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50 반영 편법 경선안에 김희철·이행자측 반발… 시위·농성 잇달아
  • ▲ 국민의당 서울 관악을 예비후보인 이행자 전 서울시의원의 지지자 200여 명이 15일 서울 마포에 위치한 국민의당 당사 앞에서 불공정한 경선안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맨 오른쪽 끝이 이행자 전 시의원. ⓒ이행자 전 시의원 측 제공
    ▲ 국민의당 서울 관악을 예비후보인 이행자 전 서울시의원의 지지자 200여 명이 15일 서울 마포에 위치한 국민의당 당사 앞에서 불공정한 경선안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맨 오른쪽 끝이 이행자 전 시의원. ⓒ이행자 전 시의원 측 제공


    국민의당 서울 관악을 공천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사실상 특정 예비후보를 사천(私薦)하려는 공천안에 다른 예비후보들이 격렬히 반발하면서 수도권에서 선거 구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악을은 노원병·광진갑과 함께 서울 49개 선거구 중에서 국민의당이 당선까지 기대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지역구다. 전통적으로 야권 성향이 강한데다, 호남 원적 주민이 많은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유리된 호남 민심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유리한 '밭'에서 공식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되기도 전에 국민의당이 자멸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공개적인 탈당 경고에 당사 앞에서는 연일 시위가 벌어지는 등 발표되지도 않은 공천안을 둘러싸고 몸살을 앓고 있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국민의당이 이 지역에 무슨 공(公)조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이 지역의 당세는 전적으로 몇몇 유력한 지역 정치인의 사조직에 기반하고 있다"며 "(공천 후유증으로) 힘을 한 곳으로 모으지 못해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없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 지역의 국민의당 예비후보는 세 명이다. 민선 2~3기 관악구청장과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희철 전 의원, 8~9대 서울시의원을 지냈고 특히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는 서울 지역 최고득표율을 기록했던 이행자 전 시의원, 그리고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안철수 대표의 대선 캠프였던 '진심캠프'의 대외협력실 부실장을 지낸 박왕규 예비후보다.

    당초에는 지역 기반이 강한 김희철 전 의원과 이행자 전 시의원이 공천을 놓고 다투는 분위기였다. 이행자 전 시의원은 오랫동안 정치를 해왔고 나이가 있는 김희철 전 의원이 신당의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고 공격했고, 김희철 전 의원은 이행자 전 시의원이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광역의원을 중도사퇴한 점을 들어 반격했다. 양자의 지역 기반이 만만치 않아 치열한 경선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국민의당 중앙당의 공천안에 대한 소문이 지역 사회에 흘러나오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컷오프 후 단수공천 △숙의배심원단에 이어 '면접 50%+여론조사 50%' 경선안이 공관위에서 의결돼 최고위에 상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 ▲ 국민의당 서울 관악을 예비후보인 김희철 전 의원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앙당 공관위의 불공정한 경선안을 비판하고 있다. 김희철 전 의원은 불공정한 경선안이 관철될 경우, 국민들이 용서치 않을 것이며 지역에서 강한 반발에 부딪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서울 관악을 예비후보인 김희철 전 의원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앙당 공관위의 불공정한 경선안을 비판하고 있다. 김희철 전 의원은 불공정한 경선안이 관철될 경우, 국민들이 용서치 않을 것이며 지역에서 강한 반발에 부딪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이미 지역에서는 3인의 면접 점수까지 공공연히 흘러다니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역사회에서 흘러다니는 3인의 면접 점수는 박왕규 후보가 92점, 이행자 전 시의원이 74점, 김희철 전 의원이 67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행자 전 시의원은 광역의원 중도사퇴에 따른 페널티 -10%를 받는 점을 감안하면 면접 점수가 김희철 전 의원과 대동소이해진다. 반면 박왕규 후보는 신인 가점 20%를 받는다.

    이렇듯 이미 면접 점수가 결정돼 있는데 3자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여론조사에서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박왕규 후보가 공천되는 상황이다. 차마 '경선'이라고 이름 붙일 수 없는 여건에 김희철 전 의원, 이행자 전 시의원 측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대립하던 양자가 공동 보조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행자 전 시의원은 14일 국민의당 최고위원·선대위원회의가 열리는 자리에 항의방문해 "신인에게 20% 가산점을 주는 것만으로도 신인의 불리함을 충분히 보정해주는 것인데, 당규에도 없는 방법으로 관악을만 특정지어 면접 50%를 넣는 경선을 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며 "탈계파·탈기득권을 위해 신당에 왔는데, 국민의당이 오히려 더 심한 계파 공천을 한다면 당원과 상의해볼 일이지만 탈당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김희철 의원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밝힌 이행자 전 시의원에게 김희철 전 의원도 화답했다. 김희철 전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지역 주민들이 (후보를) 결정해야지, 중앙당에서 지시하는 사람으로 결정되면 그게 무슨 민주적이고 공정한 경선이냐"며 "자기 계파를 위한 공천을 한다면 무서운 결과에 부딪칠 것이고, 국민들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행자 전 시의원은 지지자 200여 명과 함께 15일에도 서울 마포에 위치한 국민의당 당사를 항의 방문하고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후 이행자 전 시의원은 당사 16층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 자리에서 이행자 전 시의원은 "'안철수의 남자'라는 박왕규 씨는 평소에도 공공연히 지역주민들에게 자신이 전략(공천)을 받을 것이라는 말을 하고 다녔다"며 "관악을만 '면접 50 여론조사 50'이라는 것은 '안철수의 남자'만을 위해 만든 기형적인 경선 룰"이라고 비판했다.

    과연 사실일까. 본지 취재 결과, 안철수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박왕규 후보가 이러한 언동을 한 사실이 실제로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당대표의 최측근이기 때문에 몸을 더욱 사리고 공천의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게끔 행동해야 하는데, 되레 반대로 행동해 불씨를 스스로 키운 셈이다.

    지난달 17일 박왕규 후보가 참석했다는 관내 ㄴ고등학교 동문 모임에 함께 자리했다는 지역 주민은 "당시 박왕규 후보가 '국민의당에 예비후보가 여러 명 있어서 '왕규가 공천받는 거 맞아' (하는 분들이 있는데) 내가 이야기하는 게 가장 정확할 것'"이라며 "'(김희철·이행자 등) 다른 두 분은 중요한 이야기를 모른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 ▲ 국민의당 서울 관악을 예비후보인 이행자 전 시의원이 15일 서울 마포에 위치한 국민의당 당사 16층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이행자 전 시의원 측 제공
    ▲ 국민의당 서울 관악을 예비후보인 이행자 전 시의원이 15일 서울 마포에 위치한 국민의당 당사 16층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이행자 전 시의원 측 제공

    박왕규 후보는 당시 "전략공천이 되거나 경선을 할 것"이라면서도 "경선을 한다고 지역주민들이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고 한다.

    이 참석자는 "이 자리에 있는 우리 ㄴ 선후배들이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고 투표도 할 수 없지만, 내게 맡겨주면 (공천은) 내가 알아서 할 것"이라며 본선에서만 도와달라고 당부하더라고 전했다.

    공천은 '따놓은 당상'과 같다는 투로 강한 자신감을 피력한 것이다. 제보에 따르면, 이 동문 모임은 지난달 17일에 열렸기 땨문에 지금으로부터 무려 한 달 전의 일인데, 박왕규 후보는 일반적으로 서울·수도권 전역에 적용되는 100% 안심번호에 의한 여론조사 경선이 진행되지 않을 것임을 단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단수공천의 가능성 또는 경선을 하더라도 숙의배심원단 제도를 거론했다. 이는 모두 국민의당 공관위에서 거론된 안들이다. 특정한 흑막에 의한 시나리오대로 서울 관악을 공천이 논의되고 있다는 강한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관악을의 다른 예비후보자들 사이에서 반발이 커지고 최고위에서 한 차례 공관위의 공천안이 반려되자, 어쩔 수 없이 '면접 50%+여론조사 50%'라는 편법이 등장했지만 이는 국민의당 당헌·당규에서 근거를 찾을 수도 없고 다른 지역구에는 적용되지 않는 그야말로 '관악을만을 위한 경선 룰'이다.

    이러한 공천안이 현실화된다면, 이미 면접 점수가 결정돼 있는 상황에서 '경선'의 외피를 쓴 채 특정인을 단수공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르면 16일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서울 관악을 경선 방식은 국민의당이 안철수 대표의 사당(私黨)이냐 공당(公黨)이냐를 가르는 척도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대표의 측근인 특정 인사를 사천하기 위해, 모두에게 가능성이 열려 있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경선 절차가 배제된다면, 이는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공당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호남 외의 선거구에서 국민의당의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 공관위원이 면접으로 낙점해서 후보가 된다고 해서 본선에서 당선될 수 있는 지역은 한 곳도 없다"며 "지역 민심과 유리된 후보를 선출해봤자 본인과 당 모두에게 불행한, 헛심 쓰는 일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