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권 행보 전 제거 움직임?… 李 "정치의 끈 놓을 수 없다"
  •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이 문재인 전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해찬 의원은 5선의원으로 친노의 수장으로 지목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이 문재인 전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해찬 의원은 5선의원으로 친노의 수장으로 지목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대변인이 이해찬 의원의 발표를 보류한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성수 대변인은 지난 11일 공관위 발표 후 취재진을 만나 "이해찬 의원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 없다. (항간의 보도와 달리) 논의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지역별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없다. 일단 결정할 수 있는 지역부터 하고 나머지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며 "추후 논의는 일요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대표와 지역일정을 끝내고 다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발표는 13일 저녁에 할 가능성이 크다"며 주말 발표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청래 전 최고위원을 비롯해 전병헌 전 최고위원 등 파열음이 적지 않은 가운데 이해찬 의원에 대한 발표를 계속 미루는 셈이다. 더민주는 38개 지역구의 공천 대상자를 정하지 못했다. 이중에 현역 의원 7명의 향방이 결정되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표와 박혜자, 설훈, 서영교, 전해철, 정호준 의원 등 대부분은 친노 핵심으로 분류된다.

    친노의 수장을 비롯한 핵심 친노인사들의 발표가 대거 뒤로 미뤄지자, 정치권에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그간 여러 번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총선 이후에도 권력을 놓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나아가 김 대표는 김 대표는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비례대표설에 대해서도 "비례대표에 욕심은 추호도 없다"면서도 "특정기간에만 정치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 총선 이후에도 당에 남을 것"이라고 말하며 여지를 남겼다.

    총선의 구원투수로 들어온 그가 총선 이후에도 국회에서 당권을 쥐락펴락 하려면, 총선 전에 반드시 당권을 장악해야한다. 그는 실제로 취임한지 한달 반 만에 빠른 속도로 당권을 장악해갔다. 그는 홍의락, 문희상 의원을 잘라낸 컷오프에 반발해 이에 대한 당헌 당규를 개정한데 이어, 최근에는 비례대표 선출 규정도 개정하면서 더 막강한 권한을 누리게 됐다.

    그가 당에 머무르기 위한 최대의 걸림돌은 친노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년 간 친노패권주의라는 비판을 받으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비노계와 안철수 전 대표는 친노패권을 견디지 못하고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실제로 127명에 대한 20%의 명단이 들어 있어야 할 1차 컷오프 명단은 10명 밖에 발표되지 않았다. 비노계 의원들이 다수 포함 돼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아이러니하게도 친노의 대권주자인 문 전 대표의 영입 제안을 받고 당에 들어왔다. 김종인 대표가 문 전 대표를 내칠수는 없는 노릇인 셈이다. 김종인 대표 역시 문재인 전 대표가 대권에 가기 위해서 자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나머지 친노를 쳐내야 그가 안정적으로 당권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김종인 대표 스스로도 문재인 전 당대표에 영입될 당시 "친노패권주의를 타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중 김종인 대표로서는 이해찬 의원이 가장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해찬 의원은 김종인 대표보다 선수에서 높고,(6선) 친노의 수장이라 불리며 당 내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원내에 지지기반이 확고하지 않은 김종인 대표로서는 총선 이후 이해찬 의원으로 친노가 결집하는 그림이 가장 껄끄럽다. 때문에 이해찬 의원을 제거하는 것이 김종인 대표의 전략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두 사람은 개인적인 악연까지 겹쳐있다. 김종인 대표와 이해찬 의원은 1988년 13대 총선에서 서울 관악을을 두고 정면으로 부딪쳤다. 당시 김 대표는 여당인 민주정의당 후보로 나섰고, 이해찬 의원은 평민당으로 출마했다. 김종인 대표는 두 번의 전국구 의원(비례대표)을 마치고 야심차게 3선에 도전했지만 이해찬 의원에 4%p차(약 5000여 표)로 막혀 지역구 의원이 되지 못했다. 김 대표로서는 자신의 정치생명에 큰 흠집을 낸 이해찬 의원이 달가울 리 없다.

    특히 친노가 반격의 타이밍을 좀처럼 잡지 못하고 있는 지금이 김 대표로서는 이해찬 의원을 제거할 수 있는 많지 않은 기회 중 하나다. 당 대표가 대구를 찾아 구제의사를 밝혔지만 이를 거부한 홍의락 의원 등과는 달리, 친노 의원들은 컷오프 명단 발표에 적극적으로 이의를 신청하면서 반발하고 있지만 김 대표에게 강하게 대항하지는 못하고 있다.

    김 대표가 친노에 날을 세우고 있지만 그와는 별개로 당이 빠른속도로 안정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 대표는 필리버스터 정국의 출구전략을 제시한데 이어 지난 9일, 야권 통합의 수위를 높이면서 "사실상 이번 주가 넘어가면 (야권통합이) 힘들다고 봐야 한다"며 국민의당을 흔들고 야권 내 주도권을 계속 가져갔다.

    이는 국민의당에 파장을 낳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말한 기한인 14일은 국민의당 김한길 상임위원장과 천정배 대표가 안철수 대표에 말한 최후통첩 시점과 거의 같다. 천정배 대표는 지난 11일 "이날 (야권연대에 대한 답이) 없으면 주말에 거취를 표명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가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김 대표로서는 이해찬 의원을 컷오프 시킬 명분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해찬 의원을 미리 경선에 올리겠다는 결정을 낼 경우, 그간 야권 연대론을 주장 김한길 전 대표 등의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해찬 의원은 전혀 물러설 생각이 없어보인다. 이 의원은 자신을 향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 12일 사무실을 개소하며 총선 준비에 되레 박차를 가했다.

    이해찬 의원은 "오는 2017년 정권 교체라는 역사적 과제를 위해서라도 정치의 끈을 놓을 수 없다"며 "용퇴론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