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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를 묻고 싶었다. 그리고 일본의 역사적 만행부터 끊임없는 악의 고리에 사자후를 토해내고 싶었다. 연극 ‘왜 그래’가 제작된 계기다. 지난 3월 30일부터 시작된 공연이지만 이는 우리 민족의 한 세기 앞서부터 생겨난 한(限) 많은 외침이다. 주 무대는 포장마차다. 소소한 음식 앞에 서로에 대한 신뢰로 술잔을 부딪치며 소통하는 인물들은 과거를 거쳐 현재를 깨우치며 가족과 국가, 민족을 논한다. 극은 포장마차 여주인, 샐러리맨, 술꾼, 노숙자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샐러리맨 역으로 출연하는 배우 김정균으로부터 ‘왜 그래’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봤다.

    - 창작극으로 과감한 시도를 한 점이 눈에 띄네요.

    “‘왜 그래’는 2016 제37회 서울연극제 자유참가작에 선정됐던 창작극이에요. 극단 고리와 극단 종이비행기가 지난 2014년 ‘괜찮냐’로 제 35회 서울연극제 자유참가작 작품상, 연기상을 수상한 데 이어 선보이는 작품이죠. 연습하기 전에 테이블작업과 작품분석 하는 단계에서 시간이 좀 걸렸어요. 기존 작품들은 텍스트가 있으니 연습에 어려움이 없지만 창작극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때문에 쉽지 않더라고요. 다행히 작품이 잘 만들어졌어요. 관객 분들도 호평을 많이 해주고 계시고요.”

    - 전체적인 흐름과 이야기 소개 좀 해주세요.

    “3대에 걸쳐 운영되는 포장마차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요. 40년대부터 70년대를 거친 할머니의 넋두리로 극이 시작되죠. 초반에는 남녀가 맞선을 보고 고등학생들이 술을 마시러 오는 장면들로 풍경이 그려져요. 이 때 고등학생의 아버지인 샐러리맨이 실직을 하고 포장마차에 들어와 노숙자와 술을 마시죠. 노숙자는 이전에 사회생활을 하다가 나락한 후 포장마차에 상주하면서 일을 도우며 밥을 얻어먹는 사람이에요. 그가 관망하면서 이야기를 끌고 가요. 3장에서 군부독제, 일제 강점기를 다룬 부분에서 가장 힘을 많이 주죠. 사복 전투경찰을 백골단이라 하는데, 그들이 직접 같은 민족에 구타를 가하기 때문에 굉장히 처절해요. 아무리 연극이라 해도 진짜 때리게 되는 면이 없진 않거든요. 그래서 배우들도 많이 고생했고요.”

    - 역사에 대한 민족의 한을 다룬 작품이군요. 분위기가 줄곧 심오할 듯한데.

    “초반에는 버스킹도 하면서 경쾌한 분위기로 연극이 시작돼요. 포장마차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며 30초 간격으로 폭소를 안기죠. 그러다 이야기의 30분이 지난 후로는 시대적인 군부독제, 구한말 위안부 얘기들이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어요. 중반부터는 팔을 풀 수밖에 없죠. 나중에는 관객들이 눈물을 쏟게 될 만큼 먹먹해져요. 배우들이 1인 3역을 해서 총 30명의 인물들이 극을 소화해요. 소극장에서 이렇게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일은 드물 거예요. 그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저희 공연을 보셨다는 분들도 많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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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낯이 익은 배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배우도 있는데, 캐스팅 과정이 궁금합니다.

    “‘왜 그래’가 만들어질 무렵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을 집합시켜서 출연진을 꾸렸어요. 그렇기 때문에 뜻이 안 맞는 배우가 없죠. 배우들의 화합이 잘 돼야 작품도 잘 된다고 생각해요. 설사 출연진이 삐걱대는 일이 있다 해도 드라마 등 영상은 편집으로 커버가 되지만, 연극은 그렇지 않거든요. 연극은 기깍기가 잘 보이는 장르잖아요. 저희는 합이 참 잘 맞았어요. 그리고 대학로에서 기라성 같이 인정받는 배우들이라 참 잘해요.”

    - 워낙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배우들이 어떤 활약을 펼치게 되나요.

    “배우들이 정말 혼을 다 해서 연기하거든요. 위안부 역할을 한 설혜선 배우가 그렇게 많이 힘들어하더라고요. 쉽지 않은 역할에 대해 굉장히 열연을 하죠. 일제시대 때 일본군이 위안부가 도망가지 못 하도록 등에 문신을 시켰다더라고요. 그에 따라 저희 배우도 헤나로 일주일마다 문신을 새겨 넣었거든요. 설혜선 씨가 공연을 하는 동안 헤나가 지워질까봐 물 샤워만 했다더라고요. 고생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웠죠. 술꾼으로 등장하는 김재만 씨는 과거와 현실을 넘나드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극에서 제일 큰 활약을 해요. 실제로는 소주를 한 두 잔도 못하는데 취한 연기를 어찌나 잘 하던지.(웃음) 샐러리맨과 충돌하고 시비 붙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처럼 연기해서 재미가 쏠쏠해요. 포장마차 주인으로 나오는 지미리 씨도 중심축을 잘 잡고요. 만화 ‘뽀로로’의 성우로 유명한 이선 씨도 여자 손님으로 등장한답니다. 어느 한 인물도 처지지 않고 열연을 하죠.”

    - 작품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있다면.

    “‘왜 그래’란 제목은 제가 만들었어요. ‘우리나라 역사가 왜 그랬을까’ 싶었기 때문이죠.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면 잘못된 역사는 다시 반복될 거라 생각했어요. ‘왜’는 과거 일본인들을 낮춰 부른 표현을 쓴 것이기도 하고요. 중의적 표현이죠. 저희 작품에서 닭똥집 얘기를 워낙 많이 하다 보니 주위 대학로 포장마차 매출에 꽤 도움도 많이 됐다고 들었어요.(웃음) 그만큼 관객들이 포장마차 안에 들어온 느낌이 들 거예요. 배우들이 1인 3역을 하다 보니 앞서 얌전했던 배우가 갑자기 바뀐 역할에 전혀 다른 모습을 표현하는 점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김정균의 말에 따르면 공연이 생각보다 많은 호평을 받아 앵콜 공연까지 염두 해보고 있는 중이다. 긴 역사 속 서민들의 진짜 이야기를 포장마차의 풍경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하는 ‘왜 그래’는 여타 소모성 작품들보다 깊은 의미와 울림을 안기는 작품임이 확실하다. ‘왜 그래’는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오는 8일까지 공연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