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표 연임은 불가… 박주선 "한다면 당대표" 당권 도전 시사
  • ▲ 이르면 오는 6월 전당대회를 소집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할 것으로 보이는 국민의당의 차기 당권 주자군으로 박주선 최고위원과 박지원 의원, 정동영 당선인이 거론되고 있다. ⓒ표=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이르면 오는 6월 전당대회를 소집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할 것으로 보이는 국민의당의 차기 당권 주자군으로 박주선 최고위원과 박지원 의원, 정동영 당선인이 거론되고 있다. ⓒ표=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4·13 총선을 통해 확고한 제3교섭단체로서의 지위를 굳힌 국민의당이 5월 원내대표 경선, 6월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체제 정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안철수 대표는 지난 4일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창당 때 (대표로) 추대됐는데 총선이 끝나면 바로 짧은 기간 내에 전당대회를 열게 돼 있다"며 "내 임기는 총선을 마치고 전당대회를 마련하면 끝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의당 당헌 부칙 제2조 3항에 따르면, 현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와 박주선 최고위원 등의 임기는 차기 전당대회까지로 하되, 차기 전대는 창당 후 6개월 이내에 개최하도록 돼 있다. 국민의당은 지난 2월 2일에 창당했기 때문에 늦어도 8월 1일까지는 전당대회를 소집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해야 하는 셈이다.

    다만 현 지도부는 어차피 창당 직후 열릴 총선에 대응하기 위한 '임시 지도부'의 성격이 짙은 만큼 굳이 7~8월까지 전당대회 소집을 질질 끌 필요는 없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 관계자는 "6월 중에 전당대회가 소집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호남당' 막으려 당헌 개정, 안철수 연임한다고?

    관련해서 15일 정치권의 전망을 종합해볼 때, 전당대회 당권 경쟁은 박주선 최고위원과 박지원 의원의 양자대결로 압축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로는 주승용 현 원내대표와 김동철·유성엽 의원이 각각 전남과 광주, 전북을 대표해 3파전 구도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당 당헌 제94조 3항은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하려면 대선 1년 전에 선출직 당직으로부터 사퇴해야 한다'고 이른바 당권~대권 분리를 규정하고 있다.

    19대 대선은 내년 12월 20일에 실시된다. 따라서 '대권 주자'인 안철수 대표는 6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출마하더라도 6개월 밖에 임기를 수행할 수 없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라면 전대에 나설 일이 없다고 보면 된다. 이 경우 전당대회에 나서 당권을 경쟁할만한 인물은 박주선 최고위원과 박지원 의원 등 '호남 중진 정치인'들로 굳어진다.

    국민의당내 일각에서는 '호남당' 전락을 막기 위해 당헌을 개정해서라도 안철수 대표의 전대 출마 길을 열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하지만, 이는 세 가지 측면에서 무리라는 비판이다.

    ◆더민주더러 "대선 후보 한 사람만을 위한 정당"이라더니

    첫째로는 "국민의당은 특정 대통령 후보만을 위한 정당이 아닌 플랫폼 정당"이라고 총선 유세 기간 내내 외쳤던 안철수 대표 본인의 말과 배치된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 2일 전북 전주 덕진체련공원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한 사람만을 위한 정당이고,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 후보 한 사람만을 위한 정당"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은 말로는 혁신을 이야기하지만 대통령 후보 한 명만을 위한 정당으로 되돌아가 만년 2등, 만년 야당의 길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관훈토론 등을 통해 "국민의당은 나의 사당(私黨)이 아니고, 대선 후보들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 정당이 될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런데 당헌까지 바꿔가면서 '대권 주자' 안철수 대표를 다시 대표로 앉히게 되면 이 모든 말을 스스로 뒤집는 셈이 되지 않느냐는 비판이 나올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친노들, 꿩도 먹고 알도 먹겠다더라"며 비판했는데

    둘째로는 문재인 전 대표를 수장으로 하는 친노·친문패권주의 계파를 비판해왔던 것과도 스스로 모순된다.

    분당(分黨)의 단초는 지난해 2·8 전당대회 과정에서 잉태됐다. 친노패권주의 계파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당대회 도중에 규칙 해석까지 변경해가며 노골적으로 문재인 전 대표에게 당권을 안기려 한 것이, 국민과 당원들이 이들 패권 세력에 학을 떼는 계기가 됐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6일 전남 여수 서시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친노들은 꿩도 먹고 알도 먹겠다며, 당대표도 하고 대통령 후보도 하겠다고 했다"며 "당시 이 박지원이가 제안했던대로 당권~대권을 분리했더라면 오늘날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안철수 대표가 당헌까지 개정해가면서 당대표까지 하겠다고 하면, 이것은 '꿩도 먹고 알도 먹겠다고 하는' 친노·친문패권주의 행태와 전혀 다를 바가 없게 된다.

    ◆더민주 싫어 국민의당 선택했는데 여기서도 '호남당' 소리가

    셋째로는 압도적인 지지로 지역구 25석 중 23석을 몰아준 호남 표심을 배신하는 것이 된다.

    더불어민주당 친노·친문패권주의자들은 툭하면 "호남당에서 벗어나 전국정당이 돼야 한다"며 각종 당직에 호남 출신들이 오르는 것을 견제하고, 호남에서 다선(多選) 중진 의원이 나올라치면 '물갈이'를 하거나 수도권으로 강제 차출해 제거해왔다.

    그 결과 분노한 호남 민심에 의해 그들은 이번 4·13 총선에서 호남으로부터 강제 축출당해 원치 않는 '전국정당'이 됐다. 그들이 평소 수없이 되뇌인대로 '전국 정당'이 됐으면 기뻐해야 할 일이건만, 그들은 이제 와서 "호남 민심을 되돌리겠다"며 후회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호남에서 표를 쓸어가면서도 호남을 홀대하던 것이 현 상황을 야기한 원인인데, "호남당은 안 된다"며 호남 출신이 당대표가 돼선 안 된다는 것은 친노·친문이 망한 길을 그대로 답습해 따라가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

    ◆당권, 兩朴 경쟁 압축?… 박주선 "한다면 당대표"

    따라서 이러한 패권적 발상으로부터 비롯된 무리한 '당헌 개정' 주장을 배제하고나면, 차기 전당대회에서의 당권 경쟁은 자연스레 박주선 최고위원과 박지원 의원의 양자대결 구도로 압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아직까지 정한 것은 없고 신중히 생각을 더 해보겠다"면서도 "(선출직 당직에 도전)한다면 당대표를 해야 한다"고 말해, 당권 도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과거 친노패권 세력이 새천년민주당을 쪼개 열우당을 분당할 때에도, 민주당에 남아 사무총장직대와 전당대회준비위원장 등을 연이어 맡으며 대혼란에 빠졌던 당을 정상화했던 적이 있다. 갖가지 계파와 세력들이 혼재돼 언제든 분란의 가능성이 수면 아래에 잠재돼 있는 당을 이끌기에 적임자라는 평이다.

    ◆박지원도 도전 예상… 정동영은 유보적인 태도

    박지원 의원도 원내대표 2차례에 비상대책위원장 2차례를 이미 지내, 경력상 당대표 이외에는 할 것이 마땅치 않다.

    지난해 2·8 전당대회에서도 대표에 도전했었고, 지난달 9일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입당한 이후) 처음 당사에 나와서 의사봉이 있는 가운데 자리에 앉으라기에 '이제부터 내가 당대표가 됐구나' 했는데 인사말만 하라고 해서 대단히 섭섭하다"며 "기왕이면 이 자리를 날 줬으면 좋겠다"고 진반농반(眞半弄半)의 모두발언을 했을 정도로 대표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는 관측이다.

    복수 매체에 의해 하마평에 올랐던 정동영 전 열우당의장은 우선 전북 정치 복원에 주력하겠다는 태도여서 아직까지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정동영 전 의장은 이번 총선 기간 내내 상대 후보의 "전북에서 키워줬지만 막상 전북, 전주를 위해 한 일이 없다"는 '네거티브 대공세'에 시달렸다. 이에 맞서 그는 '전북 사람, 정동영'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북 정치 복원을 위한 다양한 공약을 내걸었다. 유권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당분간 '자유롭게 전북을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에 머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전 의장 측의 핵심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정동영 전 의장은) 현재 지역주민들에 대한 당선 인사 등을 진행하고 있어서,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게 하지는 않았다"며 "향후 거취는 어렵게 치른 선거의 마무리를 지은 뒤 다각도로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 ▲ 내달 20대 국회 첫 원내지도부를 선출할 것으로 보이는 국민의당의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주승용 원내대표와 김동철·유성엽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표=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내달 20대 국회 첫 원내지도부를 선출할 것으로 보이는 국민의당의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주승용 원내대표와 김동철·유성엽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표=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원내대표가 당대표보다 '알짜'… 경쟁 치열할 듯

    한편 전당대회에 앞서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에는 기실 당권 경쟁보다 더욱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대표보다 원내대표도 어떻게 보면 더욱 '알짜'의 자리이고, 실익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이번 당대표는 총선이 끝난 직후이기 때문에 '공천권' 등 마땅한 실익은 없이 대선 후보 경선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당내 여러 계파의 상반되는 요구를 조율해야 하는 등 비난만 받을 수 있는 자리"라며 "20대 국회가 개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될 원내대표가 되레 더 실익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많은 당내 3~4선급 의원들이 원내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주승용·김동철·유성엽·장병완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유력한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언급되고 있다.

    ◆새누리당 김정훈·나경원, 더민주 조정식·양승조 파트너는?

    원내대표는 예전에는 3선 의원이 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19대 국회 하반기부터 4선이 맡는 것으로 격상됐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모두 4선이다.

    또, 새로운 20대 국회에서도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모두 4선 원내대표를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에서는 김정훈·나경원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조정식·양승조 의원이 유력한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국민의당도 4선 원내대표를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4선 의원 중 원내대표 후보를 찾아보자면 주승용 현 원내대표와 김동철 의원이 물망에 오른다.

    ◆주승용 "제대로 한 번 해보겠다" 의욕… 정치력 탁월

    주승용 원내대표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앞으로 당내 조율을 거쳐봐야 할 문제"라면서도 "원내대표를 제대로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쪽으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20대 국회에서 우리 당이 캐스팅보트를 쥘 수도 있지만, 선진화법 때문에 고립될 수도 있다"며 "(지난 원내대표 때는) 협상 테이블에 한 번 나가보지도 못했는데, 지금은 원내대표의 역할이 훨씬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채 2개월이 안 되는 원내대표 재임 기간 동안, 국회 운영위 회의에 한 번 들어가보지도 못했고 교섭단체 대표연설도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한 번 원내대표직을 수행해보고 싶다는 의욕을 나타낸 것이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새정치연합에 있던 시절에도 수차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물망에 올랐지만, 여러 가지 제반 사정에 가로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같은 전남 동부권 출신인 우윤근 원내대표(광양·곡성·구례)가 출마한다고 해서 양보한 적도 있고, 이종걸 원내대표가 "이번에 원내대표 4수인데 꼭 한 번만 힘을 모아달라"고 해서 또 양보한 적도 있다.

    이런 제반 사정에 더해, 20대 국회 개원을 맞이하는 시점의 제3교섭단체 첫 번째 원내대표에게 고도의 정치력과 협상력, 정무 판단 능력이 두루 요구된다는 점 또한 주승용 원내대표에게 가점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제1야당의 사무총장과 수석최고위원 등 요직을 두루 거쳐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김동철 "주말간 고민할 것"… 산자위·국토위원장 역임

    김동철 의원 또한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아직 결정을 못했고, 여러 가지 각도에서 주말까지 고민을 해볼 것"이라면서도 "(새정치연합 시절에는) 친노들 때문에 계속 뜻을 이루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원내대표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도전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김동철 의원은 온화한 성품과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동료 의원들에게 두루 얻고 있는 인망이 강점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위원장과 국토교통위원장 등 핵심 상임위원장을 연속으로 맡아 국회의 원내 운영과 상임위 사정에 밝다는 것이,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전남 강진에 은거하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냈다는 경험도 가점 요인이다. 김동철 의원은 이번 4·13 총선을 앞두고 지난 설 명절 기간에도 손학규 전 대표로부터 직접 "꼭 잘 돼야 한다"는 격려 전화를 받을 정도로 긴밀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이 1년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당내 대권 경쟁에서 흥행을 이루기 위해서는 안철수 대표 외에도 유력한 대권 주자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안철수 대표도 '플랫폼 정당'을 부르짖으며 연신 손학규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인데, 김동철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게 되면 대권으로 가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정무적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3선 전북 출신 유성엽 "교조진보 설 자리 없앨 터"

    기존 관례대로 원내대표를 맡는 선수(選數)인 3선 의원에는 유성엽·장병완 의원이 있다. 국민의당은 의석 수가 38명이나 되는 것에 비하면 '의원의 꽃'이라는 3선 의원의 비중이 대단히 적다. 유성엽·장병완 의원에게는 원내대표부터 시작해서 상임위원장·정책위의장 등 각종 보직의 가능성이 활짝 열려 있는 셈이다.

    이 중 유성엽 의원은 원내대표 도전의 뜻을 굳혔다. 유성엽 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아주 중요한 때인만큼 원내대표에 도전하겠다"며 "제3당의 원내대표로서 활약을 펼쳐 원내에서 수구보수와 교조진보·원리주의진보가 설 자리를 잃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천명했다.

    국민의당에 최소 2개의 상임위원장이 배정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맡을 3선 의원이 부족해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원내대표를 맡게 되면, 당내의 다른 재선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으면 될 일"이라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성엽 의원은 기존에 국민의당에서 재선 의원으로서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었다. 비록 교섭단체 구성 시기가 늦어지고 총선 정국에 돌입해 원내수석으로서 활약을 펼칠 기회는 없었지만, 원내수석을 거쳐 3선 의원이 된 만큼 원내대표에 도전하는 것은 자연스런 수순으로 보인다.

    지역구가 전북(정읍·고창)이라는 것은 차별화되는 강점이다. 당대표가 박주선 최고위원(광주 동구)과 박지원 의원(전남 목포)의 대결 구도로 전개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투톱'인 원내대표마저 광주·전남에서 나오면, 그러잖아도 '소외·홀대 논란'에 빠져 있는 전북의 민심이 이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전북은 10석 중에서 3석을 놓치는 등 아직 지역 민심이 완전히 '녹색 바람'에 포섭되지 않은 상황이라, 당 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며 "정동영 전 의장이 당권 경쟁에는 나서지 않는다지만, 전북 출신인 다른 의원들이 당내에서 당직 경쟁을 하는데에는 힘을 보탤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병완, 선(先)상임위원장으로 선회 예상

    반면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먼저 상임위원장을 맡는 방향으로 마음을 정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의석 수를 기준으로 봐도 (국민의당이) 최소한 2~3개의 상임위원장을 배분받아야 하는데, 일단 상임위원장은 내가 0순위일 것"이라며 "(원내대표는) 주변에서 권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따로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국민의당 뿐만 아니라 야권 전체로 봐도 단연 첫 손가락에 꼽히는 경제·정책·예산 전문가다. 19대 국회에서는 야권 유일의 경제부처 장관 출신 의원이다.

    20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가 재등원에 성공했지만, 광주 광산을에 출마했던 이용섭 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낙선하면서 장병완 정책위의장이 야권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을 대표하는 유일한 경제 전문 정치인의 타이틀을 유지하게 됐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기획재정위원회나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등 핵심 경제 관련 상임위를 향후 20대 국회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당이 요구할 때, 장병완 정책위의장의 존재 자체가 협상력을 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우리에게는 장병완 의원이 있는데, 너희에게는 누구가 있느냐"고 몰아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풍성한 전리품 챙겨올 정치력·협상력 있어야"

    이에 따라 내달 치러질 국민의당 원내대표 경선은 별도의 조율이 있지 않은 이상, 주승용 현 원내대표와 김동철·유성엽 의원의 3파전으로 치러질 공산이 커졌다. 각각 전남과 광주, 전북을 대표하는 정치인이고 차별화되는 장점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20대 국회 개원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제3원내교섭단체의 첫 번째 원내대표에게 주어진 역할은 막중하다. 국민의당이 양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맡는다지만, 기실 양당 중 어느 정당에 힘을 보태도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상의 쟁점법안 의결정족수(180석)에는 미치지 못한다. 자칫하면 오히려 양당의 담합 속에 원내에서 고립될 수도 있는 구조인 것이다.

    특히 개원에 앞서 진행될 원구성 협상에서는 국민의당 원내대표에게 국회부의장을 한 자리 가져오고, 상임위원장 두 자리도 알짜배기로 챙겨와야 하는 무거운 숙제가 놓여 있다. 산자위·농해수위처럼 같은 당의 3선 의원들이 반길 상임위원장을 가져오느냐, 아니면 환노위·윤리위처럼 '받아도 그만, 안 받아도 그만'인 상임위원장을 가져오느냐가 오롯이 원내대표의 능력에 달려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20대 국회 국민의당 첫 원내대표가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어떤 전리품을 챙겨오느냐에 따라 당내 의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제3당의 첫 단추를 제대로 꿰느냐가 결론날 것"이라며 "고도의 정치력과 협상 능력, 정무판단능력이 두루 요구되기 때문에, 의원들도 단순히 친소(親疏) 관계에 따라 투표를 하기보다는 여러모로 평가를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