과 조직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걸 왜 애꿎은 노래 탓으로 돌리려는 걸까. 지금 누군가 서울 시청광장에서, 광화문에서, 강남역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다고 법적 제재를 받는가? 절대 아니다.

    즉 ‘사실’을 기반해서 보면, 박원순 서울시장의 기념사는 야권과 일부 ‘5.18 민주화 운동’ 단체들에서 요구하는, ‘5.18 민주화 운동 추모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해야 한다는 주장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여기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속내가 궁금해진다.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광주에서 보훈처 주관으로 성대한 추모식이 열리는데도 굳이 서울 시청광장에서 같은 의미의 추모식을 열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자유도 없다”고 외친 박원순 서울시장의 속내는 지난 13일 광주에서 했던 발언 속에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 13일 광주 전남대를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특강에서 ‘광주 정신’이라는 말을 언급하며 “광주의 5월 이야기는 같은 시절 경주마처럼 성공만을 좇았던 제 삶에 대한 부끄러움이었다”면서 “광주 정신은 평범하게 살 뻔한 박원순의 인생을 바꿔 놨다”고 주장했다.

    특강을 하는 동안 박원순 서울시장은 계속 ‘광주 정신’과 ‘현 정부에 의한 역사의 퇴보’를 강조했다고 한다. 이렇게 광주를 사랑한다면, 왜 광주시장으로 출마하지 않고 서울시장에 나왔을까.

    의심스럽다. ‘5.18 민주화운동’을 통해 광주를 앞세우고 서울과 연결한 뒤 자신의 지지자들과 함께 ‘그들이 원하는 전체주의’를 실현하려는 의도는 아닐까.

    혹시 그게 “임을 위한 행진곡을 국민 모두가 의무적으로 불러야 하는 세상”, ‘민주주의’가 아닌 ‘광주주의’ 실현을 꿈꾸는 것인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해석을 하는 것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개인의 자유 아니던가. ‘국가’로 지정된 노래도 아닌데 왜 다함께 부르도록 의무화하려는 건가.

  • ▲ 한때 언론에서 논란이 됐던, 2004년 9월 박원순 서울시장의 인터뷰 발언. 이것이 '광주주의'일거라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다. ⓒ채널A '쾌도난마' 관련 방송영상 캡쳐
    ▲ 한때 언론에서 논란이 됐던, 2004년 9월 박원순 서울시장의 인터뷰 발언. 이것이 '광주주의'일거라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다. ⓒ채널A '쾌도난마' 관련 방송영상 캡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지난 18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상근 명예대표 등은 참석한 사람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불렀다. 그 모습은 많은 언론에 포착됐다.

    박원순 서울시장께 묻는다. 시장이 기념사에서 한 말 대로면 어제 시장이 부른 노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아니라 군가 ‘최후의 5분’ '멸공의 횃불'이었나? 분명 시장 입으로 “이 나라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자유가 없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면 시장은 무슨 ‘면책특권’을 인정받는 한국 주재 외교관이신가?

    본인의 발언을 불과 몇 십 분 사이에 행동으로 뒤집어 보여주는 태도에서는 ‘진심’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모습이 한두 번이 아니기에 서울 시민들은 갈수록 시장을 못미더워 한다.

    아니라고?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무악2동 재개발 지역을 찾아 철거에 반대하는 사람들 앞에서 “내가 법적 책임을 지더라도 절대 철거 못하게 하겠다”고 말한 뒤 불과 한두 시간 사이에 철거가 진행된 일이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사실’을 무시하고 ‘주의주장’만으로 사람을 현혹케 하고,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정치야말로 ‘민주주의 후퇴’를 불러오는 게 아닐까.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조하는 ‘광주정신’에서는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 ▲ 박원순 서울시장.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뉴데일리 DB
    ▲ 박원순 서울시장.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뉴데일리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