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독] 유엔안보리대북제재 이후 현재 북한 내부 상황
     
    장진성 /뉴포커스
     
     뉴포커스가 3월 7일 밤 11시 북한 내 통신원과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통신원은 평양-신의주 사이를 오고가는 직업적 특성상 단순히 국경지역만이 아니라 평양과 황해도를 비롯한 내륙 정세도 비교적 잘 파악하고 있다.

     통신원은 최근 한국의 일부 언론들이 보도한대로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이후 시장에서 쌀값이 급등하고 있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 외 여러 현 상황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 ▲ 북한 장마당(자료사진)
    ▲ 북한 장마당(자료사진)

     질문: 최근 한국의 일부 언론들이 유엔 안보리대북제재 이후 북한 시장에서 쌀 값이 급등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실인가?

     답: 2월달에는 쌀 한키로 값이 5천원 선에서 거래됐는데 오히려 지금은 3월6일 기준으로 4200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질문: 그 이유가 무엇인가? 중국도 제재에 동참했는데 왜 쌀 값이 안정적인가?

     답: 핵실험을 하고 나서 유엔에서 대북제재가 곧 발표될 것이라는 공포감으로 쌀값이 조금 올랐었지만 지금은 안정된 분위기이다. 쌀값이 오르는 것은 정부에서 장마당을 통제할 때 크게 오르지 외국의 영향은 크게 받지 않는다.

     질문: 70일 전투와 당대회 때문에 시장을 통제한다고 들었다.

     답: 변동은 있다. 오후 5시부터 장마당을 열도록 한다.

     질문: 그러면 주민들이 불편해할텐데,,,그것도 정권의 시장통제라고 볼 수 있지 않나?

     답: 많이 변했다. 과거에는 물건을 사려면 꼭 장마당에 가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장마당 못지 않게 봉사소나 상점들에서도 웬만한 물건을 다 판다. 그 봉사소나 상점들은 국영기업을 임대하여 개인투자로 하는 것들인데 그런 곳에선 변동이 없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9시까지 하고 있다. 꼭 장마당에 가지 않아도 된다.

     질문: 북한에서 쌀가격은 모든 물가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쌀가격이 안올랐나? 그 이유는 무엇인가?

     답: 쌀값이 안정된 것은 작년 농사가 잘 돼서이다. 국가농사가 잘 된 것이 아니다. 도시 사람들도 개인밭을 일구어 농사를 지어 개인 쌀이 많아진 결과이다. 정권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너나없이 쌀 저축을 많이 해서 여유가 좀 있다. 북한에선 쌀이자 돈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국가엔 쌀이 없지만 개인에겐 쌀이 있는 것이다.

     질문: 그럼 장마당에 북한 쌀이 더 많은가? 중국 쌀이 더 많은가?

     답: 과거에는 중국 쌀이 장마당의 70%정도 됐다. 그런데 지금은 중국 쌀이 30%, 북한 쌀이 70%정도이다. 중국 쌀은 찰기가 없고 맛이 없어 북한 쌀을 찾는 수요자가 더 많다. 특히 황해도 재령쌀이 가장 비싸다. 작년 농사가 잘 되어 핵실험을 했다는 말도 있다.

     질문: 중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했다는 사실을 북한 사람들이 다 아는가? 아직도 라디오를 통해 듣나?

     답: 일반 사람들은 아직 많이 모르는 것 같다. 북한이 2010년 독일제 전파방지기계를 들여와 개성, 황해도, 남포에 설치했다. 그래서 잘 들리던 "극동방송"은 물론, 잡음이 심한 "KBS사회교육방송"도 사실상 듣기가 매우 어렵게 됐다. 전파방지기계를 24시간 가동시키라고 해서 디젤자체발전기까지 설치했다. 정전이 없이 계속 돌리고 있다. 그런데도 전파방지 구간이 넓지 않아 타지역들에서 간간히 듣고 다음날 소문으로 퍼지고 있다. 

     질문: 중국에 대해 북한이 내부적으로 어떤 조치들을 취하고 있나?

     답: 중국이 사회주의신념을 버리고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눈이 멀어 미국이 주도하는 6자회담에 맹신한다는 내용으로 이미 강연회를 진행했다. 김정은 장군님께서 천리혜안으로 오래전부터 자력갱생 기반을 닦아놓아 앞으로 닥칠 그 어떤 국제제재에도 끄떡없는 자립경제, 자립강국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북한 보위부가 2월 20일부터 중국인들의 사사여행(사적 여행)을 전면 중단했다. 중국 역시 북한 사람들의 사사여행을 차단해서 국경지역 보위부가 요즘 돈벌이를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1월 8일 북한에서는 수소폭탄 핵실험을 자축하는 보도를 쏟아내며 전국 강연회, 인민반회의, 등을 열고 큰 변이라도 난 것처럼 요란을 떨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1월 8일에 국경지역 밀수꾼 가족 3세대가 통째로 탈북했다.

     그 사실이 중앙에까지 보고되어 무조건 잡아들이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평양에서 보위부 간부들까지 국경지역에 파견됐고, 또 중국에 요청했는데 중국이 무시했다. 아직까지 잡아오지 못했는데 이를 두고 별의별 소문이 다 돌고 있다. 중국이 이제는 북한 보위부와와 도강자 체포 협조를 하지 않는다. 모두 한국으로 보낸다는 소문이다. 그래서 도강 희망이나 기대를 갖는 사람들이 많아질까봐 보위부에선 초조한 상태이다. 

     질문: 전국전투동원태세령을 내려 주민들이 모두 긴장한다는 보도가 있다. 북한 노동신문이 김정은의 명령으로 하루에 130만 청년들이 입대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답: 2월 22일 최고사령부 명의로 전국에 전투동원태세령을 내려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냥 "전투동원태세" 뿐이다. 북한에서 살아봤으니 알지 않나? 전시태세, 준전시태세보다 못한 마지막 군동원태세이다. 보통 때와 다름없다, 그리고 전쟁해서 이긴다고 조금이라도 믿는 구석이 있어야 긴장도 하지 않겠나? 인민들은 수소폭탄이든, 핵이든 철없는 김정은의 불장난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질문: 이번 유엔안보리대북제재는 유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이다. 중국과 러시아도 동참했다. 주민들의 동요는 없나?

     답; 일반 인민들은 왜 강력한 제재인지 아직 잘 모른다. "제재"란 말이 지금껏 익숙했던 단어여서 그런 것 같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안보리대북제재에 동참했다는 소식도 이미 몇 년전에 다 알았던 일이다. 장마당의 쌀 가격만 봐도 그 심리를 알 수 있지 않겠나?

     질문: 그러나 이전 제재와는 정말 다르다. 중국이 물리적으로 봉쇄한다. 그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답: 유엔안보리대북제재에 대한 근심은 현재 지방보다 평양이 크다. 지방은 무사태평하고 평양 사람들만 안절부절한다. 무역회사들이 대부분 평양에 있어서이다. 정부에서는 5월 당대회까지 무역회사들에 있는 상품을 다 풀라고 강요하는데 무역회사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때 가면 더 비싸게 물건을 팔수 있겠는데 왜 지금 내놓겠는가. 정부에선 중국과 러시아의 제재에 대해서도 최대한 말을 못하도록 무역회사들에 엄격한 통제를 하고 있다.

     질문: 이번 제재의 가장 큰 변수는 석탄수출 차단이다. 이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답: 벌써부터 총정치국 회사들의 한숨이 제일 크다. 석탄 수출 차단은 진짜 잘한 것이다. 총정치국이나 총참모부는 석탄장사로 군대를 먹여살린다. 북한에 전기가 늘 부족한 것은 총정치국이 석탄을 독점 수출해서 화력발전소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해서이다.

     석탄수출이 중단되면 북한 내 화력발전소가 덕을 본다. 대신 총정치국 외화가 줄어들어 북한 군인들이 굶주린다. 군복도 공급못할 형편이다. 그러면 군민일치 사상을 내세우며 민간인들 것을 또 빼앗겠는데 이제는 당이나 내각 산하 무역회사들이 과거처럼 충성자금과 무역 이권을 막 내놓지 않는다. 

     김정은 지시도 지시지만 이제는 김일성, 김정일 유훈관철이 더 우선이다. 과거에는 당이나 보위부, 검찰과 같은 힘쎈 기관 산하로 들어가면 만사형통이었는데 이제는 각 무역회사들이 각자 김정일 유훈관철 명분을 갖고 있어 간부들도 함부로 대하기 어렵다. 유훈관철을 어겼다는 죄명으로 처형된 간부가 많아서이다. 수령의 고모부인 장성택도 처형되는 판인데 누가 감히 나서겠는가?

     질문: 북한정권은 지금껏 국제제재를 받았기 때문에 끄덕 없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답: 아니다. 정말로 중국과 러시아가 그 정도로 결심하면 확실히 다르다. 그래도 유엔안보리대북제재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는 시점은 5차 당대회 이후가 될 것이다. 5월은 당대회가 끝나는 것과 동시에 보릿고개가 시작되는 계절이다. 만약 중국의 대북제재가 5월까지만 이어져도 작년 저축식량이나 생활필수품이 많이 부족해져서 장마당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다. 그러면 민심도 나빠질 것이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